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상지대 사태, 탐욕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은 고3이었던 나의 인생사에서 가장 기쁜 날이었다.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내가 가장 먼저 대학 합격증을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쁨이 오래가진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대학생활에 대한 달콤한 꿈에 젖어 대학입학 준비를 했던 나에게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본 상지대 소개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보통의 대학이 보편적으로 밟아온 ‘대학발전단계’와는 완전히 다른 ‘투쟁과 한의 역사’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학비리의 상징이 돌아오다
2014년의 상지대학교는 1974년 어둠의 과거로 돌아갔다. 내가 상지대에서 지내온 2012~ 13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2014년의 학내 상황은 빠르게 나빠졌다. 학생들은 교내에 수많은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대규모의 집회도 열렸다. 걷잡을 수 없이 급박하고 커다란 소용돌이가 캠퍼스를 집어삼켰다. 소용돌이 속에서 가장 평화롭다는 맨 중심에는 그 사람, 김문기가 팔짱을 끼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당혹감에 빠진 학생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1993년에 당시 상지대 이사장으로 비리 혐의가 있던 김문기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나자 모든 게 끝났다고 상지대 학생들은 믿고 있었다. 허나 그 믿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교육부와 사분위(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채 20년도 지나지 않은 2010년부터 김씨는 복귀 야욕을 불태우며 자신에게 할당된 이사진을 차남과 측근으로 세워놓고 돌아올 준비를 했고, 마침내 2014년 8월 18일 월요일,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상지대학교에 다시 돌아왔다.
학생들은 김문기씨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총장실 앞을 점거하는 농성을 시작하며 강력히 반대하는 의사를 즉각 표명했다. 이 농성을 시작하면서 내심 김씨에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아무리 사학비리 전과자라 해도 어쨌든 총장직을 맡겠다는 것을 보면서 그에게 교육자로서의 일말의 양심을 기대했다.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총장이란 어느정도 교육자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변한 것이 없다 하더라도, ‘보여주기식’의 행동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 맞게 최소한 적당한 자기포장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농성 3일째 되는 날 나의 이러한 작은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학교본부의 학생지원처가 농성 중인 학생들에게 내민 것은 ‘다음날 오후 12시까지 농성을 철수하지 않을 시에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의 공문이었다. 같은 내용의 공문이 기한만 늘려 3차까지 이어졌다. 그에게 작은 양심이라도 기대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세장의 공문을 보면서 1986년 당시에 용공조작사건으로 학생들을 ‘빨갱이’로 만들며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든 지켜내려고 발버둥쳤던 28년 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조금도 변한 게 없음을 깨달았다.
추악한 권력욕에 멍드는 대학
또한 김씨의 대변인격인 부총장이 김씨가 1993년 당시에 받은 징역 1년6개월형은 사학비리가 아닌 단순 업무방해로 인한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로 비호하는 모습을 보며 권력이란 얼마나 달콤한 것이기에 인간의 양심마저 팔아가며 진실을 왜곡하려 하는 것인가 싶었다. 뿐만 아니라 상지대의 총장이면서 상지대가 아닌 상지영서대학교에서 업무를 보는 김씨가 교내 근로를 하는 학생들에게 ‘총학생회의 총장실 점거로 인해 근로비를 줄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까지 학생들을 와해시키려는 것을 보며 권력에 대한 욕구가 인간을 어디까지 추악하고 비열하게 만드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상지대 문제는 단순히 사학비리 전과자가 돌아왔다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 문제의 축소판일지도 모른다. 현 상지대 사태는 전횡을 일삼으며 자신의 권력을 계속해서 지키고 싶어하는 기득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21년만에 돌아온 기득권세력과 내홍을 겪고 있는 상지대. 우리 대학의 미래와 김씨의 말로는 무엇일까. 진정 정의가 승리하고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날들이 오기는 할는지 참 궁금해진다. 권력을 통해 얻은 명예는 진짜 명예가 아니란 것을 그가 빨리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박소연 / 상지대 무역학과 3학년
2014.8.2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