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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한국사회 변화의 첫걸음

박주민

박주민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군 조도면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304명의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돌이켜보면 나라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대형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든 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실

수를 했거나 시스템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문제였는지부터 제대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 사건의 진상

 

그런데 우리 사회의 대형사고를 돌아보면 ‘무엇이 문제였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국민이 수긍할 정도로 명확하게 밝혀진 적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면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기는 집단들에 의해 문제가 무엇인지 밝히려는 시도들이 좌절되어왔다. 특히 이러한 집단들이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 진상규명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기관―수사기관이나 언론 등―을 굴복시켜가면서까지 진상을 은폐해왔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수사기관이 꼬리를 자르고, 사건의 진정한 원인을 파헤쳐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다른 곳으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데 열중하도록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어떤가? 검찰은 참사 초기부터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으로 수사의 방향을 맞춰왔으며 지금까지도 거의 모든 역량을 여기에 쏟아붓고 있다.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에게는 횡령‧배임죄 정도의 기소 내용으로 추격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체포작전에 힘을 빼고 있다. 참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체포라기보다는, 국가가 감당해야 할 재정적 책임을 덜기 위해 재산을 압류하는 것이 목표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는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하는 데에도 며칠을 허비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나와야 한다는 국민의 상식은 국회에서 표류했고, 가족들의 2박3일에 걸친 요구로 겨우 합의되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국정조사 일정을 정하는 등의 문제로 충분한 자료조사도 하지 못한 채 기관보고가 시작되었다. 청와대는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앞으로도 성역을 지키려는 아집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꿸 수 있을까? 입법·사법·행정으로부터 독립된 기구의 설치를 고민해볼 수 있다. 기존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오직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인정받으며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위원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이 조사위원회에 직접 조사할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며 조사의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권력에 의한 방해를 뚫고 진실에 한층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은 바로 이러한 조사위원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전사회적 요구

 

이러한 조사위원회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드러내는 범위에 있어서도 특별법의 내용에 따라서는 기존의 수사기관과 전혀 다를 수 있다. 즉,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달리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완화 등도 조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까지 조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만큼 조사 결과 내놓을 수 있는 대안도 훨씬 더 근본적일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게 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특별법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수많은 희생과 피해를 어떻게 다룰지도 포함될 것이다.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고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람들, 생계활동을 하던 가족의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 생존했으나 사고가 낳은 신체적·정신적 훼손으로 인해 참사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사람들, 사고 이후의 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피해를 감수하는 사람들. 이러한 피해는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는 것과 같이 청해진해운의 소유주나 피고용인 몇명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며 국가가 야기하고 확산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피해는 사회 전체가 같이 품어야 할 고통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특별법은 동료시민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아직 특별법의 내용이 명확하게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어쩌면 나의 바람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들의 열망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어느정도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우리 사회는 반드시 달라야 하는데, 특별법이 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박주민 /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2014.7.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