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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비리재단의 상지대 복귀는 사학민주화의 사망선고

정대화 / 상지대 교수, 정치학, 사학개혁국본 공동대표

 

1993년 봄, 대한민국 사학비리의 상징 김문기가 퇴출되면서 상지대학교는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상지대는 온갖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고 대학 민주화와 발전을 이룩하여 민주화되고 투명한 대학운영을 자랑하는 중부권의 명문대학으로 우뚝 서며 사학민주화의 성공적인 모델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에 의해 일련의 과정을 거쳐 김문기 일족이 다시 상지대에 복귀하는 역사적 대반동의 드라마가 전개되었다.

 

이 드라마의 제1장은 김황식씨가 주심재판관인 대법원에서 상지대 정이사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권력과 한나라당의 요구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라 불리는 조정기구가 만들어졌다. 사분위는 대법원 판결을 더욱 왜곡하여 비리재단이 대학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사분위의 정상화 심의 원칙이 그것이다. 이 원칙에 의해 김문기 비리재단이 상지대 이사회의 과반수를 점하게 되었다.

 

비리재단 복귀를 가능케 한 보이지 않는 힘

 

그로부터 3년 7개월 후인 2014년 3월 24일, 김문기 추천 정이사 한명이 추가되어 이사진의 3분의 2를 확보하자 이사장 등 나머지 3명의 이사가 전격 사퇴하였다. 이 상황에서 2014년 3월 31일 김문기의 아들 김길남이 이사장에 선출되면서 21년을 끌어온 김문기 비리재단의 상지대 복귀가 완성되었다.

 

부자(父子) 세습을 통한 김문기 비리재단의 복귀는 우리나라 사학민주화의 상징인 상지대가 미증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했음을 뜻하며, 이는 곧 사학민주화의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 사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아래서 사학 자주성의 이름으로 비리재단을 옹호하면서 비리재단 복귀를 추진해 온 사분위와 이를 묵인하고 수수방관함으로써 직무유기를 자행한 교육부의 합작품이다. 그 뒤에는 얼굴 없는 권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사분위 결정으로 '정상화'된 상지대는 김문기 추천 이사들의 집요한 방해로 정상적인 대학운영에서 벗어났다. 이사회는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김문기 추천 이사들의 집단 불참과 집단 퇴장, 지속적인 이사장 사퇴 압박과 이사회 진행 방해, 이사장 사퇴를 위한 별도의 이사회 개최 요구 등 파행과 무산으로 점철되었다.

 

이로 인한 상지대의 피해는 엄청났다. 총장과 부총장의 장기 공백 사태가 발생했고, 학교는 3년간 준예산 체제로 운영되었으며, 각종 정부지원사업의 반납과 무산이 뒤따랐다. 3년간 교원 신규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국 최하위의 교원확보율을 기록하여 2014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는 불명예까지 안게 되었다.

 

사학이 전체 대학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상지대가 직면한 위기는 결코 상지대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김문기 비리재단의 복귀는 1980년대 이후 어렵게 일구어온 대학민주화의 성과를 짓밟아버리는 폭거인 동시에 우리의 민주주의를 독재시대로 되돌리는 반교육적이고 반사회적인 역사적 퇴행이다. 사학의 민주적 발전이 대학발전은 물론 사회발전의 토대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작금의 상지대 사태는 저수지를 무너뜨릴 둑의 균열과 다를 것이 없다.

 

역사와 미래를 위한 새삼스러운 질문

 

상지대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시간을 맞았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나라의 백년을 준비하는 인재양성의 과정이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나라의 발전을 이끌어갈 원동력을 창출하는 고등교육제도다. 사학이란 무엇인가? 나라가 하지 못하는 공교육을 대신하는 국가 공교육 체제의 일부이다. 그렇다면 사학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국가 공교육의 일부로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상한 말이 아니지 않는가? 진실로 이상한 것은 교육이 기업보다 못한 족벌가업체제하에서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며 온갖 부패를 저지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미 수십년 전에 사학비리로 퇴출되었던 비리주범들이 다시금 속속 복귀하는 뒤집어진 현실 아닌가?

 

비단 상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대, 영남대, 조선대, 세종대 등 비리재단이 복귀한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제2의 사학분규를 겪으면서 수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다. 민주화의 길고 긴 갈등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경쟁의 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글로벌 국면에서 사학을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나라의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작금의 상지대 사태는 나라백년대계의 관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하며 비리재단의 복귀로 귀결된 막장 드라마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다고.

 

우리 사회가 처한 단말마적 상황에 대한 조용한 몸부림으로 지난해부터 대학가 곳곳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등장했다. 지난주에 부산·경남지역의 여러 학교 대자보에 등장해 주목을 받았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절규가 어느새 상지대의 대형 걸개 펼침막으로 걸렸다. 상지대 사태를 계기로 비리재단 복귀의 역사적 퇴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소름끼치는 침묵이 중단되기를 기대한다.

 

2014.4.1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