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 시작이 반이다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하자 ‘돈을 주고 청년의 표를 산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청년실업 장기화에 따른 청년들의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수당 형태의 정책이 파격적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포퓰리즘 논란은 한번 되짚어볼 만하다.
어깃장만 놓는 무책임한 정부·여당
그동안 우리나라는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 청년들의 권리를 후순위로 미루며 이들의 고통을 방치했다. 청년 일자리 대안이라며 내놓은 임금피크제는 노동자 간, 세대 간 갈등만 부추겼다. 재벌개혁 또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법론은 빠진 채 공허한 구호로 남게 되었다. 누구나 청년을 이야기하지만, 누구도 청년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의 삶을 개선해보고자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청년수당 같은 정책은 사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할 수준의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정부와 정당이, 청년들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고 실질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는 정책을 두고 확대 시행하겠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포퓰리즘이라며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의 정확한 명칭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이다. 저소득가구의 미취업자 중 활동의지를 가진 청년에게 2~6개월간 월 50만원의 활동보조비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중위소득 60% 이하인 미취업자, 졸업유예자, 니트족(취업의지를 상실한 이들) 등이 대상이다. 공공·사회활동이나 자기주도적 활동 계획서를 제출한 사람들 중 선발된 인원 3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노동시장 이행기에 있는 청년들의 평균 구직기간이 11개월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청년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생긴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청년수당이 한시적인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정책이 더 잘 운영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후로 생각해볼 문제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성남시의 ‘청년배당’과의 비교를 통해 더 면밀히 검토해볼 수 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수당’으로서의 성격이 명확하다. 만 19~24세 청년 중 성남에 3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라는 조건에 해당되면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자산조사를 거치지 않고 모든 청년에게 준다는 측면에서 보편적 복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당금이 연 1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성남시의 정책이 청년들의 실질적인 소득기반 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한편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지원액이 월 50만원이라는 점에서, 선정이 된다면 성남시 청년들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가 기준으로 삼는 것 중 하나인 공공·사회활동은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활발히 참여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수혜대상이 3000명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밝힌 대로 지원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사회활동이나 자기주도적 활동 계획서를 기반으로 한 선발기준을 만들어나갈 때, 탈락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수립하는 일이다. 이와 더불어 선발된 3000명의 청년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구직활동, 사회참여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이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제는 벼랑 끝 청년들의 손을 잡아줄 때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대상이 협소하고 연계된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수당은 벼랑 끝 청년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줄 촘촘한 그물망이 될 것이다. 또한 청년의 삶을 청년에게 되돌려줄 희망이 될 수 있다. 청년수당은 앞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대상을 확대해나가느냐, 실업급여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어떻게 포괄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인가에 정책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더이상 누가 누가 힘든가의 경쟁이 되어서는 안된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는 헌법 조문의 ‘모든 국민’에서 청년을 배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문유진 /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2015.11.1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