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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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서남대 폐교가 말해주는 것: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의 신호탄

윤지관

윤지관

교육부가 지난 11월 17일 서남대에 대한 폐교 방침을 확정하고 행정예고에 들어감으로써 서남대의 폐교가 임박했다. 대학의 강제폐쇄가 처음은 아니고 서남대의 경우 지난 8월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제출한 인수계획을 교육부가 거부함에 따라 이미 예상된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남대의 폐교는 교육부의 관료주의적 대학행정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향후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기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히 한 비리대학의 폐교 조치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폐교 조치인가

 

서남대 사태는 사학을 통제하면서 그와 결탁해온 교육부의 관료주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설립자 이홍하씨의 비리로 불거진 서남대 사태는 대학의 공익성보다 사학재단의 소유권을 중시해온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미온적인 대처로 장기화되었다. 대학 구성원들은 그동안 비리재단과 싸우는 동시에 대학을 살리기 위해 갖은 희생을 치렀으나 폐교 결정으로 학생은 주변 대학 편입으로, 교수와 직원은 대책 없는 해고에 내몰렸다. 학생의 편입은 보장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폐교 사례에 비추어 학생의 절반은 편입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반면 문제를 야기한 구 재단 측은 현행법에 의거하여 부동산을 비롯한 잔여재산을 같은 계열의 재단에 귀속시킬 수 있게 되었고, 재단이 해산됨에 따라 333억 교비횡령액에 대한 변제의무도 사라졌다. 이같은 해결방안이 얼마나 비교육적이고 불합리한가는 자명하다.

 

학생의 교육권과 교직원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 비리 당사자를 실질적으로 면책시키는 이같은 조치는 교육부가 서남대 인수에 나선 대학이나 기관들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것이다. 교육부는 인수희망자들이 횡령액에 대한 변제책임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하곤 했는데, 대학교육의 공적인 의미보다 행정상의 기준을 우선하는 관료주의적 행태가 이런 파국을 초래한 셈이다. 또한 폐교가 비리재단에 대한 징벌임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사학재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도 의문이다. 구성원들이 대학을 살리려고 애쓰는 동안 구 재단 측이 앞장서서 폐교를 제안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지난 정부 답습하는 대학구조조정 정책방향

 

서남대 사태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조치가 현재 교육부가 취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의 방향과 맺어져 있다는 점이다. 서남대 폐교는 비리대학 정리라는 명분과 아울러 평가에서 하위를 받은 부실대학을 퇴출시킨다는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정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번 폐교가 서남대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로 일어날 폐교 사태의 신호탄임을 말해준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입학정원 축소는 불가피한데, 이미 일정한 감축이 있었거니와 매년 그 폭은 확대될 것이다. 현재의 대학정원과 인구감소 추세 및 진학률을 감안하면 10년 후 대학 전체의 규모가 적어도 현재의 3분의 2, 많게는 2분의 1로 축소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교육부의 직분은 대학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고 학생의 교육권과 교수들의 연구 및 교육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여 대학이 겪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보수정권은 평가를 앞세워 대학을 줄 세우고 하위등급에 속한 대학들에 정원축소와 재정지원 제한 등 징벌을 가하는 방식의 강제조정을 시행하였다. 이 때문에 전국 대다수의 대학들은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갖가지 편법까지 동원하고, 대학 간에는 물론 학과 사이에도 사활을 건 경쟁이 격화되었다. 정부는 평가를 앞세우고 재정지원을 미끼로 이를 부추겼다. 결국 대학 본령의 훼손과 왜곡이 극에 달했으며 이것이 촛불혁명의 한 도화선이 된 이대 사태의 원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이 정권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정책에 관한 한 박근혜정부가 수립한 경쟁 위주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기본 방향을 그대로 답습하고 시행할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정부가 수립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사업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사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표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확정한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곧 발표를 앞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역별 평가 도입이나 자율조정 확대 등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고 하나, 대학 간의 경쟁을 통한 하위대학 퇴출이라는 전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를 비롯하여 대학노조, 비정규교수노조, 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등 대학 관련 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방침에 반발해서다.

 

서남대 사태는 앞으로 이같은 신자유주의적인 대학구조조정의 결과가 대학현장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들고 왜곡시킬 것인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대개 비리사학은 부실대학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다 해도 특히 지방 중하위권 대학은 학생 감소로 인한 부실성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차적으로는 이들이 퇴출대상이 되겠으되 이어서 수도권의 중하위대학들도 이 추세를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학들이 조정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폐교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받지 못할 것이고, 교수들은 직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현장의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공적지원이 필요하나, 현재로서는 이를 위한 기금도 예산배정도 일절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장기적 전망에 기반해야

 

물론 부실대학을 없애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일반적인 정서인 점도 있다. 현 교육부도 사실상 이런 여론에 기대어 하위대 퇴출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박근혜정부가 대학을 줄 세우면서 내세운 바로 그 논리이기도 하다. 왜 이것이 문제인가? 동일지표에 따른 상대평가 방식은 최상위에 해당되는 일부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들 사이의 생존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피해는 저소득층이 주로 재학하는 전문대 및 중하위계층 출신이 다수를 이루는 4년제 중하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주로 입게 된다. 반면 상위대에는 자율조정이 허용되고 재정지원이 집중될 전망이어서 대학 간의 위계와 서열구조는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세칭 일류대일수록 상류계층 출신 학생이 다수를 이루게 된 현실에서 과연 이같은 방식이 현 정부의 이념적 지향과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들을 생존경쟁으로 몰아넣는 신자유주의적 대학구조조정은 중단되어야 하고, 장기적인 전망에 바탕한 새로운 대학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10년 넘게 지속될 조정기간 동안 전국 대학생의 반수 이상이 재학하는 중하위대학들을 서남대처럼 방치하는 것은 온전한 국가의 교육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그 대학기관에 재직하는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퇴출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사자의 생존권도 생존권이지만 이것이 한 국가의 장기적인 연구정책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하에서 대학교육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교육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구조조정정책도 이를 통해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병폐를 바로잡는다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대학의 과도한 서열구조를 어떻게 완화 내지 해소할 것인가, 그리고 사학 중심의 대학편제를 어떻게 공영체제로 개편해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집중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사립대학들 가운데 살릴 수 있고 또 살려야 하는 대학들을 정부지원을 통해 공영형으로 바꾸어나가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위대 몰아주기와 하위대 징벌하기 방식의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하는 한, 앞으로 수많은 서남대가 생겨날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서열은 더 굳어지고 대학이라는 기관 자체가 불평등의 산실이 되고 있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윤지관 / 덕성여대 교수, 한국대학학회 회장

2017.11.2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