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고흥군의 소록도 이관 요구: 관리권보다 책임이 먼저다
김재형
최근 공영민 고흥군수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 등이 소록도의 관리권을 고흥군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요구를 거세게 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이 거주 한센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는 고흥군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소록도 110년 역사에서 고흥군이 소록도 한센인들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고흥군 주민’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던가. 이 변화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그 속내와 역사적 맥락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겁다. 지난 세기 동안 고흥 지역사회와 소록도의 관계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았다. 1945년 광복 직후에는 고흥 치안대와 소록도 직원들에 의해 한센인 84명이 학살당했고, 1960년대에는 한센인들이 피땀 흘려 진행한 오마도 간척사업을 빼앗기는 일도 있었다. 이런 기억은 먼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최근까지 소록도의 많은 한센인들은 바로 앞 녹동에 나가 밥 먹는 것조차 꺼렸다. 그만큼 오랫동안 쌓여온 상처가 깊다.
그렇다면 고흥군은 이 역사를 충분히 반성했는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84인 학살사건에 대한 고흥군 차원의 공식적인 언급이나 사과, 추모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조사도 전무했다. 오마도 간척사업 사건 역시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밝혀진 적이 없이 없다.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이 만들어졌지만 그곳에 가보면 오히려 당혹스럽다. 누가 가해자였고 무엇을 잘못했으며 피해자들에게 무엇을 사과하는 공간인지 알기 어렵다.
고흥군은 왜 이제 와서 소록도의 한센인들을 ‘우리 주민’이라고 부르는가. 2000년대 들어 한센인 인권침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여러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당시 고흥군은 이 문제에서 한발 떨어져 있었다. 2010년대에는 소록도의 역사가 한센인들의 경험과 인권을 중심으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을 중심으로 그동안 주변으로 밀려나 있던 한센인들이 소록도 역사의 중심에 놓이기 시작했다. 고흥군의 관심이 커진 것은 그 이후다. 소록도의 역사적 공간과 건축물을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소록도가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고흥군과 전라남도의 개발계획에 각각 소록도는 주요 관광거점이 되었다.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 2023년 당시 영부인 김건희의 소록도 방문이었다. 김건희는 소록도를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탐방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말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환경부·보건복지부·국가유산청 등이 참여하는 ‘소록도 미래비전 협의체’가 구성됐고, 환경부는 소록도 자연가치의 보전·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 연구용역까지 발주했다. 한센인들의 삶을 위로하기 위한 관심이기보다 소록도라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심지어 최근 고흥군 번영회는 현재 봉쇄되어 있는 소록도 병원 관사 지역을 당장 개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소록도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소록도를 찾아와 한센병의 역사와 차별, 국가폭력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 제주 4·3의 현장을 찾아 역사를 배우는 다크투어가 보여주듯 비극의 장소를 방문하는 일은 기억과 교육의 중요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경계는 조심스럽게 설정되어야 한다. 제주에서도 4·3을 단순한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어왔다. 2015년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서는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가난했던 생활을 관광객이 체험하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자신의 집과 삶, 가난이 다른 사람의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되는 사업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찾아가는 것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소비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소록도 역시 마찬가지다. 소록도는 ‘유적지’가 아니며, 지금도 약 300명의 한센인이 살아가고 있다. 박물관이기 전에 누군가의 집이고 생활공간이다. 낙인과 차별로 상처받은 공동체의 앞마당과 산책길에 관광객들이 서성이며 주민과 그들의 사적인 공간을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을 얼마나 불러올 것인가보다 먼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어디까지 개방할 것인지, 생활공간과 관광공간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주민들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먼저다.
소록도와 유사한 역사를 가진 하와이 칼라우파파는 참고할 만하다. 이곳 역시 한센병 환자들이 강제로 격리되었던 장소이지만, 미국은 이곳을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하면서도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계속 살아갈 권리와 사생활을 우선적으로 보장했다. 주민공동체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방문객 수도 제한했다.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일과 주민의 삶을 보호하는 일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과연 고흥군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삶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소록도의 한센인들은 대부분 매우 고령이다. 오랜 격리와 시설생활의 경험이 있고, 장애와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일반적인 노인복지보다 훨씬 세심해야 한다. 의료뿐 아니라 돌봄, 이동, 생활지원, 사회적 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고흥군이 지금까지 한센인 돌봄에 특별한 경험이나 전문성을 축적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흥군 자체도 전국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고 재정 여건 역시 넉넉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권을 넘겨받으면 현재보다 더 나은 의료와 돌봄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어떤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 보건복지부 국립소록도병원이 맡아온 의료와 돌봄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고령의 주민들이 마지막까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체계를 만들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더구나 고흥군의 ‘이관을 받아야 주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다. 소록도의 관리권이 지금 당장 고흥군에 없다고 해서 주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협의해 주거환경과 교통, 생활지원과 복지서비스를 개선할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고흥군은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는 소록도의 역사시설을 복원하고 정비하는 데에는 이미 적지 않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해왔다. 그렇다면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거와 생활을 지원하는 데에는 왜 ‘이관’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가.
순서는 반대여야 한다. 고흥군이 정말 소록도의 한센인들을 주민으로 생각한다면 먼저 ‘주민’으로 대하면 된다. 지난 역사에서 고흥 지역사회와 소록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복지와 생활지원을 시작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뒤 소록도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소록도를 고흥군으로 이관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다음 문제다.
고흥군이 소록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늦었지만 반가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소록도의 역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관심이 소록도의 땅과 건물, 관광 가능성에 대한 것인지,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것인지는 분명히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소록도는 언젠가 주민이 모두 떠난 뒤 남게 될 역사유적이기 전에,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다. 소록도를 갖고 싶다는 것과 소록도 사람들을 책임지고 싶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김재형 /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2026.8.26.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