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기획 5] 수질악화와 예산낭비의 남한강사업
박진섭 /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운하백지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한강은 크게 남한강과 북한강 그리고 경안천이 팔당댐으로 합류한 뒤 서울지역을 통과해 서해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말한다. 이 세개의 강과 하천이 서울시와 수도권 주민의 주요 식수원이다. 이 가운데 이명박정부가 4대강사업 중 한강 정비사업의 대상으로 삼은 구간인 남한강은 우리나라 최대의 댐인 충주댐을 상류에 두고 있으며 한강의 본류 역할을 한다.
정비사업의 주요 내용은 3개의 보(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건설과 강 준설로 0.5억m³의 용수를 확보함으로써 물부족 해결, 홍수예방, 수질개선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첫째, 강바닥을 파고 보를 건설하면 강물의 양은 많아질 수 있으나 과연 깨끗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둘째, 한강 본류구간의 홍수 위험에 대한 정부의 주장이 상당부분 과대포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충분한 논거를 제시하는 대신 졸속 추진에만 급급하다.
흐르는 강을 정체된 '호소(湖沼)'로 만드는 보 건설
흐르는 하천에 보나 댐 같은 횡단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정체되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하천이 아니라 호소(늪과 호수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된 수역)화된다. 호소화되면 정체수역으로 바뀌면서 각종 하수나 폐수 등 유기물질이 유입되어 인(燐) 같은 영양물질이 많아지고 수생생물의 성장과 번식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부영양화(영양물질이 풍부해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물속의 산소가 결핍되고 결국 수질악화가 발생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예측에 따르면 남한강에 보가 건설되면 수심이 3m 정도 깊어지면서 유속은 1/4 수준으로 느려지고, 보와 보 사이에서 오염물질의 농도가 1/3 이상 높아진다.
특히 본류에 유입되는 지천(支川)의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류의 유속이 느려지거나 차단되면 수질악화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가 계획하는 남한강의 3개의 보 사이에는 수질이 좋지 않는 두개의 하천이 유입되고 있다. 남한강의 주요 지천인 양화천과 복하천은 갈수기에는 생활환경기준 하천수의 4~5등급을 오르내리는 상태로 식수는 고사하고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하다. 이 조건에서 보를 설치하여 물의 흐름을 차단하는 정체수역으로 바뀐다면 수질오염이 극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한강이 깨끗해졌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역설하면서 자주 '한강종합개발사업'(1982~1986)을 인용한다. 서울올림픽을 겨냥해 추진된 이 사업은 서울 암사동부터 경기도 행주대교까지 총연장 36km 구간공사로 사업비는 총 9560억원이 소요되었고 모래와 자갈을 합쳐 6369만㎥ 양의 골재를 준설했다. 특히 한강의 서울시계 구간은 잠실 수중보와 김포 신곡 수중보를 설치하여 하천이 아닌 호소로 바뀌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업으로 강이 깨끗해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수질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그러다 1998년에서야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관리 특별종합대책'을 세우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부터 하수종말처리장 등 오염원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오염원이 유입되는 지천을 관리하는 등 수질관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한강 본류의 서식환경은 크게 변했고, 고수부지 평탄화 및 연안대 직강화, 하천바닥 준설은 서식처 교란을 불러왔다. 그 결과 조개류 등의 강바닥에 서식하는 무척추동물은 공사 이전의 약 20~60%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보와 보 사이에서 수질 비교해보니
보를 설치해도 수질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현재 팔당댐 상류지역과 한강 서울시계인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 사이의 수질을 비교하면 진실이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4~6월과 2009년 4~6월에 팔당댐 수질은 1급수를 유지하지만 잠실 수중보와 신곡 수중보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노량진에서는 2급수로 떨어지고 가양에서는 3급수로 급락한다. 서울시의 오폐수 등이 유입되고 보와 보 사이에 물흐름이 막혀 정체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 서울시계에 있는 취수장을 상류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서울 구의와 자양 취수장(잠실 수중보 바로 위 지점)을 남양주시에 있는 강북취수장(팔당댐 바로 하류 지점)으로 2010년까지 이전할 계획을 수립하여 현재 사업이 진행중이다. 또한 서울 풍납·암사 취수장도 팔당 상류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아리수’(한강의 옛말) 고급화 계획에 따라 취수원을 한강 상류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보와 보 사이에 있는 서울시계의 한강물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4대강 예산
결국 4대강사업은 수질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예산낭비일 따름이다. 현재 국민세금이 중복투자 되고 있고, 예상대로 사업 이후 수질이 악화된다면 더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 1993년~2005년까지 한강에만 총 10조원 이상이 투자되었다. 또한 2006년 환경부는 4대강 수질개선 명목으로 2015년까지 총 32조 7436억원(한강 10조 7506억원)을 지출한다는 예산을 세워 집행중이다. 그런데 여기다 또다시 4대강사업에 총 22조 2천억원(한강 2조 3천억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사업에 혈세를 쏟아붓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심한 일이다.
2009.11.11 ⓒ 박진섭
■ 이번호로 10월 2주부터 매주 연재한 4대강사업 연속기획을 마칩니다. 앞서 정부계획 전반과 함께 4개 강별로 문제점을 짚어본 <기로에 선 4대강사업>(이원영),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박창근), <4대강사업으로 영산강은 살아날 수 있을까>(이성기), <바람직한 금강 살리기를 위한 제언>(허재영)이 게재되었습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