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방향 잃은 산불대책, 이대로라면 재난은 되풀이된다
홍석환
2026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그리고 네팔의 산사태는 ‘기후재난’의 공포를 수많은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해가 갈수록 각종 자연재난에 의한 질환과 사망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레 작년 발생한 경북산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산불이 ‘기후재난’으로 한데 묶이기를 바라기에, 대다수 국민 또한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 산불재난은 폭우나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으로만 묶여서는 절대 안 된다. 폭염이나 폭우는 대기의 상태가 그대로 피해로 연결되지만, 산불은 발화와 대형화 사이에 ‘숲의 상태’라는 변수가 하나 더 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산불재난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런 재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난 이후의 조치일 것이다. 기후재난으로 치부하면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 할 일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다행히도 잦은 비로 인해 대형산불이 없어 산불재난만큼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서울시 면적의 두 배 가까이 불탄 초대형 참사가 단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렇게 까맣게 잊혀진 것은 뉴스의 빠른 소비와 증발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도 산불 피해지역 주민들은 도저히 정상이라 할 수 없는 현장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내년 봄에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어 큰 산불이 발생한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 일상을 영위하던 국민들에게 똑같은 재난의 패턴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2025년 경북산불이 진화된 이후, 정부는 산불 영향지역의 면적이 약 48,000ha라 발표했다. 당시 필자는 전세계적으로 산불분석에 사용하고 있는 인공위성영상(Sentinel-2) 분석을 통해 산불 피해면적이 최소 100,000ha가 넘고 120,000ha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정부 발표와는 두 배 이상 큰 차이를 보이는 결과였기에 신중하게 검토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현장검증과 항공사진 대조를 마치고 필자가 최종 확정한 산림 피해면적은 116,333ha였다. 시간이 지나 산불 관련 뉴스가 어느정도 휘발되면서 산림청은 피해면적이 자신들이 발표한 당초 것의 두 배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때 발표한 산불 피해면적이 약 99,490ha다. 아무리 상황이 긴박하여 개략적으로 조사했다 하더라도 그 오차가 서울시 면적만큼이나 된다면 그걸 정상적이라 생각할 이는 없을 것이다. 당시 산림청 담당자(현재는 산림청장)는 산불 영향구역이 진화전략 수립을 위해 ‘화선(火線)’을 기준으로 추산한 값이라 피해면적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이 설명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 하면, 산림청의 정의대로라면 산불 영향구역은 진화작전을 펼쳐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산불 피해면적보다 반드시 커야만 한다. 산림청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하는 이유다. 화선을 그은 면적이 실제 불탄 면적의 절반뿐이라면, 나머지 산불 피해지역에서는 진화작전을 펼치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이고, 아예 작전을 펼칠 생각도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초기 집계가 틀렸거나, 진화작전이 없었거나 어느 쪽으로 읽어도 정부가 스스로 답해야 할 문제만 남는다.
당시 이러한 산림청의 대처를 보면서 사후복원과 재발방지 과정 또한 당연히 엉터리로 진행될 것이 뻔히 보였다. 필자가 산불 확산원인의 조사를 서둘러 진행한 이유다. 산불 확산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는 산불이 발생한 직후부터 겨울이 되기 전까지만 가능하다. 낙엽이 덮이고 눈이 내리면 지표에 남은 불의 흔적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가 낙엽을 떨군 것이 산불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계절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서둘러 조사팀을 꾸려 되도록 많은 지역을 살펴보고자 했고, 조사결과는 당연하게도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동안 ‘숲가꾸기’를 통해 산불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써왔다. 그러나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숲가꾸기사업을 한 곳에서 수관화(나무의 윗부분을 태우며 하늘로 솟구치는 산불) 발생비율이 침염수림에서조차 무려 11배나 높았다.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식생, 해발고, 지형을 모두 통제한 상태에서 숲가꾸기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더 큰 산불로 번질 확률은 무려 15배 가까이 되었다. 가장 강력하게 불이 타는 산림 능선부만 떼어놓으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단순하게 말하면, 이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대형산불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하늘로 솟구치는 거대한 불은 최소한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임도를 조성하여 조기진화를 한다고 주장한 정부의 말이 무색하게도 가장 접근이 용이한 마을 주변도로에서조차 불을 끈 흔적은 단 한곳도 확인되지 않았다. 산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임도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애초에 임도가 부족하다는 전제부터 사실이 아니다.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도로밀도가 ha당 4.3m로 오스트리아(45.0m)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발표해왔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처럼 숲 경계로부터 75m 이내에 있는 차량 진입이 가능한 모든 도로를 포함해 동일한 기준으로 산정하면, 우리나라는 ha당 51.0m에 이른다. 이는 정부 발표치의 12배이며, 비교대상으로 삼은 오스트리아보다도 높은 수치다.
