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이명박정부는 언론장악에 성공할까?
김서중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명박정부의 언론통제가 가히 전방위적이다. 언론정책 기관장 장악,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 프로그램 및 기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등. 보수세력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지난 정권 시절 한두건 정도 발생했을 만한 사안이 집권 100일 남짓 사이에 몰아치듯 터지고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나 보다.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멘토요 대선시기 상임고문 역할을 한 형님 친구 최시중씨를 독립적이어야 할 방송통신의 최고정책결정기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최시중씨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라는 회의를 비공개로 하고 여야 합의사항이던 야당 몫 부위원장을 여당 추천인사로 결정하는 공작을 폈다.
부활하는 정부의 언론장악 의도
그리고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KBS의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친구 사이라는 김금수 KBS 이사장을 두번이나 만나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KBS 때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나더니 결국 김금수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그리고 현직교수인 KBS의 또다른 이사는 교육과학부의 특별감사 압박을 받은 학교로부터 KBS 이사 사퇴 압력을 받았고, 이를 거절하자 학교는 다른 핑계를 들어 징계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뉴라이트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로부터 감사 요청을 받은 감사원은 신속하게 KBS 특별감사를 결정했다. 이들 단체가 주요 근거로 제시하는 정연주 사장 재임중 '1500억 적자'는, 흑자결산년도는 합산에서 빼고 아직 결산도 하지 않은 올해 편성한 적자 예산안은 포함한 결과이다. 감사원은 우선 보수단체 계산방식부터 감사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KBS 이사회는 KBS 경영평가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평가 결과를 정사장에게 불리하도록 수정했다. 사퇴를 향한 총체적 압박이다. 그리고 지난 대선 때 도움을 주었던 모 인사는 이미 차기 사장감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KBS만이 아니다. 사장이 압박을 받고 조기 사퇴한 한국방송광고공사, 그리고 YTN 등이 공개모집을 통해 사장 선임절차에 들어갔지만 그 절차와 무관하게 내정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은 임기가 시작된 지 1년도 안됐지만 사퇴 압박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명박정부의 언론통제는 소위 물갈이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기사나 프로그램 등 언론 내용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비리를 지적하는 국민일보의 관련기사를 빼달라는 요청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레스 프렌들리(press-friendly)한 청와대는 걸핏하면 비보도와 보도유예를 요청하고 브리핑 횟수도 줄이고 있는데, 출입기자들은 국민알권리 대신 '우호적인' 청와대에 호응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중에 보인 쇠고기 협상타결 환영행동에 관해 국민알권리 차원에서 질문했던 코리아타임스 김연세 기자는 기자단이 알아서 징계를 해주었다.
'프레스 프렌들리' 정책의 안과 밖
작년 언론계를 뒤흔들었던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집권하면 반드시 대못을 뽑겠다고 공언하던 현정권은 일단 1, 2년 그냥 두고 보자고 한다. 그리고 정권퇴진운동을 벌이던 기자들은 침묵한다. 반면 광우병 관련 교육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이 일시 중단되기도 하고, MBC의
이명박정부의 언론통제는 그 사례를 언급하는 것만도 이리 벅차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은 이러한 사실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는 바가 없다. 언론으로 보면 실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민은 모른다. 왜? 프레스 프렌들리한 청와대에 호응하는 언론들 탓이다. 특히 지난 10년 비판언론을 자임했던 조·중·동은 귀 막고 눈 막고 입 다물고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진행되는 일련의 언론통제 전략은 바로 이런 우호적인 언론을 확대하려는 시도의 시작에 불과한지 모르겠다. 조·중·동이 현정부에 우호적임은, 아니 현정부를 창출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에게는 떡고물을 주어 계속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 '공영방송의 보호막'에 숨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방송들은 어떻게든 해체해야 할 존재들인 것이다.
이런 이해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방송 겸영 허용 전략이다. 민영화와 기업집중을 허용하는 정책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현정부의 기본방향과 일치한다. KBS2와 MBC의 민영화는 공영방송의 축소라는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호시탐탐 지상파 방송시장 진출을 노려온 조·중·동에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신뢰를 상실하여 신문산업 위기를 자초한 이들 신문으로서는 방송 진출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반인 여론 다양성을 지켜야
그럼 이들이 얻는 만큼 국민이 잃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여론 다양성이다. 현정부는 이미 여론 다양성을 포기하고 있다.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신문들의 불공정거래, 즉 자전거 신문, 냉장고 신문을 막기 위해 도입한 신문고시를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자본력에 따라 신문시장이 독과점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자세이다.
게다가 현정부는 지배적 신문사들의 지상파 진출을 도와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민영화나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앞선 예와 같은 불법, 탈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법개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여대야소를 형성한 18대 국회는 이를 실현할 좋은 기반이다. 그런데 걸림돌이 있다. 공영방송들과 공익성 측면에서 공영방송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SBS이다. 따라서 무난한 법개정을 위해 공영방송을 무장해제할 필요가 있다. 그 신호탄이 정연주 사장 퇴진과 정부에 우호적인 인사의 임명일 것이다. 하지만 현정부는 모르고 있다. 현재 KBS나 MBC의 '공정방송'이 사장이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설사 사장을 바꾼다 할지라도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언론장악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2008.05.28 ⓒ 김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