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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강, 제대로 살려야 한다

이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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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경부운하’에서 시작해, 점차 더 발전시켜 취임 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에 따른 국민의 대규모 촛불시위에 항복하여 폐기되는가 싶더니, ‘4대강살리기’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부활되었다.

 

4대강살리기 사업은 홍수예방, 가뭄조절, 하천수질개선, 하천생태계 복원, 기후변화 대응, 저탄소 녹색성장사업, 일자리 창출 등 수많은 목적을 내새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허구로 밝혀졌고, MB정권 말기 감사원 보고서에서 ‘운하’를 목적으로 한 사업이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4대강사업의 핵심 내용은 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을 수심 5∽6m 이상으로 일정하게 준설하고,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물을 가두는 대규모 보(댐)를 16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결과적으로 하천 생태계를 통째로 파괴하고 홍수피해를 조장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로서 4대강 ‘살리기’가 아닌 4대강 ‘죽이기’ 사업이었음이 이미 증명되고 있다. 더구나 이 사업 이후 하천관리에 천문학적 관리비가 소요된다는 것을 국민들은 실감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4대강사업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선거공약에서 4대강사업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2013년에 주로 친정부 쪽 인사들을 중심으로 4대강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에 들어갔지만, 지금까지 활동상황이나 조사결과로 전혀 발표된 것이 없어 혹시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가 하는 우려가 있다.

 

4대강에는 작년의 ‘녹조라떼’ 사건과 물고기 떼죽음 사건에 이어 금년에는 ‘큰빛이끼벌레’가 대량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큰빛이끼벌레가 독성이 없다는 둥, 과거부터 존재했었다는 둥, 심지어는 수질정화 능력이 있다는 둥 별별 구차한 변명으로 넘어가려 한다. 내년 혹은 그 이후에는 또 어떠한 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해서 국민을 경악시킬는지 정말로 걱정스럽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은 어떤가

 

4대강 중 영산강은 규모로 볼 때 가장 작은 강이다. 영산강은 다른 강과 달리 생활용수를 취수하지 않고 있어, 오래전부터 오염이 심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현상이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오염 대책에 소홀해온 점이 있었다. 따라서 MB정부의 4대강사업 이전에도 지역주민 사이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영산강 오염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정도 이루어져 있었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영산강 뱃길복원’을 소리높여 외쳤다. 영산강 뱃길복원 사업은 ‘4대강 살리기’의 ‘준설과 보 건설’ 사업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지역에서 상당한 반대여론이 상존하고 있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한몸이 되어 추진되었다.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도 4대강사업의 열성적 지지자였다. 영산강 준설과 보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역의 토건산업을 활성화하고, 영산강 뱃길복원을 하여 나주, 영산포 등 영산강 인접도시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단세포적인 발상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강운태 광주시장은 영산강사업에 대해 다소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국비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을 지속해 결국 마무리했다.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가 영산강을 뒤덮었고, 죽산보 인근의 광활한 농경지는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사를 망치게 되어 농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금년에는 다른 강에서처럼 큰빗이끼벌레가 영산강에도 창궐하고 있지만, 어느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그러던 금년 6월 지방선거에서 영산강 유역의 행정구역 책임자인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가 교체되었다. 윤장현 시장과 이낙연 지사는 선거공약에서 영산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필요시 재자연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차원에서 영산강의 재자연화를 거론하는 것은 반갑지만, 현실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난관이 많이 있다. 우선 영산강을 비롯한 4대강은 ‘국가하천’으로서 관리의 책임이 국가(국토교통부)에 있어서 지자체 차원에서 접근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재자연화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4대강사업이 잘못된 사업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데, 현 정부는 아직 그 단계까지 인정하려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자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선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대책으로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 있다. 물론 이것도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보의 수문을 연다는 것 자체가 역시 4대강사업의 과오를 인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녹조 발생이나 큰빗이끼벌레의 번성조차 보에 의해 갇혀져 정체된 물환경 때문이 아니고, 강우량이나 수온 등 기상상황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4대강사업 전반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4대강사업이 ‘고인 물은 썩는다’는 평범한 진리에 역행하고 있음을 이제 국민들이 실증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더구나 근래 언론보도를 보면, 사업 추진과정에서 MB정부 임기 내에 완료하기 위해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담합해서 공구를 분할하거나 수주를 하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묵과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세월호 사건 유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에서 주장하고 있듯이, 소위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이라고 불렀던 ‘4대강살리기’ 사업은 특별법에 의해 독립적인 기관에서 사업의 시작, 추진과정, 사업 이후 발생된 문제점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인 흥정으로 사안이 마감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정책의 결정 및 추진과정이 보다 투명해지고 한단계 향상되는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광주‧전남에서 요구한다면, 영산강사업에서 건설했던 승촌보와 죽산보의 수문을 열어서, 수질개선과 생태계개선 효과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결과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보의 존치여부를 결정하는 시금석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성기 /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

2014.7.1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