더 중요한 발견은, 산림 내부의 상황이었다. 수관화가 발생한 지역의 바위와 인근 묘지의 비석들이 모두 열기에 의해 터져나간 상태였다. 이는 특이현상이 아닌, 이미 산림청이 이름까지 붙여놓은 일반적 현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를 ‘깨짐지표’(spalling indicator)라 부르며, 화염 온도가 1000℃ 이상일 때 주로 나타나는 지표로 규정하고 있다. 산림청 연구기관이 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산림 전역이 1000℃가 넘는 고온에 휩싸였다는 의미가 된다.
숲가꾸기는 접근이 편한 임도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었고 이렇게 숲가꾸기가 진행된 지역은 1000℃가 넘는 거대한 산불로 확산된 것이다. 이곳에 차량이, 사람이 들어가서 불을 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차량이나 진화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만약 들어가서 진화를 하고자 했다면 인명피해만 더 키웠을 것이다. 고운사 대웅전 옆에 놓아두었던 소방대원의 방화복이 모조리 재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이 현실임을 확인시켜준다.
현장조사 결과와 우리나라 기후환경의 특성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숲을 그대로 두면 산불재난은 급감하게 된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은 빠르게 줄어드는 반면, 산불을 견디면서 불을 억제하는 활엽수림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대조군은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경북산불 지역에서 입증된다. 「자연공원법」으로 간벌이 금지된 주왕산국립공원의 소나무림이 다른 지역의 소나무림에 비해 현저히 낮은 피해를 입고, 광범위하게 밀려오던 산불이 주왕산국립공원에서 크게 위축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상황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검증되었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지난 1년 동안 모든 자료를 무시하고 산림청에, 지자체에 예산을 몰아주기 바빴다. 그 예산이 앞으로 산불을 줄일 수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키우는지에 대한 검토나 해당 예산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그리고 현장검증 없이 2025년 10월 28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시행되었다. 피해주민 지원을 앞세운 이 법에는 ‘산림경영특구’와 ‘산림투자선도지구’라는 두개의 지정 제도가 나란히 들어갔다. 많은 환경단체들이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국회는 밀어붙였고, 이 제도의 문제는 불과 열달 만에 현실로 드러났다. 2026년 8월, 경상북도는 청송군 산불 피해지역의 일부를 산림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하고 27홀의 골프장 개발계획안을 고시했다. 불탄 숲을 복원하는 대신 골프장으로 바꾸는 길을, 산불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그 법이 열어준 셈이다. 결국 정부는 대형산불 이후에 아무런 조사도 없이 산불을 키우는 숲가꾸기사업 확산과 숲을 건조하게 만드는 벌목과 조림, 임도 확대를 위한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지금도 빠르게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아직도 재난의 기억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산림을 없애고 대형 골프장을 짓는 개발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산불재난지역에 골프장이 조성되면 재난을 당한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거대한 재난을 당하고도 이를 교훈삼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경북산불 이후 정부가 움직이는 방향은 우리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정부가 최소한이라도 미래를 위한 개선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피해지역으로 확정한 99,490ha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공개해야만 한다. 피해면적의 차이가 있기에 다르게 판단한 지역을 찾아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다. 면적까지 확정하고도 그 위치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판단과 산불 대응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홍석환 /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2026.9.23.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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