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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여야의 리더십을 묻는다

고성국 / 정치평론가

 

승패는 병가지상사. 총선은 또다른 출발이다. 예상외의 패배를 당했지만 야권이 레이스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더 큰 승부인 대선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총선 패배의 충격과 아픔은 그것이 대선 승리를 위한 약이 될 때 진정으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야권이 대선으로 허겁지겁 달려가기 전에 총선 패배의 원인부터 곰곰이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수많은 변수와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을 다 논외로 하고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승패를 가른 단 하나의 요인만 꼽는다면 바로 리더십이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가 있었고 민주통합당에는 박근혜가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고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소다.

 

전쟁을 방불하는 선거를 이끌려면

 

선거는 목숨을 건 싸움이다. 큰 선거건 작은 선거건 후보와 리더는 여기에 모든 것을 건다. 한치의 빈틈도 허락되지 않고 한순간의 느슨함도 용납되지 않는다. 리더는 현장에서 선택하고 결단한다. 타이밍을 놓치느니 차라리 밥과 잠을 포기한다. 눈이 충혈되고 손이 붓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선거가 끝나면 거의 모든 후보들이 드러눕는다. 기가 진해서.

 

선거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투쟁과 돌파의 리더십이다. 적과 싸워 이겨야 하므로 불타는 전투의지와 불퇴전의 용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과 수많은 실전경험에서 우러나는 여유가 필요하다. 실력없는 자, 공력이 모자라는 자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선거의 리더십이다. 새누리당에는 이 선거의 리더십이 있었고 민주통합당에는 이것이 없었다.  혼전 박빙의 승부가 간발로 차가 아니라 25석의 큰 차이로 결론이 난 것은 선거의 리더십이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야권은 두가지 상반된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 김대중세력, 노무현세력, 시민사회세력이 모여 만든 민주통합당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 야권의 후보 경쟁구도에 안철수를 포섭하거나 야권후보와 안철수 간 최종 단일화를 성사시켜낼 통합의 리더십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피와 살이 튀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투쟁과 돌파의 리더십이다.

 

여야는 어떤 리더십을 요구받는가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운데 이 두가지 상반되는 요구를 겸비한 리더십이 과연 출현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에 민주통합당은 어떤 형태로든 대답해야 한다. 리더십의 문제가 총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 문제의 해결 없이 대선 승리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말이다. 

 

한 사람이 두루 갖출 수 없다면 나눠 맡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통합당이 새로 구성할 지도부의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저 경선을 관리하는 정도로는 안된다. 대선후보와 역할을 나눠 맡을 정도의 비중있는 리더십이어야 하고 대선후보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해줄 수 있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문제는 대선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구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이해찬 등 예상 가능한 모든 잠재적 대선주자를 염두에 두고 그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당 지도부를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과연 민주통합당은 성공적으로 잘 풀 수 있을 것인가. 진통을 겪고 있는 지도부 구성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번 리더십의 조건을 우려 섞어 제기하는 것은 이같은 전략적 고려와 고심의 흔적을 지금의 민주통합당에서 발견하기 어려워서다.

 

리더십 재편의 문제는 새누리당도 비켜갈 수 없다. 선거 직후 당의 정상화를 표방한 만큼 새누리당의 지도부 재편도 대선 체제의 정비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도부 재편에서 핵심 포인트는 지도부를 박근혜의 집행조직으로 구성할 것인가 박근혜의 보완재로 구성할 것인가이다. 사실 정답은 나와 있으나 실행은 쉽지 않다. 친박계의 백의종군이 수사적 표현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성있는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친박계의 백의종군론은 기득권 고수를 위한 위장술로 평가절하될 것이다. 과연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친박계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이긴 쪽의 고민은 늘 그렇듯 이번에도 자신과의 싸움이다.

 

2012.4.25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