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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위한 보험업법,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강정민 /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핵심 키워드는 '삼성'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에 있다. 사실 보험업법 개정안 자체는 보험회사 자산운용비율 산정시 기존의 취득원가 방식을 시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으로, 매우 간단하다.

 

지난 4월 7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대표발의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당초 삼성의 로비에 밀려 개정안 제출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법안이 제출된 다음날 이종걸 의원과 법 개정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 추진배경과 의지를 강조하자 이후 개정안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연일 방송과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면서 분주해졌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법안이기에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일까.

 

보험업법 개정안, 삼성의 '성공에 대한 처벌'인가

 

그러나 이것이 간단하지 않게 된 데에는 이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될 대상이 사실상 삼성뿐이며, 법 개정 후에도 삼성그룹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십조원 이상의 엄청난 자금이 수반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삼성 측은 이것이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올라서 생긴 문제로 소위 '성공에 대한 처벌'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그동안 별다른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혀놓고 넘치는 부분을 자르려는 듯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법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 등이 주식을 매각할 경우 시장의 충격이 우려되고, 외국인투자자가 이를 모두 사들인다면 삼성전자의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거나 보험업법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등의 주장도 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삼성에버랜드는 다시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또다시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이들이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을 지배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과 삼성특검에서 밝혀진 차명주식 덕분에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배는 사실상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계열사를 통한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상으로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 및 채권에 대하여 총자산의 3% 또는 순자산의 60% 중 적은 금액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경우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주식투자한도가 4.7조원(총자산의 3%)가량 되지만 실제 이보다 4배 많은 19.1조원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도 주식 투자한도의 2배가 넘는 계열사지분을 취득하고 있다.

 

이는 현행 보험업법 규정에서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한도비율 규제가 '공정가치'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을 제외한 은행업, 상호저축은행업, 집합투자업 등은 모두 공정가액(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특수관계인의 발행 주식에 대한 보유한도를 정하고 있으므로, 삼성과 같이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를 위한 계열사 지분취득은 제한된다.

 

이건희 회장 지배권의 원천은 보험계약자의 돈

 

삼성이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성공에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돈을 총수 일가의 지배권 유지에 활용하는 현재의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방치하자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삼성 측이 주장하고 있는 '시장의 충격' 및 외국인투자자에 의한 '경영권 위협' 등도 모두 과장된 측면이 있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삼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5년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 정도 기간이라면 시장의 충격을 줄이면서 지분구조를 정리할 충분한 시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외국인투자자에 의한 경영권 위협 주장도 호소력은 있을지언정 논리적·실증적 근거를 결여한 재계의 반복되는 레퍼토리로 선동에 가까운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보험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미국이나 영국 등 금융선진국 모두 보험회사에 대해 시가평가를 원칙으로 자산운용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강조하건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모두 처분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험회사 본래의 목적에 맞게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자산운용을 하도록 하고, 세계금융위기 이후 강조되고 있는, 금융회사에 대한 통합감독을 위한 규제격차 해소의 차원으로 보아야 한다. 삼성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2014.4.23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