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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근본 척결, 의지에 달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러한 관심이 6·4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을 대거 선출하는 것으로 표출되었다는 평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정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면 초·중등교육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학을 바로잡고 고등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정체성 확보, GDP 대비 고등교육예산 1.1% 확보, 전임교원확보율 강화 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 무엇보다 사립대학의 부정·비리 척결을 빼놓을 수 없다.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척결하지 않은 채 고등교육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인 것이다.

 

시급히 척결해야 할 '적폐'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는 '현재진행형이고 일상적이다'라고들 말한다. 사립대학이 설립된 해방 이후부터 부정·비리가 계속됨에 따라 이는 사립대학의 '오래된 현재'이고,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연루된 대학 수가 많고 부정·비리의 규모가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단어인 '적폐'를 적용한다면 이 문제야말로 시급히 척결해야 할 적폐 중의 적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기간에 해당하는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나타난 사립대학의 설립자, 전·현직 이사장, 총장 등이 부정‧비리에 연루된 건수는 53건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약 300교 정도이므로 지난 5년간 사립대학 6곳 중 1곳 이상에서 부정·비리가 발생한 셈이다. 그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건수를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부정·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 종합감사결과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적발된 손실금은 일반대학 1341억여원, 전문대학 628억여원에 달한다. 대학 당 평균 손실액은 일반대학이 84억원, 전문대학 70억원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에 들어서도 서남대,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 안양대, 경남정보대, 수원과학대, 수원여대, 대구한의대, 영진전문대, 대구공업대, 숙명여대, 동서울대 등 수많은 사립대학의 부정·비리가 언론에 보도되었고, 지난 6월 7일 KBS '추적 60분', 6월 10일 MBC 'PD수첩'에서 서울의 성신여대와 건국대, 수원대 등의 부정·비리 의혹이 방영되었다.

 

2013년도 교육통계에 따르면 전문대학 중 사립전문대학이 94.3%를, 일반대학 중 사립대학이 8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이 부정과 비리로 일상화되었다는 것은 한국교육의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부패와 비리가 일상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사회의 방향을 제시하고 민주의식을 일깨워나가야 할 대학이 오히려 교육을 매개로 해서 부패와 비리를 생산하는 '적폐'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원인으로는 대체로 대학의 반민주성, 법률적 제도적 미비, 설립자 및 친인척 중심의 폐쇄구조, 사립대학 지배자와 부패 관료의 밀착관계 등을 꼽을 수 있다. 일상화된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바로잡는 것은 현재와 같은 미약한 처벌하에서 일회성 감사나 검찰에 고발하는 사후조치로는 불가능하다. 위법과 불법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고,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와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 변화를 통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부정·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사학 비리 혁파는 대통령의 개혁의지 진정성의 시금석

 

이를 위해서는 대학평의원회 기능 강화, 교수회를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의 법제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예·결산의 구체적 산출근거 공개, 이사장과 총장의 재산공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번 부정·비리에 연루된 경영진들은 두번 다시 대학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부실 사립대학을 국공립 대학이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시켜 교육의 공공성을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방안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력을 필요로 한다. 노무현정부 초기에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해서 사립학교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나 점차 의지가 약해져 기대만큼의 개정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MB정부는 집권 초기 부정·비리에 연루된 이사장과 총장을 특별사면했고, MB정부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그런 이들을 정이사로 복귀시키는 등 사학비리 척결에 대해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적폐'를 척결하겠다고 한다. 사립대학 부정·비리의 근본적 척결 방법은 나와 있다. 문제는 남은 임기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진정성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홍성학 / 충북보건과학대 산업경영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2014.6.18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