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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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경제분야 정부조직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박통희 /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국가를 잘 이끌어가는 데 핵심변수 중 하나는 정부조직의 구조다. 정부조직은 기본적으로 기능적 동질성을 중심으로 한 분업화를 토대로 설계된다. 그래야 행정의 전문성이 생김은 물론 안정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비교적 소폭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개편안은 경제분야에 초점이 맞춰졌고 국민의 관심도 거기에 집중되어 있다. ‘좋은 정부’는 민주적인 정부, 그리고 일 잘하는 정부다. 경제분야 정부조직개편안이 박근혜정부가 민주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핵심 국정목표로 제시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개편 내용은 경제부총리제의 재도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전자는 경제 관련 부처 간에 계층적 권위를 도입하는 것이고, 후자는 성장동력의 발굴을 위한 일종의 과업조직(task force)으로 복합기능적 대부처주의를 채택한 것이다.

 

경제부총리제 부활은 부처간 계층적 권위 재도입일 뿐

 

역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처간 정책갈등이다. 이러한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 정책의 혼선과 비일관성이 나타났다. 이는 정책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런 점에서 경제부총리제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본질적으로 부처간 정책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격상하는 제도는 이미 김대중정부에서 도입했다가 이명박정부에서 폐지한 바 있다. 경제부총리제가 정책조정에 기여했다기보다 유명무실했거나 제도적 옥상옥으로 부작용만 일으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의 조율이 어렵겠지만 경제정책의 조율은 더욱 그렇다. 다른 정책에 비해 이익집단정치가 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도입된 경제부총리제가 과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경제 관련 부처들 사이에서 정책조율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회의적이다! 경제부총리의 위계적 권한으로 이익집단 정치에 얽혀 있는 부처들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고 낭만적이다. 경제관료는 국회의원, 이익집단과 함께 ‘철의 삼각형’이라는 견고한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조율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관료들이 오히려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을 부추길 가능성마저 있다. 이러한 역설적 사례는 역사가 증언한다. 경제부총리에게만 기대지 말고 부처할거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한 당정협력이나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

 

거대조직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가

 

미래창조과학부는 21세기 글로벌경제를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창조경제’의 진흥을 위해 과학기술정책, 산업기술정책, ICT정책, 그리고 방송정책과 관련된 기능을 공식적으로 통합해 신설된 복합기능적 과업조직이다. 따라서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국가기능은 지속적이지만 과업은 한시적이다. 과업조직은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 달성한 이후에도 불필요해진다. 그러므로 과업을 토대로 한 정부조직의 설계는 국정과 공직사회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같은 과업조직에서는 조직 내 다양한 기능들의 이질적 속성 때문에 내적 갈등이 심하고 융합이 어렵다. 첫째로 기초과학기술과 산업응용기술을 동시에 진흥하는 과정에서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이명박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 진흥정책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지식·정보·통신·방송 분야를 진흥하는 행정기능의 단순 통합만으로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분야에서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를 융합하기 어렵다. 논리적으로는 ICT 관련 행정기능의 통합이 산업 차원에서 CPND의 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한 일이다. 더구나 관료적 거대조직에서 지배집단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집단사고로 인해 오히려 통합이 기술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압할 수 있다. 더구나 통합에 의해 자동적으로 융합되는 것이 아닌 방송진흥기능을 창조경제만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한다면, 보도의 공정성 침해로 정치와 행정의 민주성을 위협할 수 있다. 방송은 ICT산업의 핵심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간접적으로 언론보도와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탐대실이 될 우려가 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다음 정부에서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이 시계추처럼 양극단을 오가며 재편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정부조직의 불안정성은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결국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책조정체계 탐색해야

 

갈등의 기능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부처간 정책갈등은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다. 각 부처의 다른 생각, 즉 정책에 대한 이견은 고속성장기의 ‘빨리빨리’ 문화에서 걸림돌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민주화·다원화된 산업선진국에 진입했고, 이러한 단계에서 불가피한 저성장을 안정적으로 지속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간의 이견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보고 창의성의 원천으로 인식하는 발상 전환과 함께 새로운 정책조정체계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책조정체계는 정부조직과 청와대조직을 연계하여 구조화함으로써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부처조직은 기능적 동질성을 토대로 안정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행정과 정책에 있어서 전문성을 발현하는 계선조직(系線組織)으로, 청와대조직은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향잡기와 관련 부처간의 조정과 협력을 이끌어 내는 역할에 적합한 팀형태의 참모조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의 권한을 토대로 대통령·수석비서관·비서관·행정관으로 구성된 청와대의 팀리더십(executive leadership)이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부처간의 정책차이를 일관성 있게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정책을 총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이 동질적인 기능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과 미래창조과학부와 미래전략수석이 모두 과업(국정과제)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점은 문제다. 상호보완보다는 정책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동일한 구조화는 동일한 갈등구조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언하건데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소관부처의 기능과 관련된 정책을 지원하던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거듭 강조한 ‘경제민주화’라는 국정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팀으로 꾸려야 한다. 그리고 미래전략수석실은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 다양한 관련 부처들 사이의 정책조율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팀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청와대 수석비서관실의 비서관은 국정과제와 관련된 정책의 조정과 융합을 창조적으로 선도할 역량을 갖춘 과학기술인·전문가·기업인·시민운동가 중에서 충원해야 한다. 둘째, 행정관은 관련 부처와 연계하여 국정과제의 추진을 지원하면서도 행정적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업관료를 보임해야 한다. 이는 국정과제가 거대관료제인 정부 부처들의 고정관념·관행·이해관계의 포로가 되어 방향성을 실종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역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결집시키기 위함이다. 청와대에 파견된 직업관료는 부처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결국 소속 부처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혁신을 본질로 하는 국정과제를 수행할 때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점이다.

 

요컨대 미래창조과학부의 도입은 정부조직 원리에 비추었을 때 예외적인 것이며 운영에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핵심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부처인 만큼 미래창조과학부의 성패는 박근혜정부의 성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설계된 복합기능적 거대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새로운 실험이다. 개인적으로 정부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대상이지만, 의도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에 국민이 치러야 할 비용이 커 심히 걱정된다. 박근혜정부가 전력을 다해 성공을 거둬 필자의 염려가 기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3.2.2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