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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대란, 쟁점과 과제

정대영

정대영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광풍과 논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가상화폐는 사람에 따라 쓰는 이름도 암호화폐, 디지털화폐, 가상징표 등으로 다르다. 가상화폐의 미래가치 평가도 극에서 극으로 갈린다. 전문가들의 토론이나 글을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투기 열풍에 휩쓸린 사람들의 재산 손실과 심리적 타격이 심각하고, 이들은 관련 업계 사람들과 함께 이익집단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득세, 상속세 등의 탈루와 함께 국부 유출 가능성도 있다. 정책당국의 대응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 이와 관련된 쟁점과 대응 방향 등을 살펴보자.

 

비트코인?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이해하려면 가상화폐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이고 기반기술인 블록체인(block chain)을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이라 하여 정보를 집중하는 중앙처리기관이 없이 정보가 참여자에게 분산 관리되는 시스템이다. 즉 정보를 담은 블록을 암호기법을 통해 조작할 수 없게 하여 참여자의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관리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개별 블록은 암호에 의해 마감되는데, 가상화폐는 이 암호를 먼저 푼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는 징표이다. 이들 세계에서는 암호를 풀어 징표를 획득하는 것을 채굴(mining)이라 하고, 가상화폐 대신 암호화폐라는 말이 사용된다. 가상화폐의 종류는 거의 매일 새로운 것이 생겨날 정도로 아주 많고, 블록체인의 운용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가상화폐의 원조인 비트코인과 해당 블록체인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①일정기간 동안 발생한 거래정보를 블록 단위로 기록한다. ②약 10분마다 블록의 암호가 풀리면서 암호 해독자가 비트코인을 획득하고 블록이 마감된다. ③마감된 블록의 총 정보는 거래정보와 암호의 합이고, 이를 암호기법인 해시 계산기로 출력한 값이 다음 블록의 시작 정보가 된다. ④마감된 블록의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전송한다. 블록의 유효성이 확인되면 기존 블록에 연결하여 보관한다. ⑤새로운 블록은 앞 블록 총 정보의 해시 값을 시작으로 새로운 거래정보가 기록되고, 다시 암호가 풀리면 블록이 마감된다.

 

각 블록은 비가역성이 있어 조작이 어려운 해시 값으로 체인처럼 연결된다. 이러한 블록체인의 거래기록 변조를 위해서는 조작 대상 이후의 모든 블록을 신규 블록 생성 이전에 조작해야 하는데 현존하는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블록체인은 중앙확인 절차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신뢰확인 시스템인 셈이다. 블록체인은 크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접속에 제한이 없는 일반(public) 블록체인과, 개별 기관에서 자신의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사적(private) 블록체인으로 나누어진다.

 

종합해보면 가상화폐는 특정 블록체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에게 해당 블록체인의 신뢰확인 등 유지에 기여한 댓가로 주는 보상이다. 해당 블록체인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는 해당 가상화폐는 가치가 없게 된다. 인터넷게임의 게임머니와 비슷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특히 금융 분야의 지급결제에서 유용성이 크다. 분산원장형 지급결제는 결제정보의 중앙집중기관이 없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수용할 수 있어 외환과 같은 복잡한 결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공인인증서의 대체, 가상투표와 여론조사, 생산과 물류의 관리, 계약인증과 등기부의 보관 등 여러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블록체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이고, 안전성이 높으면서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성,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관계, 가상화폐의 미래가치 등 논란이 많은 주요 쟁점에 대해 좀더 짚어보자.

 

쟁점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첫째, 블록체인이 인터넷 이상으로 세상을 바꾸는 미래의 기술이 될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이 닥쳐봐야 안다고 주장한다. 부정적 의견을 가진 사람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방식이 중앙집중 방식보다 항상 더 자율적이지는 않고, 분산원장 방식의 효율성과 신뢰성이 높은 분야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의 장점인 정보의 수정 불가능이 확장성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일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같이 가야만 하는 것인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반 블록체인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서는 참여자에 대한 보상(가상화폐 지급)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반대로 같이 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전적 보상이 아닌 자발적 참여로도 블록체인의 운용이 가능하며, 기술 발전 등으로 블록체인 운용방식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가상화폐의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 가상화폐와 관련있는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경우 채굴 수량이 총 2100만개로 제한되어 있어, 다른 가상화폐는 몰라도 비트코인은 사이버상의 귀금속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실제 사용가치가 높아 비싼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반대쪽의 사람은 투기가 사라지면 가상화폐의 가치는 거의 ‘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비슷한 가상화폐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공신력 있는 금융기관 등이 가상화폐를 만들면 기존 가상화폐의 가치는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분명한 것은 가상화폐의 가격과 해당 블록체인의 효율성이 역의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르면 채굴비용이 비싸져 해당 블록체인의 효율성은 낮아진다. 이미 비트코인은 송금비용이 소액의 경우 은행보다 훨씬 더 비쌀 뿐 아니라, 송금금액보다도 수수료가 더 큰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넷째, 가상화폐가 미래에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인가? 이에 대해 가상화폐가 세계 기축통화인 미 달러까지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화폐의 본질은 소재가치나 국가권력보다는 신뢰이기 때문에 가상화폐도 미래에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화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화폐는 교환의 매개, 가치척도, 가치저장의 기능이 잘 작동해야 하는데 가상화폐가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기는 앞으로도 매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가상화폐의 가치 유지를 위해 비트코인과 같이 발행량이 한정되는 경우에는 경제규모 확대에 대처할 수 없어 화폐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디플레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발행에 제한이 없으면 화폐의 양이 너무 많아져 심각한 인플레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국가적 손실을 줄이려면

 

이렇게 주요 쟁점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미래가 불확실한 기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손실을 보고 국가가 혼란에 빠져 있다. 이는 정책당국의 잘못된 대응,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오도, 부동산투기 등을 통해 쉽게 돈을 버는 한국사회의 병리 현상이 결합된 결과이다. 금융실명제와 자금세탁 규제 강화, 철저한 과세 등 정부의 정책 방향은 대체로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 결정적 문제이다. 6개월 정도 전에 지금과 같은 정책이 있어야 했다. 정책당국자들이 비트코인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적기에 정책이 시행될 수 있을까? 부처님 말씀 같지만 실력 있는 사람이 정책을 담당하게 하고, 정책당국자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가상화폐와 관련하여 이미 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불했다. 교훈을 얻고 제도가 보완된다면 그나마 덜 억울할 것이다. 금융실명제와 자금세탁 방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득세포괄주의 도입을 통한 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소득에 대한 과세에 제약이 많다. 한국의 소득세법은 열거주의로 되어 있어 가상화폐에 대해 과세하기 위해서는 법에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가상화폐를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등 소득세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법에서 정한 비과세 항목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형태의 소득도 과세 대상이다. 당연히 가상화폐 관련 소득도 과세대상이다. 유럽에서의 가상화폐 과세 논의는 소득세가 아니고 부가가치세의 과세 여부였다. 한국은 과거 전환사채와 같이 새로운 금융기법을 이용한 재벌의 재산편법 상속도 과세하지 못했다. 가상화폐와 같이 소득세법에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소득은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이다. 소득세포괄주의에 대한 논의라도 시작한다면 가상화폐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조금이나마 벌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2018.1.2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