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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전교조의 대장정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심성보 /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전교조가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9명의 해직교사들을 지키기 위해 법외노조로 가는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이제 전교조 문제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다는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 시계를 14년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교육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국가의 이데올로기 통제를 강화하려 하는 박근혜정부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인 전교조를 공안정국의 희생 제물로 삼고 있다. 노조법시행령을 꼬투리 삼아 겨우 몇 사람의 해고자가 있다고 하여 6만명의 단결권, 즉 노조 자격을 박탈하려고 하는 데서 그 의도를 쉽게 엿볼 수 있다.

 

퇴행적 정치에 맞서 참교육 실천의 길로

 

이런 불량한 전략은 아무래도 헌법정신이나 국제적 관례를 뛰어넘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전교조를 ‘악의 축’으로 여기고 그들을 고사시키려는 공작 차원에서 나왔다고 보인다. 한마디로 비상식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퇴행적 정치를 보이는 박근혜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강화 및 반노조정책, 그리고 우경화전략과 맞물려 있다.

 

그러면 전교조는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것인가? 그것은 합법노조를 위한 대장정을 다시 시작하는 길밖에 없다. 더 말할 나위 없이 참교육을 실천하는 우직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앞으로 합법화를 재탈환하는 싸움은 출범 이후 십년의 불법노조 시절 동안 합법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상기하면 그 길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우선 해직교사를 보호하겠다는 원칙론보다 조직을 보호하겠다는 현실론을 택한 28퍼센트의 교사들을 빨리 끌어안아야 한다. 또 이런 입장을 같이하는 또다른 진영의 지도급 교사들을 하루빨리 만나 현 난국을 함께 돌파해야 한다. 정부의 규약개정 시정명령에 대해 높은 투표율과 압도적 거부율을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법외노조화 국면을 맞이하여 전교조의 양대진영은 대동단결을 해야 한다. 양대정파의 서로 다른 전략과 전술은 교육개혁을 위한 생산적 논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의의 노선경쟁은 서로를 사상적으로 단련시켜 교육변화를 한단계 더 고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논쟁이 도를 넘어 서로 만남 자체를 피하거나 감정적 앙금까지 겹쳐 있다면 그것은 소모적이며 반(反)생산적이다. 그렇게 되면 학교현장의 변화에 씨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으며, 그 결과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말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쪽 모두 낡은 관념에 사로잡혀 반(反)변증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사상적으로도 진일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닥칠 상대의 내부교란작전에 크게 휘말릴 위험이 있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전교조

 

그다음으로 전교조가 살 수 있는 교육적 방식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다시 획득하는 일이다. 즉, 이 난국을 타개하는 지름길은 전교조 교사가 직접 접촉하고 있는 일선 교실의 학생과 그들의 학부모로부터 지지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그들만이 최대의 우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더디더라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참교육활동을 성실히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교조의 변화된 모습과 위상을 목격하고 체감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저절로 우군이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전교조에 대한 온갖 곡해들은 조금씩 제거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전교조 교사들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교육활동을 해왔던 교사는 더욱더 매진해야 한다. 이름만 전교조이지 다른 교사와 차별화되지 않는 교사라면 참교사가 되기 위해 새로이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실천해야 한다.

 

참교육의 기치를 내세웠던 초심으로 돌아가 교과활동뿐 아니라 학급활동,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상담활동 등 교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교육적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대정부투쟁을 가열차게 하는 일도 합법화에 도달하는 길이지만, 동시에 일선학교의 참교육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합법화라는 것이 교사의 권익옹호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개 이익단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전교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

 

전교조는 이제 제2의 전교조로 재탄생하는 실험대 위에 올라섰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수동적 차원의 합법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제2의 합법화는 단지 정부로부터 합법노조의 권리를 획득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참교육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보하는 일과 함께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화하는 데 중심을 두어야 한다.

 

노동단체와의 연대도 중요하지만 지식노동자로서 문화단체와의 연대도 강고하게 해야 한다. 합법화 이전 시절에 언론, 미술, 역사, 문화, 출판 단체 등과 연대를 강고하게 했던 데서 귀감을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여 여유와 놀이, 그리고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 문화단체와의 연대 강화는 교과교육의 질을 증진시킬 것이며, 그것은 곧 학생의 문화적 상상력을 향상시킬 것이다.

 

이런 참교육활동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줄기차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토록 바라던 ‘참교육의 문예부흥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합법노조는 자동 적으로 부여될 것이다. 그것만이 법외노조로서의 전교조가 처한 ‘정치적 위기’를 오히려 ‘교육적 기회’로 전환시키는 능동적이고 미래지향적 자세이다. 전교조 교사는 지금 인간으로서나 시민으로서 더 높은 규범의 실천을 요구받고 있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앞에 더욱 평화로운 얼굴로 다가가 공감과 소통을 실현하는 대화적이고 인간적인 교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모습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합법화의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2013.10.2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