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막 내린 북한 노동당대회: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으로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가 막을 내렸다. 나흘간의 이번 당대회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북한의 과거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우선 이번 당대회는 198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했던 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에 열렸다. 또한 이번에 북한은 노동당 상층 지도부의 구조를 개편해 총비서-비서 제도를 폐지하고 위원장-부위원장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는 1966년 10월 제2차 당대표자회의 이후 5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재강조한 북한
북한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 이번 여행의 절정은 핵-경제 병진노선의 명시와 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통해서다. 북한의 첫 병진노선은 1966년 제2차 당대표자회의에서 나왔다. 베트남전쟁과 중소분쟁의 불안정한 정세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으로 군사력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이번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회 마지막날 발표된 노동당 결정서에서도 “대외활동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견지하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 포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핵무력과 함께 건설해나갈 경제발전전략으로 북한은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을 내놓았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다개년계획을 내놓은 것은 1987년부터 추진된 제3차 7개년계획 이후 29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5월 17일 “1990년대 이후는 국가경제가 난관에 처하여 전망계획을 세울 형편이 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당대회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강국 건설은 현 시기 당과 국가가 총력을 집중해야 할 기본전선”이라며,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첨단 수준에 올라선 부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 있다”면서 부문별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 노동당은 과학기술에서 첨단을 지향할 것을 강조하면서 농업, 에너지산업, 금속·기계·화학·건설산업의 발전도 중요시했다.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북한은 기존의 계획경제 시스템 대신 시장의 확산으로 이뤄진 자율적 경제 시스템을 명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경제개혁을 지칭하는 북한식 표현인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전면적 확립으로, 구체적 조치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까지 분명히했다.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는 각 생산주체에 생산 및 분배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높이는 조치이다. 이 조치에 따라 기업과 협동농장의 잉여생산물 처분 권한이 커졌으며 노동자의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 격차도 확대됐다. 그와 더불어 농업에서 개인 축산을 강조한바 사실상 사적 소유를 허용한 셈이다. 경제운용에서 분권화의 경향도 강화되고 있는데 지방의 자체적인 경제운용이 강조되었다. 노동당 결정서는 “지방들에서 자체의 힘으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기 위한 작전을 주도 세밀하게 하고 지방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이번 당대회에서 제시된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과 경제발전 5개년전략은 성공 가능할 것인가. 답하기 쉽지 않다. 국방비는 대표적인 소비성 예산이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북한당국이 병진노선을 추구함으로써 민간경제를 제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핵개발을 통해 현재의 남북간 비대칭적 군사력 상황을 만회토록 해 경제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국가반항공방어체제의 구축과 현대적인 주체무기 개발을 언급함으로써 재래식 병력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쏟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이지만 재래식 병력을 강화하고 있어 핵개발 이후 경제개발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북한이 분야별 달성목표를 수치로 제시하는 ‘5개년계획’이 아닌, 구체성이 떨어지는 ‘5개년전략’을 언급한 것도 결국은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비핵화의 동력,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마련해야
어쨌든 이번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방향성을 선보였다. 핵보유를 통한 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를 노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라는 우리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6자회담이 공전(空轉)하는 가운데 북한은 핵개발 지속을, 미국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조치를 요구하는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출구는 남북관계 쪽에 있지 않을까.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현 시기의 절박한 문제’로 표현하면서, “북남관계의 현 파국상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며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민족공동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를 위해 군사당국간 회담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합의한 ‘조국통일 3대원칙’과 김대중정부 때의 6·15공동선언, 노무현정부 때의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반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대화 채널을 열고 이를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비핵화를 요구하는 한편,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남북 간 협력의 틀을 다시 구축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 정부의 대북 태도는 강경하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11일 한반도미래재단 주최 특강에서 “지금은 대화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북)제재와 압박수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포기를 이끌기 위한 것일 텐데 북한의 핵능력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재도 물론 필요하지만,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대화의 노력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란 핵문제의 해결은 제재와 병행해 진행된 이해 당사국들의 대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훙 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유관 각방이 중국이 제안한 비핵화 협상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협상이라는 ‘투트랙’ 병행 추진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조속히 북핵 문제를 다시 대화해결 궤도로 올려놓고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수호할 수 있는 착실한 방법을 찾기를 호소한다고도 했다.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에 대화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중국은 북한의 당대회가 끝나자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은 한반도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이제 움직일 시점이라고 판단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한반도 정세에 변곡점이 만들어진다면? 변화하는 정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도 우리에겐 제재와 더불어 대화도 고민하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장용훈 /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차장
2016.5.18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