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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쓰지만 투표는 달다!”: 새로운 유권자운동 ‘커피당’

김현아 / 2010 유권자희망연대 유권자참여팀

 
"오늘 우리는 개념찬 유권자들의 유쾌한 정치 수다 커피당(Coffee Party)을 창당한다. 우리는 유쾌한 정치수다 공간인 '커피파티'를 전국 방방곡곡 사방팔방에서 열어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유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모든 변화의 시작 아니던가. 더 많은 시민들이 정치와 사회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것, 그 만남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라고 믿는다."


지난 5월 2일 커피당 창당식 '통큰 커피파티'에 모인 참가자들이 함께 만든 커피당 창당선언문의 내용이다. 전국 곳곳에서 30여개의 커피파티가 열린 이날 창당식에는 10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내 주변 투표율 UP하는 베스트 아이디어'를 주제로 미니 커피파티를 진행하고 커피당의 공식 출범을 함께 축하했다.    


언제 어디서도 즐거운 정치 수다를

커피당은 지난 4월초 '2010 유권자희망연대'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으며 미국의 커피파티 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미국에서 이 운동은 한인 2세 애너벨 박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깨어나자, 일어서자"라는 슬로건과 함께 박씨의 호소력 짙은 동영상(보기)이 인터넷상에 퍼져나가며 급속도로 확산되었으며, 지난 3월 시작된 지 8주 만에 45개주에서 400여개의 커피파티가 열리며 창당했다.


커피당은 풀뿌리 유권자들이 이웃, 친구, 동료, 가족 등과 삼삼오오 만나서 커피 한잔하며 쉽고 유쾌한 정치 수다를 떠는 모임이다. 정치인들이 하는 무겁고 어려운 논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난 주부들이 커피 한잔 하며, 직장동료들과 점심 먹고 차 한잔 하며, 학생들이 휴식시간에 잔디밭에 둘러앉아서, 친구들과 호프 한잔 하면서,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번개모임을 가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누구나 모여서 자연스럽고 즐겁게 정치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난 4월초에 개설한 커피당 까페의 회원이 한달 만에 600여명으로 늘었다. 사람들이 커피당에 매력을 느끼고 이끌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대변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치와 지역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적극적인 참여가 실제로 나와 내가 살고 있는 마을과 더 크게는 우리 사회를 바꾸어갈 수 있다는 시민참여의 의지가 새로운 유권자운동인 커피당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생활에서 길어올린 정치 아젠다

지난 4월 19일 커피당 제안 이벤트 '배우 권해효가 초대하는 커피파티'에 인터넷까페와 트위터 등을 보고 참가한 누리꾼들은 연령, 성별, 직업, 커피파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각각 달랐지만 이 모임에 거는 기대와 요구는 비슷했다.


첫째는 유권자가 정치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높이고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던 풀뿌리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자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한국 커피파티 모임'을 개설한 @Besthealer는 "미국 커피파티를 보면서 감동했던 것은 '우리가 보스가 되자'는 구호였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써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국민은 반드시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진정한 주인으로 국가를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부담 없는 대화를 통해 '생활정치' 감수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내가 사는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저는 지금 사는 동네를 좋아해서 예쁘게 잘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선거 때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나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잘하지 않아요." (닉네임 룽고) 커피당에 참석한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대담론보다 피부에 와닿는 정치적 의제, 예를 들어  동네의 보육시설이나 등하굣길 교통안전, 지역환경 같은 의제를 꺼내놓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의 삶과 지역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정치 무관심층을 파고들어야
 
커피당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특정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반짝 하다가 사라지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커피파티 같은 일상의 정치토론 모임이 과연 지속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보수진영의 티파티(tea party) 운동에 대항해 급속히 확산된 미국의 커피파티 운동과는 다른 정치적 배경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분명 한국의 커피파티 운동은 미국과 다른 양상으로 만들어질 것이며 그 성패를 점치기에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얼마전 서울 강동 지역 커피파티에 참여한 20대 대학생의 제언은 커피당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는 "커피파티 운동이 나처럼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유권자들 사이에는 선거와 정치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 나처럼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치와 선거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무관심한 사람들, 이 둘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이 필요하다.


선거는 '밥'이다

2010 유권자희망연대는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사업 중단과 친환경무상급식 실현이라는 정책 중심의 선거 대응과 새로운 유권자참여 확대를 주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4대강사업과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찬반여부에 따라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거부운동을 전개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20~30대의 투표율 10% 올리기나 지역의 커피파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과거 후보자들의 부패와 비리를 파헤치고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방식에서, 정책요구 실현과 일상적 정치참여라는 좀더 적극적인 유권자운동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거는 축제가 아니고 일상이어야 한다'는 어느 커피당 당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선거와 정치는 우리가 항상 먹는 '밥'과 같이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커피당은 만만한 정치 수다를 통해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쉽게 다가가고 정치참여의 폭을 넓힐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선거를 밥처럼 쉽게, 그리고 맛있게 먹으려는 커피당의 실험이 올 6월 어떤 의미를 남길지 함께 지켜보자.


2010.5.5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