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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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하여

 

이대훈

이대훈

올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인권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이 있었고 유엔 총회에서는 강경한 대북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내년 초부터는 이러한 결정과정을 반영하는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되어 조사와 압박을 높일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북한인권’ 운동단체들의 국제적 노력과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압박, 그리고 유엔 인권기구의 수년간의 논의와 조사에 기초한 결과이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 내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성과 처벌을 의제로 선정하는 수순으로 확실히 진입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협소한 해석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최근 북한인권 이슈의 전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적지 않다.

 

자국 인권문제를 들고 나온 북한

 

북한 당국은 올해 9월 13일 조선인권연구협회 이름으로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10월 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최초의 설명회를 가졌다. 새로운 태도를 보인 것이다. 북한은 이후에도 대미·대남 비난의 수위를 높였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예측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꾸바 정부는, 북한 정부가 인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국제사회가 환영하며 국제적 협력을 통해 상황을 개조한다는 골자로, 책임자 처벌 항목을 삭제한 수정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수정안은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찬성표와 기권표를 얻어냈다.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안보리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하는 의제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유엔 결의안 자체도 대화와 교류협력을 촉구하고 있거니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마르주끼 다루스만이 최근 언급한 것처럼, 이번 총회결의안 이후 오히려 ‘국제협력’ 의제가 기존의 ‘책임자 처벌’ 의제만큼 중요하게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압박의 한계 또는 불확실성에 따라 협력의 가능성이 더 진지하게 모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엔 체제에서는 ‘모든 국가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협력하고 군비감축에 동참하여야 한다’는 방향에서 협력과 군축을 연결시켜 강조해왔다. 즉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서 책임성만 강조하던 흐름에서 이제는 책임성과 협력을 어떻게 병행해야 하는가의 의제로 옮겨가는 길을 검토해야 한다.

 

남북한 인권은 한반도 차원의 문제

 

남북한의 인권문제를 공평하게, 상호적으로, 인권기준에 입각하여 접근하자고 제안해온 한국의 인권단체와 연구자들은 지난 10여년간 북한 인권상황이 북한 내부의 문제임과 동시에 준전시상태인 한반도 문제의 일부임을 강조해왔다.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국가폭력, 군사주의 이념 역시 남한 내부의 문제임과 동시에 분단체제의 산물인 것처럼 말이다.

 

남북한의 출혈적인 군비경쟁과 군사비 지출, 그리고 강력한 군사주의 문화와 이념 역시 남북한 양쪽이 다르면서도 비슷하며 또 각각의 인권침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정치수사적 골방에서 빠져나와 남북관계의 변화를 통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 남북한 인권 차원의 협력과 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해왔다. 인권과 평화를 함께, 또 실질적으로 개선하자는 ‘남북한 인권협력’의 접근법이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한국 시민사회와 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남다르게 그리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남북한 인권협력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정치적 기준이 아니라 인권의 기준에서 정립해서 인권과 정치를 분리시킬 수 있다. 남북한 협력과 국제적 협력의 병행과 인권개선의 윤리성 유지,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다면적 협력,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효과를 내는 갈등예방적 인권협력 등이 이러한 원칙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교류와 협력으로 풀어가야

 

그리고 대북 인권 감시와 비판을 전개하면서도, 동시에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과 대화 및 교류를 남북한이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한 인권 분야의 상호 이해와 개선을 위한 대화와 교류에는 일차적으로 시민사회와 인권전문가들의 주도성이 요구된다. 북한 당국의 공직자와 연구자들이 인권 분야에 적절한 자문과 훈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3국이나 유엔의 인권전문기구가 개입하는 데에도 한국 시민사회가 주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같은 인권협력의 정책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노력을 취하면서, 남북한 주민과 단체들의 접촉면을 늘리고 각종 교류 및 협력사업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또한 남북한에서 인권 분야에 민간 대사(민간 인권외교) 및 정부 수준의 대사를 선임하여 민관 채널의 대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한국 인권단체들이 그동안 제안해온 정부 수준, 전문가 수준, 시민사회 수준의 인권대화와 협력을 적극 전개해서 주도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대훈 / 성공회대 연구교수, 평화학

2014.12.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