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야권의 대선승리를 위한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대선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며 지지율이 급상승했고 안철수 교수도 출마선언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당분간은 두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사이의 각축이 전개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최근의 변화를 거치면서 상황이 명료해진 면도 있다. 3자구도에서는 여권의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를 통해 2자구도로 바뀌면 야권이 유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박근혜대세론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에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연속으로 보아야 한다. 굴곡은 있었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바람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관되게 표출되어왔다. 한겨레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1~22일 사이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7%가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낫다는 답을 선택했는데 현재의 민심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야권의 패배라고 평가되었던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지역구 총득표수는 야권연합이 여당을 앞섰다.
민심은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나
물론 이러한 민심이 야권의 선거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총선 이후에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국민을 크게 실망시켜 박근혜대세론이 굳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은 계속 분출구를 찾아 움직이며 안철수현상을 뒷받침했고 선거국면으로 접어드는 현재, 야권이 다시 승리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박근혜가 대권후보로서는 부적합한 역사인식과 법의식을 드러내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안철수는 물론이고 그동안 크게 뒤지고 있었던 문재인도 양자대결에서 박근혜를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7년 대선이 사실상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의 경쟁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안철수와 문재인의 경쟁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당연히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지난 시기 치러진 선거 결과들이 보여주듯이 여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총선의 경우만 보아도 야권연합의 압도적 승리가 점쳐지던 것에서 불과 두달 사이에 야권이 패배하는 것으로 급변했다.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 두번의 경우에서도 보수세력 내에 분열이 발생했음에도 보수 후보와의 차이는 매우 근소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새누리당의 일부가 이탈하는 등의 보수의 정치적 분열도 기대하기 어렵다.
단일화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야권후보의 단일화 과정 자체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며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대선 승리에는 단일화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두 후보는 이미 단일화에 대한 정치적 약속은 했다고 볼 수 있다. 단일화가 정치공학이 아니라 국민의 열망을 실현하는 희망의 정치가 되기 위해서 두 후보는 플러스알파의 내용을 찾고 이를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적어도 다음 두가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이명박정부를 넘어서는 비전이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현 가능하면서 시대전환을 상징하는 핵심정책을 제시해 대선국면을 주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선은 이러한 의제를 만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던 세력이 승리했다. 현재 유권자들이 문재인과 안철수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제1야당의 후보라는 위치나 참신함만으로 이러한 관심을 투표일까지 지속시키기 힘들다. 인물의 참신함만 내세우다보면 오히려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쉽게 작동하게 할 수도 있다. 이제 인물에서 의제로 선거의 초점을 전환시켜야 하며 이와 관련한 과감한 구상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둘째, 수권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치개혁 구상과 실천이 필요하다. 대선에서는 인물만이 아니라 세력에 대한 투표가 같이 이루어진다. 현재 안철수와 문재인의 가장 큰 약점도 여기에 있다.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대변하고 결집시킬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력을 구축했다고 보기 어렵고, 문재인은 자신이 기반하고 있는 민주당이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시대의 조타수가 필요하다
문제는 불과 석달도 남지 않은 선거기간에 이러한 약점을 완전하게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세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 어렵고, 정당이 조직적 관성에서 탈피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당장 세력의 구축이나 전면적인 쇄신이 어렵더라도 자신의 정치비전과 함께 남은 기간에 실현가능한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적어도 자신의 당선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권세력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 주요 정당의 후보선출과 예비후보등록이 이루어짐에 따라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와 문재인 두 후보는 대권을 정치목표로 삼은 것이 길게 보아도 1년이 안되고 실질적인 고민과 준비에 나선 것은 6개월이 넘지 않기 때문에 대권후보로서 수업을 받고 눈앞의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그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고 여러 구체적인 정책을 가다듬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국정운영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구상과 실천전략에 대한 큰 그림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로써 유권자들을 춤추게 만들어야 대선 승리의 길이 가까워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정책전문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조타수를 원하고 있다.
2012.9.2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