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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육아문제의 해법: 혼자 키우기에서 함께 키우기로

 

이경란

이경란

요즘 아이를 기르는 일이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2014년의 보육재정 문제에 이어 2015년 벽두에는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다. 다양한 해법이 제안되지만 개선속도는 느리고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다시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살펴보며 해법을 찾아 실행할 때다.

 

아동학대 문제는 해묵은 숙제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정과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 문제가 등장했다. 훈육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아이들에 대한 폭력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도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는 밑바닥에는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고립’된 구조가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나이별로 나뉜 방 안에서 법으로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따라 교사 한명이 여러 아이를 돌본다. 교사는 저임금으로 장시간 점심 한끼 제대로 먹을 여유가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아이들은 ‘그’ 교사와 함께 생활하며 다른 어른이나 다른 나이 아이들과는 어울릴 시간이 매우 적다. 가정에서도 아이는 대체로 하루종일 엄마나 아빠 한명과 생활한다. 엄마나 아빠는 아이를 돌보면서 살림도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설 준비도 하며 마음이 바쁘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고립감과 신체적·정신적·정서적 피로는 상당한 수준이나 해결할 수 있는 통로는 막혀 있다.

 

아동학대를 막고 제대로 양육할 방안은

 

아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그’ 사람의 생활과 양육태도, 사회적 태도나 건강, 정서와 지식 상황 등에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그’ 한 사람밖에 없다면 어찌될까?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정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어찌될까? 또한 고립된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보려면 훈육과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배우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섬세하게 지켜보고 도와줄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자연과 세상을 만나러 바깥으로 손잡고 돌아다닐 수도 없다. 결국 아이는 놀면서 클 수 있는 권리와 스스로 세상을 탐험할 기회를 빼앗긴다.

 

문제해결 방법은 거의 다 제안되어 있다. 보육시설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를 함께 돌보고 서로 돕는 구조를 마련하면 된다. 제도로 말하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일과 복수담임제, 그리고 교사회의 활성화이다. 두세명의 교사가 함께 있으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게 하면서도 섬세하게 봐줄 수 있고 바깥나들이도 자주 갈 수 있다. 방 문을 열고 아이들과 교사들이 오가기만 해도, 교사들이 서로의 양육태도를 점검해줄 수 있고 교사회의에서 논의하여 개선할 수 있다. 아동학대를 구조적으로 방지하며 아이들과 교사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부모참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또하나의 해법이다. 어린이집을 개방하고 운영위원회를 실질화하는 일이다. 보육시설에 부모들이 드나들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고 운영에 참여할 때 부모들은 안심하고 보육시설을 믿는다. 부모와 교사가 일상적으로 아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알게 되면, 보육교사의 처우, 교사교육의 활성화, 교사 대 아동 비율 낮추기 등은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제도적으로 어린이집을 개방하고 운영위원회를 실질화하면 이런 문화는 확산될 것이다. 이런 전망을 갖고 양육주체인 부모와 교사가 함께 제도개선에 앞장서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감시와 처벌을 넘어 믿음과 협력으로 풀어야

 

협력적 보육은 실현 가능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설립된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가 운영에 참여하고 교사회를 중심으로 협력보육을 하는 보육시설을 운영해왔다. 그것이 제도적으로는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을 돕기 위해 공동육아사랑방이나 서울시 공동육아 돌봄공동체 등 이웃끼리 아이를 함께 키우고 마을에서 아이를 돌보는 관계망도 생겼다. 이 또한 부모와 교사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는 보육시설에 문제가 발생하면 시설을 폐쇄하고 교사를 해고하고 어린이집을 퇴소하면 된다고 한다. CCTV의무화로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부모의 불안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이 폐쇄된 후 아이와 다른 교사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 적응해야 하고, CCTV가 있어도 부모는 더 불안하다. 감시와 처벌 강화는 불신만 더 키울 뿐이며, 그 자체로 교사와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제 다른 접근을 해야 할 때이다. 양육현장의 주체인 부모와 교사가 마을과 사회 속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갈등을 함께 풀어가는 자율적인 협력과 믿음의 관계망이 만들어진다. 정부는 그것을 지원할 제도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는 믿음과 사랑 속에서 큰다”는 당연한 말에서 출발하자.

 

 

이경란 /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2015.2.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