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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외국인보호소, 구금 아닌 공존이 필요하다



심아정


2025년 겨울, 이주민의 강제퇴거(추방)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른바 ‘환대의 법들’이 발의되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공익법단체 두루, 공익법센터 어필 등 시민사회·법률 단체가 더불어민주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을 통해 이끌어낸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들이 그것이다. 각각의 발의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다름 아닌 ‘구금의 대안’ 모색에 있다. 구금의 대안(Alternatives to Detetion, ATD)이란 출국 절차를 진행 중인 이주민을 시설에 구금하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관리하며 법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일련의 조치를 뜻하며, 기존의 이주구금제도에 대한 반성적 고려하에 고안되었다. 


‘구금의 대안’을 향한 환대의 법들


그간 미등록 이주민은 단속-강제퇴거명령-구금-추방이라는 일사천리의 예외 없는 절차로 ‘관리’되어왔다.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안들 중 ‘구금대안법’은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구금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구금된 상태에서는 피해당사자들이 임금체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고, 구금의 가능성을 협박의 빌미로 삼거나 구금 중인 상태를 악용하는 고용주도 있기 때문이다.    


‘강제추방 제한법’은 출입국관리소에 잡히면 곧장 구금상태로 돌입한다는 공포를 완화하고 과잉단속 및 구금으로 인한 사고와 인명피해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특히 법안 발의 기자회견(2025.12.2)에서도 강조된바 “제2, 제3의 ‘뚜안’들의 죽음을 끊어내려는 세계관의 전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강제퇴거가 아닌 자진출국을 우선하도록 원칙을 뒤집고, 기한을 정한 출국명령을 내림으로써 구금되지 않은 상태로 출국을 준비하도록 하며, 출국명령의 기한이나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에만 강제퇴거명령으로 넘어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출국명령은 당사자의 소송 상황, 난민신청 현황, 기타 인도적 필요를 고려해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강제추방 및 구금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 또한 언급되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무엇인지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주아동 구금금지법’은 18세 미만 아동의 시설 구금을 금지하며, 부모 등 보호자가 구금 대상일 경우 보호자의 구금을 일시 해제해 가족분리를 방지하도록 한다. 그간 이주아동 구금이 출입국관리소 등 직원들에게도 ‘공무’의 이름으로 인권에 반하는 조치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경험을 강제해왔다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아동이 경험하게 될 이산(離散)과 상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법안들에서 핵심목표는 대상자가 행정기관이나 법원에 출석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준수하도록 보장하면서도, 불필요한 구금으로 인한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에 있다. 여전히 불완전한 면이 있더라도 구금의 대안을 향한 ‘기항지’로서의 의미를 띠며, ‘도주의 우려’를 사유로 미등록 이주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며 무조건 잡아들여 가두는 것을 당연시했던 사회적 인식을 전환할 기능성을 품는다. 


상주 외국인보호소 건립 계획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물음


이같은 환대의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되기까지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편에서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상주교도소 인근 부지에 상주 외국인보호소를 건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완공되면 화성, 청주, 여수, 울산에 이어 다섯번째 ‘외국인 전문보호시설’이 된다. 당초 정부안에서도 제외되었던 신규 건립이 지역 국회의원(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예산 확보 및 상주시의 유치 노력으로 추진된 것이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법무부 공무원 70~80명, 기관 운영 지원인력 40~50명 등이 상주에 머물게 된다며, 뭐라도 유치해서 지역이 살아야 한다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사실상 영장 없이 이주민을 단속하고 구금하여 범죄화하는 ‘수용소’의 성격을 갖는다. 법무부는 새 보호소가 쇠창살을 없애는 등 ‘개방형 보호’이고 기존 구금시설의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 해도 구금을 ‘현대화’할 것이 아니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닐까? 단속-구금-추방으로는 미등록 이주민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현실과 그 과정에서 죽음과 상해를 입은 이들이 존재해온 역사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 지난 4월 16일 상주와 서울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구금의 대안’을 모색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진행을 맡은 이슬기 활동가(트랜스보더링랩)는 현재의 상황은 구금 당사자뿐 아니라 이웃을 잃거나 추방을 지켜봐야 하는 선주민을 비롯해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상현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는 구금대안의 성공의 열쇠는 “이주민을 ‘주체’로서 인식하고, 그에 걸맞게 대우하는 인식의 전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사례관리 모델로 운영된 해외의 구금대안 프로그램의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는 점에 착목하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주민이 구금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탈하지 않고 절차를 준수하는 비율에 주목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박혜경 국가인권위원회 사무관은 벨기에 ‘예수회 난민 서비스(JRA)’가 시도한 플랜 투게더(Plan Together)에 주목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례관리자는 대상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신뢰를 쌓으면서 그의 상황을 살피고 왜 난민신청이나 체류신청이 거부되었는지를 분석하며, 사회적·심리적·법률적 지원과 통역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벨기에 체류뿐 아니라 제3국 또는 본국으로의 귀국까지 포함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한다. 벨기에의 사례는 ‘감시’가 아닌 ‘신뢰’에 기반한 지원이 참여자들의 절차 준수율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주는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 모델로서 해외의 구금대안 프로그램 중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참가자 1인당 1일 비용을 계산한 결과, 비용의 측면에서도 구금시설 운영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들은 구금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의 독립된 주거공간에 거주했다.  


국가인권위의 벨기에 출장보고서가 내린 다음의 결론은 구금의 대안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나의 제도가 잘 설계되어서가 아닙니다. 이 제도는 하나의 ‘정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체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 속에서’ 작동합니다. 정부는 제도와 재정을 담당하고 시민사회는 신뢰를 형성하며, 국제기구는 귀환과 재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는 생활을 지원합니다. 구금의 대안은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협력구조’였습니다.” 

 

국내적 조건을 고려한 구금의 대안은 무엇일까     


이 사회에 ‘성원권’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여된 지위’가 아니라 그것을 ‘얻게 되는 방식’을 의미하며, 공존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매순간 재구성되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상주 외국인보호소 건립에 앞서 구금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시도는 시민사회가 가진 공존의 의지와 역량을 가늠하고 갱신하는 시험대에 다름 아니다. 이참에 단 하나의 시범사례라도 타진해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단, 정부가 책임있게 나서야 할 부분을 민간에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하겠다. 구금의 대안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이주민 또한 이 사회의 대등한 구성원이라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가능하다. 각국의 문화적·정치적 토대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는 어디까지나 해외 사례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각인되어온 이들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국내적 조건의 현황을 충분히 고려한 구금의 대안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 윤곽은 함께 힘껏 상상하는 것에서 비로소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심아정 /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트랜스보더링랩 활동가


2026.4.28. ⓒ창비주간논평
커버이미지: 상주보호소 건립 철회 촉구 기자회견(2026.2.10.)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위한대구경북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