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미세먼지오염,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의 대기오염 수준
얼마 전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공동으로 조사하여 2년마다 발표하는 환경성과지수(EPI)가 발표되었다. 이것은 20개 분야 환경현황을 종합하여 점수로 평가하고 국가별 순위를 발표하는 국가환경정책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종합점수는 세계 180개국 중 80위인데 그중 대기질 점수는 173위로 사실상 세계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는 초미세먼지(PM2.5)와 이산화질소(NO2)의 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고 여기에 노출되는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는 오존과 함께 우리 대기관리 정책목표인 대기환경기준을 거의 전국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천불에 달하는 나라에서 국민들은 형편없는 대기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세먼지 고농도 상태가 자주 나타나면서 중국발 스모그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다보니 일반 시민들은 스모그가 모두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더구나 산업계는 스모그의 원인이 중국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오해 뒤에 숨으려는 경향도 있다. 중국의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국제협력 등을 통해 지속적인 저감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대기오염 배출의 저감 중요성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우리는 인접국가로부터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불리한 조건이므로 대기오염을 줄이려먼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주의보는 어떤 상황인가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서 인체에 쉽게 흡입되는 대기오염물질로, 2001년 대기환경기준에 포함된 직경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인 PM-10(Particulate Matter, 직경<10㎛)과, 2015년부터 대기환경기준에 포함된,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라 부르는 PM-2.5(직경<2.5㎛)가 있다. 먼지는 직경이 작을수록 공기 중에 오래 떠 있고 우리 호흡기 깊숙이 흡입되어 침적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해성분의 함유율까지 높아지므로 점점 더 작은 미세먼지를 규제하게 되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많이 흡입하면 호흡기질환과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심혈관 질환이 증가한다는 연구보고가 나와 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미세먼지주의보를 발령한다. 주의보 단계 수준은 어린이나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것이고, 경보 단계 수준은 외출을 금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면 노약자의 외출과 마라톤이나 등산 같은 야외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미세먼지 대책은 경유차 배출규제부터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는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PM) 이외에 대기 중에서 황산화물, 질산화물, 암모니아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황산암모늄과 질산암모늄 같은 2차적으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PM2.5를 줄이려면 1차 PM과 함께 2차 PM의 재료물질이 되는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도 동시에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만큼 초미세먼지 관리는 쉽지 않고 종합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한 일로, 이는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려면 황산화물과 질산화물을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소, 질산화물과 초미세먼지를 동시에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와 대형 화물차, 건설기계, 선박 등에 대해서도 배출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발암물질로서 대기관리의 우선적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동차 제작사에서 ‘클린디젤’이라고 홍보하던 경유차는 최근 검사단계에서는 기준을 통과했더라도 실제 도로주행에서 많은 질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기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클린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유차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 최우선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영기 /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2016.5.25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