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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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민주공화국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

김형철

김형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 즉, 대한민국은 공공의 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가 왜곡됨이 없이 반영되는 국가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하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규칙인 선거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제도인 1인 2표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한 배분의석이 54석이고 득표율과 무관하게 최다득표자에게 주어지는 의석이 246석으로, 1위대표제의 특성이 강하다. 1위대표제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대표하고 반영함에 있어 심각한 왜곡효과를 갖는다. 제19대 총선의 예를 들면, 새누리당은 지역구 평균득표율 43.3%였지만 지역구 의석률은 51.6%로 과다대표되었고, 군소정당인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평균득표율이 6%였지만 지역구 의석률은 2.8%로 과소대표되었다.

 

또한 전체 투표수 가운데 47.6%의 사표(死票)가 발생했다는 점은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률의 불비례성과 함께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선거제도는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한 거대 양당 중심의 경쟁을 유인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투표참여와 책임정당정치를 저해하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왔다. 더불어, 대표되는 이익과 대표되지 못하는 이익은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고 정책결과로서의 사회경제적 이익이 불평등하게 분배됨으로써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된다.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가 바람직하다

 

따라서 현행 선거제도를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즉, 투표-의석 간 비례성을 높이고, 사표의 최소화를 통해 1표 1가치를 실현하며, 지역정당체계를 완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공유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지역구 의석과 비례 의석 비율을 2:1로 하는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가 거론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 의석비율의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를 제안했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재민혁신위원회에서도 혁신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하였다. 또한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를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하에서의 의석수 변화를, 제19대 총선 데이터를 갖고 현행 의석비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결과, 새누리당의 총 의석수는 152석에서 137석으로 감소하며, 민주통합당은 127석에서 117석으로 감소한다. 반면에 군소정당인 통합진보당은 13석에서 33석으로 20석 증가하고 자유선진당은 5석에서 10석으로 증가함으로써 선거비례성의 증가에 따른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현상이 극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절대다수를 차지한 특정정당의 전횡을 견제하고 정당 간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이끌어냄으로써 보다 많은 다수를 위한 정치와 포용의 정치를 제도화할 것이다.

 

이렇듯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는 전국 단위에서 각 정당이 획득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률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이다. 따라서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거대정당의 과다대표와 군소정당의 과소대표라는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을 극복하고 투표-의석 간 비례성을 높임으로써 사표를 줄이고 국민의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국민 개개인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에 대한 기대효용이 높아짐으로써 투표참여 동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 선거제도는 책임정당정치의 정착과 더불어 지역정당체계의 극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즉, 정당득표율이 정당의 의석수를 결정함으로 각 정당은 책임정치를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각 정당이 인물 및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쟁을 지양하고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경쟁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정당득표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을 대상으로 고르게 표를 획득해야 함으로 지역보다는 전국적 이슈를 정책화하고 이를 동원하려는 동기를 갖게 한다. 따라서 지역균열을 대체하는 사회균열의 정치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지역주의의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길로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한다는 점에 잠정적 합의만 이룬 채 선거구획정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고 지난달 31일로 5개월여의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하였다. 그 기간 동안 정개특위는 다양한 의제를 논의했으나, 기득권 유지와 당리당략을 우선시함으로써 민주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치제도를 마련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안겨주었다.

 

독립기구화 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 제출기한이 10월 13일까지이다. 정치권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충실히 획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개특위를 조속히 가동하여 국민의 주권이 차별 없이 행사되고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의사가 왜곡 없이 반영될 수 있는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안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도 정당 및 제 단체와 연대하여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함으로써 국민의 의사에 부응하는 민주정치의 단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형철 /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2015.9.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