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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역할강화, 국민연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부모 부양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2년 70.7%에서 2014년 31.7%로 감소하였다. 같은 기간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9.6%에서 16.6%로, 정부, 사회 등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서 4.4%로, 그리고 정부·사회와 가족이 함께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18.2%에서 47.3%로 각각 증가하였다.

 

이상의 조사결과는 노후생활과 관련하여 본인 스스로의 역할 및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강조되는 방향으로의 의식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의식변화는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 공적연금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은퇴 후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강조되는 방법이 공적연금이기 때문이다.

 

소득보장성 강화 방안을 논의할 때

 

그런데 최근까지 공적연금의 개혁은 재정건전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왔으며, 이에 따라 공적연금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었다. 최초 제도 도입 시 70%였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60%로 인하되었으며, 2007년에는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을 40%로 인하하는 연급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공적연금의 소득보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명시할 필요성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처리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50%라는 수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공적연금의 소득보장성을 강화할 다양한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등 아쉬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연금의 소득보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이 기초연금을 정상화할 적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은 지난 대선 이후 기초노령연금을 대체하여 도입되었다. 기초노령연금은 2007년 국민연금법 개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는데, 조세를 재원으로 하고, 지난 3년간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월액의 평균액(A값)의 5% 수준에서 급여를 지급하되 점진적으로 10% 수준까지 급여수준을 확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기초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하되 최초 A값의 10% 수준에 해당하는 연금급여를 65세 이상 노인의 약 70%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급여수준이 국민연금 수준과 연계되어 있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초연금 급여가 줄어드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의 급여수준이 임금상승률에 연동되어 있던 것에 비해 기초연금의 급여수준은 물가상승률에 연동되어 있어 단기적으로는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급여수준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급여수준이 작아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즉 기초연금제도는 현재의 노인세대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수준이 보장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여수준이 낮아지고 공적연금으로서의 역할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문제점을 개선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 정상화로 논의를 확대해야

 

기초연금의 정상화는 공적연금의 역할 강화로 이어지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에 비해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국민연금이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만이 연금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제도인 데 반해 기초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는 기초연금제도의 정상화가 노후소득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현재 평균적인 소득을 갖고 있는 가입자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이지만, 저소득층은 보다 높은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예상 월액표에 따르면 가입기간 중 기준 소득월액의 평균값(B값)이 5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이미 10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저소득 노인의 경우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더라도 실제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 반면 기초연금 정상화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은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지만, 기초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한다. 따라서 보다 누진적인 조세를 통해 재원조달을 할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으로부터 많은 재원의 조달이 가능하다. 즉 재원조달 과정에서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상의 논의는 공적연금의 소득보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모두 포함하는 공적연금의 역할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공적연금 소득보장성 강화와 관련된 논의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및 이에 상응하는 보험료 수준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기초연금 정상화와 관련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전승훈 /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2015.5.1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