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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의 가치가 우선되는 사회를 향해: 20대 대선 이후 4·16운동의 방향

박래군

‘국가의 부재’ 상황을 확인한 세월호참사

세월호참사를 목격한 시민들은 거리로, 광장으로 나와서 “이게 나라냐!”라는 피켓을 들었다. 국가가 국민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사라졌다. 세월호참사를 단지 ‘해상교통사고’로 축소하려는 세력에 맞서 시민들은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4·16 이후는 이전과 달라야 한다”고 외쳤고, 그 외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제시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목표에 시민들은 동의를 표했다.

 

이런 다짐과 약속, 그리고 그를 위한 실천활동 모두를 포괄해서 ‘4·16운동’이라고 부른다. 세월호참사는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상징했다. 돈과 효율만 추구하는 야만사회가 만들어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런 움직임은 2016~17년 촛불항쟁으로 발전해서, 참사 현장에서 국민을 구하지 않았으며 권력을 동원해 진상규명 요구를 조직적으로 탄압했던 대통령을 탄핵했다.

 

지난 8년 동안의 4·16운동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중심의 운동이었다. 세월호참사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을 변변하게 펼치지 못한 채 박근혜 정권에 의해 강제 종료되었고, 그뒤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했지만 조사보고서의 침몰원인은 ‘내인설’과 ‘열린 안’으로 갈렸다. 지금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조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참위는 오는 6월 10일 활동을 종료하고 9월 10일까지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로써 국가에 의한 공식 조사활동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었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부 규명된 부분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왜 구하지 않았는지,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은 검찰과 법원 등에 의해 종종 막히기도 했고, 문재인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더 진전된 상황을 만들지 못하기도 했다. 사참위의 마지막 조사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8년을 이어온 4·16운동

지난 8년 동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억·추모사업이 꾸준히 진행되었고,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국가의 안전 관련 정책과 법제도 개선에서도 진전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52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가 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허술하게나마 제정된 것은 그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 대책, 규정을 무시하고 비리와 연결되는 ‘후진국형 재난참사’는 이어지고 있고,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중대재해도 충분히 줄지 않고 있다.

 

그런 결과로 다른 재난참사와는 달리 세월호참사는 아직까지 망각의 늪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시민들은 지금도 목포신항에 직립한 세월호를 찾아가고 전국에서, 해외에서 여전히 4·16운동은 이어진다. 그런 덕분에 지금 세월호 8주년 기억행사를 전국적으로 치르는 중이다.

 

4·16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이러한 때,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은 4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가 명예회복과 정책 계승을 약속했다. 후보 시절 윤석열 당선인은 세월호참사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고, 대선 후보들을 초청한 ‘생명안전 약속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안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적도 없다. 현재 4·16운동은 큰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에서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도, 세월호참사로 확인된 ‘안전사회 건설’이란 목표도 실종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서도 4·16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후 4·16운동의 방향

먼저 진상규명 활동과 관련한 방향이다. 지금까지는 사법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운동이었다고 하면 이후에는 사회적 진상규명으로 활동 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 우선은 한시적 국가기구에 의한 사법적 진상규명 활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이후 핵심적인 진상규명 과제를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참사와 4·16정신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며 합의해가는 과정은 사법적 진상규명만큼 중요하다. 그를 통해 참사의 성격과 발생원인, 참사를 낳는 국가와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고, 다른 세상에 대한 지향점들을 밝히는 일이 필요하다.

 

두번째로는 실질적으로 ‘안전사회건설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그것은 안전권 운동이기도 하다. 안전권을 헌법적 가치로 분명히 하는 운동,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의 확보를 위한 운동,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직장, 학교 등을 안전하게 만드는 운동이 요청된다. 여전히 후진국형 인재가 끊이지 않는 위험사회에 더해서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재난참사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정부와 기업에만 요구하는 것만으로 안전사회는 오지 않는다. 세월호참사의 피해자들은 안전사회 활동가로 거듭나고 있고, 재난참사 현장을 찾아가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실제로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전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예상 못한 재난참사가 발생했을 때에도 이런 역량들이 갖추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회복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시민사회가 자기 과제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년 뒤 세월호참사 10주년에는 안산에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서고,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센터 역할을 할 ‘마음건강센터’도 문을 연다. 목포신항에 세워진 세월호도 복원과정을 거쳐서 ‘국립생명기억관’(가칭)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런 인프라들을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생명·안전의 가치를 고양해가는 4·16운동으로 발전하길 희망한다. 304명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 전과는 다른’ 4·16 이후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실천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박래군 / 4·16재단 상임이사

2022.4.13.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