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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4대강사업 멈추면 살아날 것들

정민걸 /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최근의 쟁점을 중심으로 4대강사업에 대해 글을 작성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대운하 때나 지금이나 실질적으로 달라진 쟁점은 없다. 굳이 달라졌다면 대운하가 아니라는 변명과 함께, 4대강에 보(洑)를 16개 이상 만드는 것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한 선진적인 물 관리라는 정부 주장이 얄팍한 술수로 점철되면서 보의 필요성 등 사업 자체의 목적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 보수 일간지에서 4대강사업을 크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4대강사업 반대성명을 낸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 성명을 접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홍보가 소극적이었다며 질책했다고 한다. 4대강사업의 실체를 철저히 은폐하던 정부가 그것을 간파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을 눈치채자 적극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잠복했던 국민의 저항이 표면화하는 것을 인지한 언론이 관심을 두게 되었을 수도 있다.


정부 논리의 허구성 폭로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

정부의 허구적인 홍보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 시민단체와 학계의 헌신적인 노력이 결실을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주교계와 불교계는 4대강의 현장에서 미사를 하고 선원(禪院)을 열고, 많은 목사들이 현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종교계의 활동에 현장 안내자가 되어 국민에게 4대강에서 일어나는 파괴행위를 알리고 있다. 그리고 3000여명의 교수들이 서명하고 참여하고 있는 '대운하반대교수모임'에서는 학술적 근거를 제공하면서 현장 안내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런 헌신에는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다. 교파와 이념을 초월해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데 저항하는 것이다.


홍수와 가뭄을 위해 4대강에 '고정보'를 세운다는 정부의 주장은 4대강사업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실종되었다. 보 때문에 홍수 피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수질이 악화된다는 지적에 대응하여 '고정보'를 '가동보'로 바꾸고 홍수가 예보되면 수문을 열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예보의 부정확성과 예측불허한 집중호우의 빈도 증가 등 수문 조작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항하기 위해 정부는 홍수기인 5월에서 10월까지 '가동보'를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남한강 재판과정에서 밝혔다. 이는 보로 홍수를 조절하거나 물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백이다.


또한 정부는 낙동강에 영주댐과 보현댐을 새로 건설하고 임하댐의 물을 안동댐과 연결하여 갈수기에 보로 만든 인공호에 채울 물의 확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4대강 유역의 96개 농업용 저수지도 같은 목적으로 증고(增高)하여 홍수기에 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결국 갈수기에 유량을 풍부하게 하는 것은 보가 아니라 상류의 댐과 농업용 저수지가 된다. 그런데도 운하를 포기한 4대강에 여전히 보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운하 건설의 기초 공사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물 관리' 논리, 어째서 문제인가

보 때문에 수질이 악화된다는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하·폐수처리장의 방류기준을 10배 이상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0배 이상 방류수의 수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수십배 이상의 비용이 더 든다. 이 비용의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가운데 발표한 비현실적인 대책이며, 말로는 부정하지만 보가 수질을 악화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단체, 학계는 물이 부족한 곳의 물 문제를 해결하지 말라거나 기후변화를 대비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보로 물의 흐름을 막는 4대강사업은 정부 주장과는 달리 물 부족을 해결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홍수피해를 높이며 수질을 악화하는 잘못된 해법이라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공익을 위한다는 사업이다. 그런데 사업의 내용이 공익에 해가 되더라도 행정소송으로 공사를 정지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환경 관련 소송에서 판례라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익은 국민 개개인에게 실현될 이익이 공통될 때 이익의 총합이다. 그런데 공익의 훼손이 '구체적이면서 개별적으로 발생할 실질적인 이익의 훼손'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행정집행을 정지할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보가 들어서면 홍수 피해가 일어날 개연성이 증가하더라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실질적 이익의 훼손'이 명백하지 않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법적 논쟁에서 외면당한 생태계 파괴

이런 상황에서 4대강사업이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은 아예 고려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 것 같다. 남한강 공사 현장에서는 충주댐 건설 이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행히도 남한강의 바위늪구비에서 다시 발견된 세계 유일의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철저히 훼손되고 있다.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위 변동이 생존에 매우 중요한 단양쑥부쟁이의 생태를 외면한 채 막연히 대체서식지를 마련하고 원형보존을 한다고 정부와 시공사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또한 4대강에는 여울, 자갈 바닥과 낮은 수심이 필요한 물고기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 중 일부의 인공증식 계획을 세우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순천향대 방인철 교수가 지적한 대로 인공증식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령 인공증식에 성공하더라도 방류할 서식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다.


더 한심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원형을 보존한다던 주요 습지의 자생 식물들을 이미 모두 제거했고 지형도 임의로 변형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농촌진흥청에서 급히 발간한 〈4대강 살리기 생태복원을 위한 자생식물종 식재 가이드북〉에 따르면 유량 변동이 자연적인 4대강에 중요한 식물종이 100종 넘게 자생하고 있고, 겨우 30종만이 식재(植栽)가 가능하다. 결국 4대강사업은 4대강에서 70종이 넘는 식물종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환경과 실정법마저 모조리 훼손하려는가

이렇듯 생태계 훼손은 법적 논쟁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생물종의 훼손도 공익 훼손으로 특정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사 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고 한다. 생물종의 멸종 가능성이 인지되면 누구나 공사 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 외국의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더구나 초절멸후유종(剿絶滅後遺種, 벌레를 죽이더라도 종자는 남겨달라)이라며 생명을 중시하는 우리 전통의 문화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법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빠뜨리는 불법도 저질렀다. 이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와 여당은 법을 개정하여 불법을 정당화하려 했다. 하지만 예외조항의 적용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재정법은 단순히 행정부의 내부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 아니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덧붙인다. 이처럼 4대강사업은 행정부의 탈법과 위법을 조장하고 정당화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4대강사업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 국가 GDP 성장을 명목으로 소수의 토건기업에 국민의 혈세를 몰아주어 부의 배분을 왜곡하며, 겨우 수천명의 단순노무자와 중장비 기사를 일시적으로 고용할 뿐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4대강사업이 우리 문화와 생태를 파괴하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희대의 사건이라는 것이다. 4대강사업의 진행을 보면서 MB 정부는 전통문화를 고수하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와는 다른 사이비 보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10.4.1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