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기획 3] 4대강사업으로 영산강은 살아날까
이성기 / 조선대 환경공학과 교수
영산강 살리기사업은 4대강사업의 한 부분이므로 4대강사업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4대강사업의 주요 목적으로 내세우는 홍수 및 가뭄 예방, 수질개선, 생태계 복원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점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밖에도 영산강 살리기사업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에서는 4대강사업이 운하와 관련 없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자체(전라남도)와 나주시 등 일부 지역주민들은 영산강 뱃길 복원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4대강 마스터플랜의 영산강 부분에도 뱃길 복원 내용이 들어 있고, 2009년 6월 확정된 영산강 기본계획에도 그런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영산강유역 주민들은 운하가 아니라 단지 뱃길을 복원한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발표에 따라, 뱃길 복원과 운하를 전혀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운하는 안되지만 뱃길 복원은 그런대로 괜찮지 않나 여기는 것이다.
운하와 다름없는 뱃길 복원
하지만 뱃길 복원과 운하는 결코 다른 사업이 아니다. 영산강 뱃길 복원은 지난 2004년 전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박준영 후보가 제시한 선거공약이었고, 2007년 이명박정부의 한반도대운하 계획에도 포함되었다. 그후 정부는 한반도대운하가 아닌 4대강 살리기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영산강에서는 운하(뱃길 복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남도와 나주시의 일부 주민들이 주장해온 영산강 뱃길 복원의 목적은 사실 그 실체가 없다. 뱃길은 원래 물류 이송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이송할 물류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수출상품인 기아자동차를 영산강 뱃길로 운송할 수 있는가? 현재는 광주에서 목포항으로 약 1시간 걸려 자동차 운송용 트레일러로 운반하고 있는데, 영산강 뱃길을 탄다고 가정해보자. 뱃길 운송만 12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자동차공장에서 영산강 선착장까지 전용 트레일러로 이동->선박으로 환적->선박 운송->목포선착장에서 환적->선착장에서 목포외항으로 트레일러 이송 등 추가되는 모든 과정에 훨씬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1대당 운송사고에 대비한 보험료만 상승할 것이다.
기아자동차 입장에서는 선박운송을 공짜로 해준다고 해도 거절할 상황이다. 이미 2000년 8월 전남도(허경만 도지사)에서 전문용역회사를 통해 시행한 ‘영산강 옛모습찾기 타당성조사(영산강 뱃길 복원)’ 보고서를 보면, 광주-목포간 뱃길을 통해 운반할 수 있는 물류가 해사(海沙)뿐이며, 그 결과 전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흔히 뱃길 복원을 통해 관광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조차 타당성이 없다. 나주시에서는 뱃길 복원을 홍보하기 위해 영산강에 황포돛배를 띄워 일부 구간을 운행해오고 있으나, 볼거리가 변변찮고 승객이 없어 현재는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수질개선을 위해 준설이 필요하다지만
4대강사업의 목적에서는 수질개선을 위해 퇴적 오니(汚泥)를 준설한다고 하는데, 영산강의 경우 준설 계획구간의 하천 저질(底質) 분석 결과, 오염된 물의 수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를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영산강 기본계획 사전환경성검토서, 2009.6). 미국 환경청(EPA)의 ‘유기물 오염판단 지표기준’에 비추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영산강 하상이 심하게 오염되어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근거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건설교통부 하천공사표준시방서의 오염물 퇴적기준과 비교하더라도 준설이 필요 없는 양호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준설을 염두에 둔 저질 조사에서는 위의 기준에 따라 5개 항목(T-N, T-P, COD, 강열감량, 황화물)을 측정해 준설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영산강 기본계획의 수질관련 조사는 5개 항목 중에서 COD 항목만 포함되어 있고, 퇴적물 오염여부 측정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인 '강열감량(强熱減量)' 항목조차 빠진 엉성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COD 항목이 준설기준에 못 미치고 있음을 볼 때, 그외 항목들은 이 기준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4대강사업을 통해 수질개선이 가능하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2012년까지 엄청난 수질개선 대책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하수처리시설 137개, 마을하수도 589개, 산업폐수처리 46개 등을 지어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수질개선 사업물량은 2006년 환경부가 확정한 '물환경기본계획-4대강 대권역 수질보전기본계획(2006-2015)'을 능가하는 규모다. 하지만 물환경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수질개선사업비가 32조 7000억원인 데 반해, 4대강 살리기사업의 수질대책비는 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수질개선 사업비
더구나 물환경기본계획에 따르면 영산강권역 수질개선 사업비는 약 6조 400억원인데, 영산강 살리기사업에서는 483억원(사업비의 1.8%)으로 수질개선사업이 완료된다고 해놓았다. 정부에서 그동안 영산강이 가장 오염이 심하다고 주장해왔고 영산강 살리기사업을 하면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된다는 식으로 홍보해온 것을 볼 때, 다른 수계의 수질개선사업비율 2.9%보다 훨씬 적은 1.8%에 불과한 사업비를 배정한 것은 실질적으로 영산강수계의 수질개선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수질개선사업에서는 국비와 지방비의 비율이 결정되어 있어서 비록 국비가 확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에 대응하는 지자체의 지방비가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하다. 2001∼2005년 물관리종합대책에서 영산강수계에 수질개선사업비로 약 1조 5000억원이 투입되어야 했으나, 당시 영산강수계 지자체가 대응예산을 수립하지 않아 당초 사업비의 약 48%(약 7300억원)만 집행되었다. 당시 한강수계 127%, 낙동강수계 80%, 금강수계 60%의 집행 사례와 비교하면, 영산강수계 지자체가 수질개선에 얼마나 소극적이었나를 짐작할 수 있다. 전남도내 각 지자체는 항상 열악한 재정상황만 탓할 뿐 수질개선 등 환경사업에 예산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체적 수질개선 노력을 가로막으려나
그렇지만 몇년 전부터 시행해온 '수질오염총량제' 때문에 근래에는 지자체에서도 영산강 수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산강 각 지점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사업을 제때 하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의 모든 개발계획이 수행 불가능함을 인식한 것이다. 이제야 비상이 걸린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오염저감 사업을 계획하고 국비지원도 요청하고 있지만 최근 환경부에서 적절한 예산을 뒷받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어떻든 수질오염총량제 덕분에 영산강 수질이 상당히 개선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와중에 이명박정부에서 급작스럽게 추진하는 영산강 살리기사업은 기존의 수질개선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영산강 살리기사업의 핵심은 강을 파고 보(洑)를 만들어 물을 가두는 것이기에 우선 각 지점의 목표수질이 모두 변할 수밖에 없고, 목표수질이 결정되지 않으면 오염물질 저감량 산정이 불가능하게 되며, 따라서 각 지자체의 오염저감 사업의 중심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뒤죽박죽 엉키게 되어 영산강 수질을 개선하는 일을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암담할 뿐이다.
2009.10.28 ⓒ 이성기
■ <창비주간논평>에서는 뜨거운 논란 속에 이명박정부가 추진중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는 연속기획을 마련합니다. 앞서 정부 계획의 전반을 살피는 <기로에 선 4대강사업>(이원영), 낙동강사업의 문제를 다룬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박창근)가 게재되었으며, 이후 금강, 남한강 순으로 각각 세부계획의 적절성과 함께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할 예정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