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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구 일주택 세금 면제’ 환상 버려야

전성인

전성인

부동산정책이 온 국민의 질타 대상이 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래 언필칭 총 22차례의 부동산대책이 있었지만 ‘부동산 불패’라는 국민들의 인식은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이하에서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개략적으로 검토하고 부동산의 과다 보유를 방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비책’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2차례 대책과 종부세 트라우마

 

정권 초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은밀한 부동산 경기 부양’ 또는 ‘짐짓 보인 무관심’에 가까웠다. 문재인정부가 부동산가격 안정 정책을 명시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데는 참여정부 시절의 ‘종부세 트라우마’도 한몫했다. 노무현정부에서 근무한 이 정부의 핵심실세들은 종부세 때문에 참여정부가 곤욕을 치렀다고 생각해서 종부세의 ‘종’ 자도 꺼내길 두려워했다. 예를 들어 김수현 사회수석은 2017년 8월 3일 부동산 대책에서 종부세(보유세) 강화 정책을 제외하면서 “양도세는 발생한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고 보유세는 정규소득에서 낸다. 따라서 조세 저항이 더 심한 것은 분명하다”거나,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대해서 먼저 손을 대거나 누진구조에 변화를 준다면 상당한 서민들의 우려가 예상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가 변하기 시작한 시점은 주지하듯이 올해 중반부터다. 부동산가격 폭등에 민심이 이반하면서 이번 정부는 집권 이래 처음으로 경제정책에 관한 본격적인 부정적 여론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거의 모든 주택 구입에 대한 금융 연계를 단절하고, 부동산의 취득, 보유, 매각의 전 단계에 걸쳐 세금을 강화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고 임차인에게 적어도 한번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하는 등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단 하나의 치명적 급소’를 비껴갔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들 정책이 야기하는 불필요한 마찰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먼저 기존 정책의 문제점부터 살펴보자.

 

기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

 

첫째, 주택 구입에 대한 금융 연계를 단절하는 정책은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 중에서 유독 유동성이 부족한 계층의 시장 접근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나중에는 돈을 벌겠지만 지금 현재는 돈이 없는 계층은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당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정책당국자는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합리화하려 하지만, 갭투자의 유인은 방치한 채로 그 수단만을 훼방 놓는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취득과 매각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정상적인 주택 거래행위까지도 위축시킨다. 이 중 취득세는 아직 자산의 보유로부터 수익을 얻을지 손실을 볼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하는 것이므로 과세의 편의성 외에는 그 정당성이 취약하고, 매각에 대해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과다 보유 부동산이 시장에 매물로 풀려 나오는 것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셋째, 일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중과는 다주택 보유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는 것은 맞지만, 반대로 소위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시킨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수요에 추가하여 다주택을 매각한 사람의 신규 수요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채의 대명사가 서울 강남3구 지역의 아파트들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일가구 다주택 보유에만 규제를 강화한다면 강남3구의 대형 평형 아파트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강화될 것이다.

 

넷째, 다주택 보유자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 정책은 ‘조기 증여’나 ‘위장 이혼’을 통한 규제회피에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증여취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취득세 자체의 논거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증여취득세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좋은 정책적 선택이기는 어렵다.

 

이제는 재산에 과세해야 할 때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규 주택공급이나 임차인 보호와 같은 정책은 주택 과다보유에 대한 유인이 잔존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신규 주택을 공급해봐야 돈 있는 사람이 사재기하고 임차인 보호 조항을 강화한다고 해서 주택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 수요를 잠재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개인의 재산에 과세해야 한다. 재산을 많이 보유한 개인에 대해서는 세금을 많이 매기고, 재산이 없는 서민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가구 일주택은 면제’라는 환상을 확실하게 버리는 것이다. 일가구 일주택 보유자라도 그 주택의 가치가 높다면 재산이 많은 것이고 그렇다면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이 방식을 택할 경우 조기 증여나 위장 이혼을 해도 소용없다. 조기 증여해도 미성년자는 세금을 내야 하고 위장 이혼을 해도 주택을 양도받은 또다른 배우자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직 이 방식만이 ‘똘똘한 한채’를 통한 부동산투기 유인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 신규 주택을 공급하거나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이런 기반이 튼튼할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 과세방식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종래의 상식을 ‘재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새로운 상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과거에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논거가 조세 징수의 편의성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소득은 경제활동의 댓가다. 따라서 지금처럼 소득 창출이 부진한 세상에서 이런 행위는 장려해야 할 대상이지 세금을 통해 위축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지금은 흙수저가 열심히 일해서 연봉 1억 소득자가 되면 이를 소득세로 뺏어가고, 금수저가 할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아파트로 투기 이익을 얻는 것은 그대로 용인하는 그런 세상이다. 이보다는 상속받은 아파트에 과세를 강화하고 반대로 소득세는 조금 더 깎아주어서 흙수저도 재산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정책 아닌가.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걷기 어렵다는 김수현 사회수석의 말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직시해야 한다. 과연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한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을지 지켜보자.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20.7.29.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