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계간 창비] 미디어가 바로 재난이다
지난 1월 아이띠 지진참사에 이어 최근 칠레에서도 대형 지진이 발생하고 수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지역민들의 ‘약탈’에 관한 언론보도가 빠지지 않는데, 과연 그 실상은 무엇인지 미국의 사회운동가 리베카 솔닛이 분석합니다 ― 편집자.
리베카 솔닛 / 미국의 사회평론가, 시민운동가
거의 모든 재난 뒤에는 범죄가 뒤따른다. 무자비하고 이기적이며 인간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만들어내는 그런 범죄다. 이 범죄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인간성을 거스르는 범죄를 거듭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들은 인명보다 재산을 더 신경쓴다. 그들은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지금 내가 말하는 것은, 재난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릇되게 전달함으로써 종종 두번째 재난의 물결을 부추기거나 정당화하는 언론매체 종사자들에 관해서다. 사고현장에서나 뉴스에서나 이재민들을 범죄자 취급하는가 하면, 구조활동에서 재산보호 순찰로 자원을 전환할 것을 대놓고 지지하는 행태에 관해서 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 때의 피를 여전히 손에 묻힌 채로, 그들은 아이띠에서 또다시 그들 자신을 더럽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