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자원개발로 포장된 총체적 부실
이명박(MB)정부 시절 이루어진 부실한 해외자원 개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론은 연일 부실을 성토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해외자원 개발의 자본 회수기간은 20년에서 5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있으니 좀더 지켜보고 평가해야 한다”며 지금 성과를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원개발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회임기간이 길다는 특성을 생각하면 최부총리의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MB정부 해외자원 개발사업에 이를 대입하는 건 무리가 있다. 자원개발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탐사-개발-생산’의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 MB정부 시절 자원투자를 탐사단계부터 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이미 생산하고 있는 해외광구에 대한 단순 지분투자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가장 투자액이 많았던 석유공사를 보면 MB정부 5년 동안 18조원이나 투자했지만 이 중 95% 이상은 기업인수거나 지분투자였다.
해외자원 개발의 실상은?
게다가 해외자원 개발 자원 중 국내 도입이 가능한 것도 별로 없다. 석유공사는 미국 ANKOR광구, 캐나다 Harvest광구 등 총 9개의 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했지만 이들 사업으로부터 국내로 도입된 물량은 전무하다. 해외자원개발의 취지는 한국기업이 해외자원을 자주적으로 개발해 국제정세 불안으로 자원수급이 문제되는 비상상황에도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한다는 데에 있는데 국내 도입이 어렵다면 이런 자원개발은 ‘자주개발’과 거리가 멀다.
이런 방식의 사업은 ‘무늬만 자원개발’일 뿐 일반 재무투자와 다를 게 없다. 또 지분에 비례해 매년 수익을 배당받기 때문에 투자성과도 바로 확인된다. 그런데 이런 사업에서 수익은커녕 온갖 부실과 대규모 손실이 밝혀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석유공사는 무려 1조 2000억원이나 주고 매입한 캐나다 하베스트 정유회사 날(NARL)을 최근 ‘단돈’ 10억원에 팔아 엄청난 손실을 봤다. 날은 매년 화재와 가동중단을 거듭해온 문제의 시설로, 1986년에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가 단돈 1달러에 매각한 정유회사지만 석유공사는 현장실사 한번 안하고 이 회사를 매입했다.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도 마찬가지다. 광물자원공사는 사실상 부도가 나서 대주주도 손을 뗀 이 희망 없는 사업의 10% 지분 투자자에 불과했음에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더 투자해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부실투자의 결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공기업은 거의 고사상태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3사만으로도 MB정부 기간 부채는 42조원이나 늘어났다. 광물자원공사는 사실상 자본 잠식상태에 있다.
천문학적 손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앞으로도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국부유출 자원외교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까지 31조원 이상의 추가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부실요인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 막대한 투자금 또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MB정부 해외자원개발 문제를 지금 철저히 밝히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경환 부총리의 주장은 이런 MB 해외자원개발 실상을 은폐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꼼수일 뿐이다.
MB정부는 해외자원 개발로 40조원이 넘는 돈을 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사업의 두배나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을 사기업 부리듯 해외자원 개발로 내몰았다. MB측근 공기업 사장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묻지 마 투자’를 했다. 이 극판에서 공기업 사장은 주연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총감독이었다. 이들은 껍데기뿐인 해외자원 개발을 포장하고 국민을 속이기에 바빴다.
이 극판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 모든 사업이 부실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간 총체적 부실이었다. 그런데 주연이었던 공기업 사장과 총감독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한마디의 사과도 일말의 책임도 없이 슬그머니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파산 직전의 공기업과 42조나 되는 부채가 남았다. 결국 이 부채는 국민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 MB 자원외교와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장밋빛 홍보와는 다르게 국민들에게 어마어마한 빚과 천문학적 손실만 남긴 대재앙이었던 것이다.
고기영 /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경제학
2015.1.1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