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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이상한파 전력난, 삼중고의 시대

이진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추워도 너무 춥다. 이미 지난 12월에 예년 1월 평균기온을 능가했고, 새해 첫 출근일부터 전국적으로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등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최저기온은 평년에 비해 7℃ 이상 낮았고 체감온도는 -20℃까지 떨어졌다. 1월 평균 최저기온이 0℃ 정도에 불과한 부산 지역까지 하루 종일 영하권을 맴돌았고 폭설이 내렸다.

 

혹독한 이상한파의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가 첫손에 꼽히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데 이상 한파라니. 이상할 법도 하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북반구에는 북극의 한랭한 기온이 중위도로 내려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제트기류는 찬 공기와 더운 공기의 기압차로 유지되고 있는데, 북극이 더워지면서 기압차가 줄어들고 제트기류가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남하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기록적인 폭설도 한몫을 했다.

 

반복되는 극단적 기후현상

 

적설량이 많아지면 태양빛을 반사하는 양이 많아져 약 2~3℃ 정도 온도가 낮아진다. 공기 중 수증기의 양이 증가하면 폭우나 폭설 가능성을 높이는데, 지난여름 기록적인 더위로 인해 북극 해빙량이 많아지면서 수증기의 양이 급증해 폭설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에서 기록한 -50℃의 한파나 폭설량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구온난화가 한파의 다양한 원인을 동시에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회성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에선 연신 몇십년 만의 한파라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지만 그런 얘기는 작년 겨울에도, 재작년 겨울에도 나왔다. 여름도 마찬가지다. 매년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은 열파가 지속되고 겨울철에 한파가 지속되는 극단적 기후현상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상기후가 아니라 일상기후라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지경이다. 지구촌이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지 않는다면 수은주는 당분간 기록 제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상기후의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에 난방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에어컨 사용 등으로 인해 여름철 전력사용량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스나 석유 난방이 상대적으로 싸나 전기 난방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최근 몇년간은 겨울철 전력사용량이 여름철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새해 벽두부터 연일 전력경보가 내려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전기 난방을 줄여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전력공급의 빨간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삼중고 해법은 재생가능에너지 정책뿐

 

이상한파, 지구온난화, 전력난. 이 세가지 위협은 일견 트릴레마(trilemma), 즉 삼중고의 상황처럼 보인다. 세가지 원인과 결과가 난해한 수학공식처럼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런 상황이 모두 정부가 추진해왔던 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성장주의를 표방했던 역대 정부는 경제성장이라는 미명하에 에너지를 값싸게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유럽 선진국과 일본을 앞지르는 에너지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늘어난 에너지 사용량은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을 불러왔다. 배출된 온실가스는 이상기후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상기후는 다시 우리에게 많은 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 마치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것처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우리는 결제일만 되면 불안해하는 채무자처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푸념만 되풀이하며 다시 현금서비스를 꺼내든다. 빚은 늘어만 간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눈앞의 전력난 해결에 방점을 찍으면서 짝퉁 부품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지난 12월 31일에 영광 원전 5호기가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에는 대표적인 핵공학자이자 원자력협회 회장을 역임했던 인사가 중용됐다. 여전히 '닥치고 일단 공급'이라는 정책을 우직하게 해결책으로 꺼내놓는 셈이다. 게다가 대통령까지 나서 에너지 사용을 줄여달라고 얘기하지만, 한편에서는 저소득층 에너지복지 대책이라며 전기(온수)매트를 지급하는 불편한 진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삼중고에 대한 해결방법은 선명하다. 수요관리를 전제로 한 재생가능에너지 정책뿐이다. 정책기조를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라는 흘러간 성장주의에 맞춰놓고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그들이 성장에 관한 강박감을 내려놓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와 이상한파, 전력난은 연례행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걸 모른다면 그들은 간험하거나 혹은 무능한 것에 불과하다.

 

2013.1.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