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후꾸시마 방사성 지하수의 유입, 어떻게 대처할까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松山)대 경제학부 교수
8월 7일 일본정부는 후꾸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지하수 약 300톤이 매일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2일에는 방사성 오염수의 저장탱크에서 약 300톤이 누출된 것도 드러나, 수입산뿐 아니라 국내산의 수산물 구입도 꺼려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국무총리까지 나서 수산물의 안전성 강조와 함께, 방사능 괴담(?)의 유포자를 단속하도록 지시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유포자를 색출한다는 강경자세를 취할 처지인가. 2011년 3월의 원전사고 이후 정부가 책임있게 최선의 안전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왔는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유출은 사고 직후부터 예고된 것이었음에도 정부는 약 2년 반 동안 식품 방사능의 샘플 측정방식을 고수하면서 특히 관리기준치의 '적합 여부'만 발표하는 구태의연한 자세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안이한 대책이야말로 괴담을 확산시키고 있는 최대의 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방사능 괴담, 정부 책임이 크다
예를 들어 첫째, 피폭량과 암 발생률이 비례하는데도 식품 방사능이 국내 기준치 370베크렐(Bq) 이하면 안전을 완전히 보장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 특히 태아는 성인보다 방사능에 약 10배 약하며, 현행 수치의 설정이 체격이 큰 서양인을 기준으로 한 점도 무시되고 있다. 둘째, 같은 지역의 바다에서 잡힌 수입 수산물이 국적에 따라 100Bq(일본)과 370Bq(러시아)로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생선을 잡은 해역이 아니라 거래된 수산시장의 장소가 원산지로 된다. 셋째, 국내의 방사능 검증체제도 가장 정밀한 게르마늄반도체 측정기는 겨우 약 20대에 불과하며, 대부분 휴대용 측정기를 이용하고 있다. 측정기의 절대 수량의 부족뿐 아니라 그 성능과 한계에 대한 설명도 없는 실정이다.
넷째, 정부가 발표하는 '적합 여부'는 세슘 등의 감마(γ)선 결과뿐으로, 이미 대량 유출이 밝혀진 삼중수소(T) 및 스토론튬(Sr) 등의 베타(β)선 및 플루토늄 등의 알파(α)선의 값은 밝히지 않고 있다. 두가지 측정방법이 감마선보다 복잡하고 또 측정시간이 길더라도, 뼈에 축적되어 백혈병을 일으키는 스토론튬(Sr90)의 농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화학적 및 물리적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도 확인된 이상, 수산물의 베타선 측정이 불가결하다. 단, 스토론튬의 측정시간은 3주 정도로 수산물의 유통기간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가능한 시대임에도 정부는 '기준치 이하는 안전하다'는 비과학적인 주장만으로 스스로 신뢰성을 잃고 있다. 또한 최근 후꾸시마 사고의 영향이 동해에 미치는 시기는 몇년 후이며 아주 낮은 농도일 것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2011년 3월의 사고 직후부터 후꾸시마현에서 동해로 흘러드는 강을 통해 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낮은 방사능의 강물이고, 또 국내 수산업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것인가? 이런 비정상적인 정부의 대응은 과거 독재정권에 유리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제공했던 정보통제의 악폐가 여전히 남아 있는 탓이거나, 아니면 원전 확대정책의 장애물을 미리 제거하려는 핵마피아의 전략의 결과는 아닐까?
철저한 검증과 신속한 공개만이 대책
향후 정부가 취해야 할 최우선 대책은 식품 방사능의 철저한 검증 그리고 측정치의 정확하고 신속한 공개체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동시에, 건강과 방사능의 인과관계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국민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방식이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최선의 대책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안전성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뿐 아니라, '비용(암 발생률 증가)과 편익(정확한 진단) 의 비교분석'에 근거한 의료 피폭량과 일방적인 식품 방사능을 비교하는 치졸한 홍보방식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한편, 방사능을 이유로 수산물 구입을 꺼려하는 소비자의 판단도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방사능의 경우, 건강에 무해한 '안전기준치'(역치)가 없으므로 양이 적을수록 위험도는 낮아진다. 그러나 식품첨가물·잔류농약·중금속 오염 등은 무시하면서 방사능만을 이유로 수산물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것도 합리적인 판단은 결코 아닐 것이다. 생선의 경우, 해저에 사는 것과 큰 것을 피하면서 면밀히 씻으면 방사능을 5~6할 저감할 수 있으나, 방사능에 약한 태아 및 어린이들은 평소보다는 섭취량을 줄이는 쪽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 방사능 오염문제의 근원인 원자력발전소의 본질에 대해서도 자문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2013.9.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