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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월호는 잊혀져도 되는가?

박주민

박주민

오늘(19일)은 세월호참사 후 218일이 되는 날이다.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진도 앞바다에는 아직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홉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이제 수중수색도 중단되었기에 이들 아홉명의 실종자가 시린 바닷속에서 더욱 외로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아 주겠다.”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하겠다.” 실종자 수색에 대한 정부의 약속이었다. 한두 사람도 아닌 수많은 정부관계자가, 심지어는 대통령도 이렇게 약속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정부의 다른 약속들과 마찬가지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절망과 분노만을 안겨주었다. 진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중수색 종료선언 즈음부터 이미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그저 ‘한계’만을 운운했을 뿐이다. 반면 수중수색 종료를 선언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범대본(범정부사고대책본부)을 해체했다. 참사 이후 늘 그랬듯이 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가는 데에만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종자 수색을 종료한 정부, 인양은 어찌할 것인가

 

정부의 ‘최선’이 항상 ‘최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야기한 ‘한계’가 과연 ‘한계’일까 매우 의심스러웠지만 지난주 실종자 가족들은 수중수색의 종료를 수용했다. 인양을 통해서도 실종자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인양이 수색의 다른 일환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표한 담화문에서 ‘잠수에 의한 수색이 한계’라거나 ‘지금과 같은 수색작업’ 또는 ‘수중수색을 종료’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세월호 인양에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 검찰이 기소를 하고 공소를 유지하면서 가장 근본으로 삼는 것이 침몰원인에 대한 씨뮬레이션 보고서인데, 이것만으로는 공소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1심판결을 통해 확인되었다. 더구나 검찰이 내세운 침몰원인이 진실과 거리가 먼 것일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세월호에 실려 있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야만 한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규명을 위한 중대한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인양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모습을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세월호참사를 그만 잊어버리길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월호 침몰원인과 관련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운 것인지 그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이 와중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비용문제를 들며 인양 반대의 선봉에 서고 있다. 세월호참사가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여 일어난 것이라는 것을 벌써 잊은 듯 ‘돈’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세월호 선체 인양은 단순히 세월호를 물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실종자를 찾는 방법 중 하나이며, 침몰 당시 세월호의 상황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인양은 반드시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세월호 인양을 위하여 정부가 구성할 인양TF에 민간 전문가 외에 실종자 가족들이나 희생자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실종자 수색에도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보여준 것은 결코 최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종자 혹은 희생자 가족들의 감시와 참여가 늘 필요했다. 인양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실종자 혹은 희생자 가족들의 인양에 대한 강한 의지가 결합할 때만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세월호를 생각해야 할 때

 

어제(18일)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세월호가 제대로 인양될 때까지 팽목항을 떠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세월호참사의 현장이자 인양에 대한 감시의 교두보가 될 팽목항에 그 수가 어찌되었든 계속 머물 것이라고 한다.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함께하고, 팽목항을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는 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글을 통해 국민들께 호소 드린다. 실종자 가족들과 희생자 가족들이 지킬 팽목항으로 찾아가 실종자들을 함께 위로하고, 제대로 된 인양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감시해주었으면 한다.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이 부족하여 멀리 있는 소방서에서 진화를 맡고, 정작 실내에는 소화기 1대만이 비치되어 있었던 담양 펜션 사고에서 보듯이 여전히 우리나라는 위험하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시되고 있다. 세월호참사를 잊으면 참사가 반복되어 무고한 생명이 또 희생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부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쉽게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세월호를 잊지 말고 서로 조금만 더 힘을 보태었으면 한다.

 

 

박주민 / 변호사

2014.11.1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