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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과 도전, 지방선거 이후의 촛불혁명



이남주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과거 어떤 선거보다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다. 여당이 이기지 못한 선거임은 분명한데, 야당이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결과도 아니다. 무승부라 하고 넘기기에는 각자 드러낸 문제가 크다. 여야 모두 패배한 결과라는 것이 적절한 평가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 패배는 아니다. 촛불혁명의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촛불의 동력이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여실히 드러냈다. 


여당이 패배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문제를 외면하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더 깊은 나락에 떨어뜨릴뿐더러 촛불혁명을 좌초시킬 안이한 인식이다. 패배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인데, 예를 들어 민심이 정부여당에 대대적으로 이반한 결과라는 식의 해석은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최근 몇개월 사이에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도 근거가 취약하다. 2030세대 전체에 보수 혹은 극우 프레임을 씌우는 방식의 주장까지 등장한 것은 선거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기보다 다른 의도가 작동한 해석들이다. 패배의 내용과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때 유권자의 선택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지난 대선 때보다 대체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역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범진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정의당)의 득표율(55.2%)이 범보수(국민의힘·개혁신당·자유와혁신)의 득표율(44.4%)을 꽤 많이 앞섰다. 이는 유권자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서울, 경남, 대구 단체장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패배가 뼈아프다. 앞으로 정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선거에서 졌다는 점에서 큰 정치적 실패이다. 어떤 면에서는 앞으로의 추세를 예고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여당이 촛불혁명의 지속과 심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태도를 반복해서 보여준 데 있다. 그간 주요 의제에 대한 여당의 발신까지 당내 투쟁이라는 프레임으로 해석되곤 했는데,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마다 그 프레임이 자신에게 유리한가 아닌가에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도 여당은 촛불의 의미를 엄중하게 인식하기보다 선거 결과가 각자의 당내 입지에 미칠 영향을 우선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대구, 경남의 선거보다 전북 선거나 평택을 보궐선거에 더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싸운 것이 아니라 내전을 벌인 셈이다. 그 과정에서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었고, 한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비전과 의제는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경로를 바꿀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유권자의 정밀타격이다. 충청권, 강원권에서 민주당을 당선시키면서도 민주당에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지역에서는 이길 만한 야당에 표를 더 모아주었다. 국민의 패배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라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물론 이 결과는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수준을 넘어서는 면이 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정치인이 살아 돌아온 것은 상당히 뼈아픈 일이며, 양당제가 초래한 폐해이다. 그러나 유권자가 이들을 흔쾌히 지지한 것은 아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당 후보가 진보로 분류되는 다른 정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표를 잘 흡수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상당수가 그와 다른 선택을 했고, 여기에서 그들의 고심이 드러난다. 이때 명심할 것은, 촛불혁명을 이루어낸 우리 유권자들은 여당 견제를 위해 내란에 연루된 정당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것보다 마땅히 더 좋은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문제는 정치가 유권자에게 더 좋은 선택권을 줄 수 있을까에 있다. 특히 촛불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인 민주당이 유권자의 고뇌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선거 결과에 구태의연하게 대응한다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당내 대립구도, 즉 친명 대 친청 구도는 해소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함께하지 못하는 여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더구나 최근 이러한 대립구도는 전통세력 대 신흥세력 구도로 호명되기도 하는데, 전통도 전통답지 않고 신흥도 신흥답지 않다. 당내 밥그릇 싸움에 가깝다. 성급하게 차기 대권 운운하는 가십 기사들에 마음을 뺏길 때는 더더욱 아니다. 이런 발상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찾는 일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촛불혁명 속에서 표출된 민심이 무엇인가, 당의 이익 혹은 당파나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촛불시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에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 더 많은 힘을 모을 수 있고 내란세력을 압도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도 형성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광역 비례선거에서 조국혁신당(4.5%), 진보당(1.7%), 기본소득당(1%), 정의당(0.9%) 등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힘을 모아 촛불혁명을 이어가야 한다.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 행동을 보여주어야 다른 정당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있던 지지자들도 떠날 것이다. 연합정치는 당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수단이 아니라 촛불의 힘을 모아가는 방도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더 힘있는 비전도 그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2026.6.17.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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