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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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자영업자

인태연

인태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공방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정쟁적 요소가 개입되거나 협애한 이해로 인해 현실과 괴리된 주장들이 횡행하고 있다. 단순논리의 양 측면은 최저임금이 인상됨으로써 영세상인들이 다 죽는다거나 반대로 다른 요인들이 더 문제인데 엄살 떨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인식과 태도는 최저임금 인상의 본래 취지를 무너뜨릴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소비증가로 이어나가 소득주도성장을 이루겠다는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소득증대와 노동환경 개선의 과정에 동참해야 할 세력 중에 중소상인자영업자 계층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600만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에게 고용된 노동자들도 350여만명에 달한다. 무임금 가족노동자들이 100여만명에 달하고 미등록 자영업자들도 수십만명이라 하니 자영업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고용시장이기도 한 것이다. 아울러 이들 중소상인과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은 소비시장을 떠받치는 가장 귀중한 소비집단이다. 산업적 가치, 소비시장의 가치, 노동시장의 가치, 이것은 곧바로 가장 효율성 높은 복지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를 반영해야 정책은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자영업 위기의 근본 원인

 

우선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영업자들의 고통의 본질을 잘 살펴야 한다. 자영업자의 월평균 수입을 보면 150만명이 100만원 미만이다. 여기에는 무수입과 적자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150만명 정도가 100~200만원의 낮은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다. 창업 후 3년 내 폐업률이 60%에 달한다. 사업비용은 60%를 외부에서 조달한다. 2016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가계부채의 뇌관인 자영업자 빚이 1인당 9382만원이다. 그런데 왜 가망 없는 자영업시장은 포화상태인가? 자영업자의 80%가 “대안이 없어서”라고 답한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대형유통재벌들의 시장 독점 욕망에 있다.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복합쇼핑몰 등이 시장독과점을 위한 재벌들의 무기이다. 전통시장, 골목시장을 빠른 시일 내에 광범위하게 붕괴시키는 재벌유통의 독점화 과정은 그대로 자영업자들의 붕괴 과정이다. 그뿐 아니라 대기업과 연관된 가맹점, 프랜차이즈 등 대리점 사장님들의 목을 죄는 수탈체계는 집요하고 잔인하다. 불공정한 카드수수료 체계와 통제되지 않는 임대료도 자영업자들을 먹이 삼은 사나운 맹수와 같다. 자영업자들이 일군 시장을 파괴하고, 빼앗고 수탈하는 자본의 무한증식 욕망이 위기의 근본적 원인이다. 이처럼 자영업 위기의 수면이 턱밑에 이른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그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좀더 차원 높은 시각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의 근본적 위기 극복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이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른 쪽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그것이 다시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악순환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 이것을 무시할 경우 위기는 작은 데서 시작해 전체를 무너뜨리는 경제적 재앙으로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앞으로도 상승할 예정이다. 자영업자들의 위기 극복은 최저임금 상승 방향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대형유통재벌의 시장 독점화 과정을 시급히 중단시켜야 한다. 최근 복합쇼핑몰의 등장은 전통시장, 골목시장 전체를 무력화시킬 재벌의 최종적 무기이다. 가맹점, 프랜차이즈, 대리점 등에 의한 수탈체계를 막는 법제화도 시급하다. 그러나 법제화 과정이 너무 지난하다. 이런 것들은 재벌을 비호하는 정치세력들에 의해 10년 이상 진전을 보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당사자들의 참여

 

이 시점에서 나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루는 사회적 시스템이 가동되기 바란다. 법제화 이전이라도 자영업자와 노동자 그리고 유통대기업 등 관련 당사자들의 사회적 협의 테이블을 정부가 나서서 지속적으로 이끄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노사정위원회가 자영업 관련 분야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물론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거대 단체가 대표되는 노동계와 달리 자영업자들의 집단은 업종과 지역에 따라 대단히 복잡하지만 무엇이든 한번에 이룰 수는 없다. 문제는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을 대한민국 산업의 주체, 경제민주화의 주체로 바라보기를 주저하는 관행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협의 과정을 통해 자영업자와 그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상호이해를 넓히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유통대기업이 양보를 통해 선순환경제를 이루는 것이 자신들의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는 자각에까지 이르도록 할 수 있다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도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바라는 소득주도경제는 경제의 모든 요소가 생생하게 살아 유기성을 가질 때 가능한 현실이 될 것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처한 위기의 본질과 현실을 더 깊이 있게 파악하고 그들 자신이 주체로서 자신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줄 때 탁상행정이 만들어낼 되돌릴 수 없는 재앙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한다. 내 자식들의 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노동자 친구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인태연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장
2018.1.3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