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창비주간논평

구조조정의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야당의 역할

 

정대영

정대영

4.13총선이 끝나자마자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4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였다. 이어 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적극적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국민의당도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호응하여 26일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임종룡 위원장은 구조조정의 기본계획과 구체적 방향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기업구조조정은 경기민감업종, 부실징후기업, 공급과잉업종으로 나누어 시행하고 해운업과 조선업의 문제 기업은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하여 우선 구조조정하기로 하였다. 구조조정이 사전에 각본이 있었던 것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어 사람들이 당황스럽고 의문도 많은 것 같다. 대상 기업의 부실화 원인과 이번 구조조정 논의의 문제점, 그리고 야당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 부실화, 경기 탓만이 아니다

 

먼저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한 것으로 보아 정부는 부실화의 주원인을 경기로 보는 듯하다. 세계 교역량 감소 등 경기악화가 부실화의 한 원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악화는 해운· 조선업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전 업종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경영층이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개별기업의 경영성과는 크게 다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실화 원인은 2000년대 중반 세계경기 호황기에 경기가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으로 보고 비싼 가격에 배를 장기간 빌린(용선한) 것이다.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로 운송물량이 줄고 운임이 하락하였는데도 시장가격보다 4~5배 비싼 용선료를 계속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실화된 것이다. 모든 해운사가 이런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 고려해운이나 KSS해운 등은 호황기에 배를 사거나 빌리지 않고, 최근 배값이 싸졌을 때 선박 보유를 늘려 수익을 크게 내고 있다. 이렇듯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실화는 경기 때문이 아니고 경기에 대한 경영층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다. 즉, 경영실패가 부실화의 원인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의 부실화도 비슷하다. 조선 경기의 부진보다 능력을 과신하여 석유시추선 등 해양플랜트를 설계, 자체 조달, 건조하기까지의 전체 과정을 저가에 수주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시추선 등의 건조능력은 뛰어났으나 설계능력 부족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업체는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분식회계 비슷한 방법을 써 은폐하기까지 했다.

 

다음으로 큰 문제는 구조조정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상처가 곪아터지고 썩을 대로 썩은 다음에야 수술하는 셈이다. 기업구조조정이건 금융구조조정이건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정책 당국자들의 능력부족 등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불거진 즉시 구조조정(prompt correction)을 해야 한다. 해운업과 조선업의 경영악화는 2014년부터 드러났고,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가능성은 2015년 7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2015년 하반기에는 관련 은행들의 실무자들 사이에서 부실기업뿐 아니라 은행 자체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금융위원회의 고위관료와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경영층은 그간 무엇을 했나? 무능한 것인지, 업체와 유착관계가 있는 것인지, 고액연봉과 호화출장이 가능한 자리의 보전 때문인지 참으로 알기 어렵다.

 

야당의 역할이 중요한 때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힘이 세진 야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자리에서 “개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정치권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된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조조정의 일차 과제는 채권자의 합리적 손실분담, 경영권 포기, 주식소각과 출자전환, 인력조정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능한 빠르게 조정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개입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야당이 해야 할 일은, 첫째,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는 대주주와 경영층이 책임에 상응한 손실을 분담하는지 감시하는 일이다. 둘째, 다 알려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춰 국민의 부담을 키운 금융위원회의 책임을 추궁하고 국책은행들의 방만 경영 등을 시정하는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금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것이다.

 

셋째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업급여의 대상자 확대, 수혜금액 인상과 기간연장 등을 통해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실업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늘리는 일이다. 실업급여 확충은 이번 구조조정의 대응책으로서뿐 아니라 생산적 복지의 확대와 노동시장의 불균형 완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실업급여 확충은 정부의 노동개혁과는 별도로 훨씬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고 재원도 법인세율 인상 등을 통해 확실히 확보해야 한다. 야당이 이런 당연한 일을 확실히 해야 야당다운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집권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2016.5.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