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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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방송 공공성 수호는 우리 모두의 몫

 

김서중

김서중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다. 언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민주화를 통해 독재정권의 언론통제에서 벗어났던 언론은 이명박정권 시기 황폐화되었다. 불법, 편법을 동원해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해임하는 등 공영방송 장악부터 파당 저널리즘의 극단을 보여주는 종편 도입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공공성에 역행하는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 폐해를 국민적 참사인 세월호 보도에서도 경험했다. 참사를 앞에 두고 보험금을 계산하는 얄팍함, 구조 ‘골든타임’을 허비하게 만든 전원구조 오보, 대통령과 유족들의 만남에서 항의하는 현장음을 삭제하는 왜곡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민들은 황폐화된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목도했다. 그리고 분노한 내부 구성원과 국민적 저항의 힘으로, 청와대의 요구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은 KBS의 길환영 사장을 해임하도록 했다.

 

공영방송의 자율성 확보를 막으려는 이들

 

사장 해임 이후 KBS가 보도한 문창극 총리 후보의 동영상은 공영방송이 독립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비판·감시가 공영방송의 진정한 존재 이유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이제 대표 공영방송 KBS가 제자리에 돌아온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KBS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의 심의에 회부되고 1차에서 중징계 제안이 이루어졌다. 심의위는 뉴라이트 운동의 대표이자, 김구·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고 기술한 대안교과서 제작을 주도했던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이고, 소위 여권 추천 위원이 2/3를 차지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최종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미루어 짐작 가능한 이유다.

 

KBS 보도를 심의위에 회부하고 중징계로 몰아가는 1차적인 이유는 박근혜 2기 내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보도에 족쇄를 채우기 위한 것이고, 비판적 검증들을 정파적인 것으로 몰아세워 그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장 해임 이후 ‘해방구’가 된 KBS가 ‘점령군’이 된 노조원들에 의해 언론의 기능을 상실했으니 강력한 ‘지도력’을 가진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위함이다.

 

자율성을 회복한 공영방송의 무서움을 경험한 여권 성향의 이사들이 후임 사장으로 공영방송 수호에 적합한 인사보다는 그들 진영의 이해를 대변할 후보를 뽑고자 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권 성향의 이사들은 후임 사장 선임 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나 특별다수제를 적용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이 장치들은 공영방송 사장을 정파적으로 선임하지 않도록 시민사회, 학계가 오래전부터 요구해온 방안이다. 정치적 선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사들보다 이사들의 합의에 의해 사장후보추천위원을 구성해서 그들이 3배수를 추천해 1차로 정치색을 거르고, 이사회에서는 2/3의 찬성이라는 특별 다수에 의해서 다수의 힘을 이용한 일방적 사장 임명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이런 제안을 거부한 것은 결국 ‘일방적’으로 그들(진영)이 원하는 사장을 임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제안을 거부한 여권 성향의 이사들이 주도한 이사회는 30명의 사장 공모 응모자들 중 1차로 6명을 걸러냈다. 이들에 대한 KBS 구성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부분이 내부 구성원에 의해 부적격자라고 지탄받는 이들이다. 그리고 바로 가장 지탄받는 인사들이 1차에서 가장 많이 득표했다고 한다.

 

개혁을 위해 필요한 방법들

 

파업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외쳤던 내부 구성원들의 바람은 이렇게 역풍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불가항력으로 간주하고 포기해야 할까? 길환영 사장의 축출은 방송 공공성 수호를 위한 출발이지 마무리일 수는 없다. MBC 해직자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은 방송 공공성 수호가 노동자의 노동조건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판결을 현실화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인 스스로의 몫이다. KBS 노조는 길환영 사장 해임 이후 파업을 접으면서 ‘끝이 아닌 잠정 중단’이라 했다. 공영방송에 적합한 사장 선임이 그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임을 인식하고 저항하는 것이 방송의 신뢰성 회복에 절대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도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언론인들이 정권의 방송침탈 때마다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방관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의 선택일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 언론운동단체들은 7월 8일 방송 공공성 보장을 위해, 앞서 언급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나 특별다수제 등을 포함한 방송관련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제 정치권의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권은 이명박정부 당시 미디어 관련법 개악, 종편의 도입 등 언론 황폐화의 고비마다 이를 막지 못한 원죄가 있다. 이 변화는 사회 전체의 공공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역부족이었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면책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일반 시민은? 방송 공공성을 요구하며 KBS 앞에 달려갔던 시민들의 열정이 개혁의 동력이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옥석을 가려가면서 언론을 수용하는 수동적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뉴스 소비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김서중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14.7.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