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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과 제주의 미래

오신범

오신범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 국토연구원 그리고 (주)유신이 중심이 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총괄연구기관 한국항공대 산학협력단)에서 제주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성산지구를 선정 발표하였다. 원희룡 도정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제주의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라고 했지만, 수백년 동안 이어온 마을공동체가 사라질지 모르는 성산읍 제2공항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 소속 마을회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면서, 벌써부터 ‘제2의 강정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주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허술하게 지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허술하게 설계한 ‘제주 백년대계’에는 탐욕의 손길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기존 제주공항 확장안에 대해 2012년 국토연구원 용역에서는 5.6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번 연구용역은 근거자료도 없이 9.4조원으로 산출하였다. 바다를 매립하는 간척사업을 진행하여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산정함으로써 공사비가 부풀어난 것이다. 반면 제2공항 건설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4~5조원으로 추정했다.

 

의문투성이 연구용역 결과

 

이번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에서는 제주도에서 가장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국가 공식기관인 기상청이 인정한 고산이 아닌 표선으로 꼽았다. 이후 표선에 위치한 정석비행장이 제2공항 부지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 반대위가 기상 전문가를 통한 기상감정서를 제시하자, 국토교통부는 기상자료의 실제 출처가 정석비행장인데 ‘단순 오타’로 성산기상대로 잘못 표기했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공식 문서의 출처를 오기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그 출처가 정석비행장이라는 것은 더욱 문제다. 정석비행장은 영리법인으로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에 있어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며, 이 자료에 나타난 안개의 정의, 데이터 등은 상식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연구용역에 필요한 자료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공식발표한 자료 및 외국기준 등을 조사·검토하여 공신력 있는 최신자료를 적용해야 하며, 그 출처와 적용 배경을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신도-1 지역은 ‘1단계 후보지 소음평가’ 결과 9등급으로 탈락했다. 그런데 평가의 기준이 된 신도-1의 ‘소음등고선도’가 신도-2 지역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신도-1 지역은 소음이 미미한 바다와 인접한 해안형 지구다. 이는 용역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가장 유력했던 신도 지역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천연동굴, 철새도래지 등 제주 천혜의 자연환경 훼손 문제가 불거졌고, 제2공항에 공군기지를 건설한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올해 4월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요약본이 공개되었는데, 비행 안전을 위해 10개의 오름을 절취해야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제2공항 부지를 성산지구로 선정한 이유가 이곳이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입지라는 국토부의 발표와 배치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을 책임지는 원희룡 도지사도 “환경보호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고, 만에 하나 중차대한 환경훼손이 발생한다면 재검토의 요구도 고려할 만큼 제주의 환경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라고 누누이 말해왔었다.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입지 선정과 절차적 정의의 문제 외에 또다른 문제는 제2공항 건설의 타당성 여부 자체이다. 제주도의 환경, 생태계 용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양적 팽창 중심의 타당성 분석에 근거해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미 제주는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와 인구 급증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제주도는 전국 대비 평균에 못 미치는 임금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기인한 관광공해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교통체증 심화, 생활쓰레기의 폭발적 증가, 하수처리 용량 초과, 지하수 고갈, 부동산 가격 폭등, 범죄 급증 등 각종 사회문제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하수처리장은 작년부터 처리용량을 초과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바다에 1년간 오수를 투입해 왔음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45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가정한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제주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환경·생태계의 임계치를 넘어선다면 제주 관광의 토대인 자연뿐만 아니라 경제와 도민들의 삶까지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과 같은 관광객의 양적 팽창 중심 발전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일반 도민들 사이에서도 급속히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선택의 여지마저 닫아버릴 수 있다. 제주 제2공항이 풍요로운 미래로 가는 길인지, 독이 든 성배인지를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은 제2공항 건설을 서두르기보다는 그것이 과연 제주도의 미래에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것인지 분히 숙고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

 

오신범 /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홍보차장

2017.11.2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