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한미연합사 이전과 남북관계
지난 3일, 한미 국방장관이 한미연합사령부의 평택 이전에 합의했다. 미국이 한미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전을 포기하고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어떤 의도일까?
‘한강 이북 안보 포기’라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이 결정된 것은 2004년에 체결된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이하 용산협정)에서다. 그런데 2003년 작성된 용산협정 초안을 보면 주한미군사만 평택으로 가고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는 잔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이 국방부와 합참이 있는 용산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를 잔류시키려 한 것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를 좀더 확실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한미연합사 및 유엔사 잔류는 용산기지를 민족공원화하려는 우리 국민의 바람에 배치되었고, 또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 한미연합사 해체는 당연한 수순이어서 용산협정대로 정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 때 합의된 2012년 전작권 환수가 이명박정부 때 2015년으로 미뤄지고 이어 박근혜정부가 이를 2015년 이후로 다시 연기하자고 하자 미국은 그 틈을 타 2014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연합사의 용산기지 잔류’ 및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뒤 한미연합사령부 유지’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한미연합사의 용산기지 잔류는 용산협정에 위배되는데다 용산기지의 민족공원화를 해치는 것으로 정당성이 없었기 때문에 2017년 미국은 한국과 국방부 영내로의 이전에 합의하게 된다.
이번 한미연합사의 평택 이전 결정은 신임 에이브럼스(R. Abrams) 주한미군 사령관이 국방부 영내 이전을 강력히 반대한 데 따른 것이다. 주된 이유는 “연합사 요원들이 서울 용산 국방부와 합참 건물에 분산 근무할 경우 ‘군사적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미군이 “보안 문제로 다른 국가의 기존 건물을 사용하지 않는 원칙” 때문이었다.(문화일보 2019.6.7) 결국 평택 이전은 국방부의 입지 조건이 한국군에 대한 안정적인 작전통제에 부적격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2014년 당시에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뒤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작전통제가 불확실한 상태였다면 2018년 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뒤에도 “현재의 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지속 유지하기로” 재확인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후 연합방위지침’을 채택하는 등 불확실성이 기본적으로 해소됐다는 미국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이 점에서 박지원 의원 등이 제기하는 ‘한미연합사 이전이 한강 이북 안보 포기 신호’라는 일각의 시각은 남한 재래식전력의 대북 절대적 우위를 무시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자 미군의 한국군 작전통제를 당연시하는 반주권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연합사 해체 없으면 미군 작전통제는 유지된다
한미연합사는 말만 ‘연합사’이지 사실은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작전통제를 보장하기 위한 기구다. 한미연합사에는 미2사단이나 주한 미공군 등 주한미군 전력은 편제되어 있지 않다. 주한 미육군·미공군은 미 태평양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정부 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합의하면서 연합사의 해체도 결정된 것이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지 않고 2018년 SCM 결정대로 “현재의 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지속 유지하기로” 하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더라도 속빈 강정이 될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미 종속적인 연합지휘체계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한국 군인이 연합사령부 사령관을 맡는다 하더라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합방위지침’을 보면 “연합군사령부는 양국 국가통수기구의 공동지침을 받는 군사협의기구로부터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한미 국가통수기구(대통령과 국방장관)의 공동지침이 정치적·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 정리될 것이 뻔히 예견된다. 또 노무현정부 때 미군이 한국공군의 작전통제권을 지금처럼 행사하도록 합의해준 예에서 보듯이, 한미연합사가 유지된다면 예하의 공군구성군 사령관은 주한미군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또 대량살상무기 파괴나 상륙작전 등 상황에 따라서 육군구성군, 해군구성군에 대해서도 미군의 작전통제를 보장해줄 가능성이 있으며, 한미연합사의 정보·작전·연습·기획·C4I(통합 전술 지휘 체계) 등 주요 참모조직의 부장에 미군을 임명함으로써 능력과 기술과 경험 면에서 앞서는 미군의 작전주도를 보장해주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반도평화체제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사 유지는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및 평양선언에 어긋난다. 한미연합사는 전시에 한미연합군의 대북 전쟁 수행을 지휘하는 전투사령부 역할을 하며 이를 위해 평시에도 대북 전쟁을 위한 군사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대비를 하는 기구다. 지난해 SCM에서 한미연합사의 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재확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안전을 약속하고 북미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또 종전을 선언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 위배된다.
한국(남한)이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아 한반도평화체제를 우리 국민과 민족의 요구에 맞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연합사 해체를 통해 온전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이뤄내야 한다. 남북 정상은 군사적 신뢰구축과 단계적 군축에 여러차례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선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미국은 이를 바라지 않는다. 또 미국은 대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 및 한미일 군사동맹을 공고화함과 동시에 한미동맹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면서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를 요구한다. 또 이를 구실로 작전성능이 한반도를 훨씬 벗어나는 각종 값비싼 무기의 구입을 강요하고 있다. 2019년 방위력개선비 15조 4천억원 중 해외무기도입비(해외정비 포함)는 5조 8천억원으로 그 80% 이상이 미국에 돌아간다.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과 단계적 군축에 대한 미국의 통제, 또 한국군을 대중국 견제세력으로 탈바꿈하려는 미국의 전략에서 벗어나려면 한미연합사는 평택 이전이 아니라 해체되어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의 온전한 환수를 통해 군사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박기학 /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2019.6.1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