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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세월호특조위마저 침몰하는가

 

장완익

장완익

해양수산부가 6월 21일 세월호특조위에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및 발간 기간 인원 통보’를 하였다. 올 7월부터는 종합보고서 작성기간인데 세월호특조위가 소요 정원(안)을 제출하지 않으므로 관계부처 협의에 따라 종합보고서 작성기간 동안의 필요인원을 통보한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로 대표되는 정부는 세월호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이 작년 1월 1일부터 올 6월말까지가 1년 6개월이라고 주장하면서 7월부터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인원만 필요하다면서 현원 92명(정원이 120명이지만 파견 공무원이 18명이나 파견 나오지 않았고, 별정직 공무원도 10명을 채용하지 못하였거나 퇴직하였다)에서 20명을 더 줄인 72명으로 세월호특조위를 운영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특별법 시행령 별표 1의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간에는 업무량 분석과 직무분석 등을 거쳐 위원회의 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정원으로’ 세월호특조위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더이상 조사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6월 21일 따로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은 “해수부, 선체정리 작업에 특조위 참여 보장. 특조위 종합보고서·백서 작성기간의 필요 인력 통보(선체조사 인력 증원)”인데, 이 보도자료 8쪽은 세월호특조위의 활동기간이 6월까지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특조위 활동 기산일 = 위원회 구성일 = 위원 임기 시작일 = 특별법 시행일

 

즉 특별법 시행일이 2015년 1월 1일인데, 특별법은 이날부터 특조위 위원의 임기가 시작된다고 하였으므로 이날이 특조위를 구성한 날이자 활동 기산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법 제7조 제1항은 “위원회는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조사기간 1년에 한차례 6개월 연장하였으므로 올 6월에 활동을 종료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위원의 임기가 시작되면 저절로 세월호특조위가 구성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조위 구성일에 대한 정부의 막무가내 주장

 

정말 그런 것일까? 세월호특조위 상임위원들은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던 2015년 3월 5일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았고, 나머지 비상임위원들은 3월 9일 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또한 특별법 시행령이 2015년 5월 11일 공포, 시행되어 그때야 비로소 세월호특조위의 정원과 조직 구성이 확정되었으며, 시행령 시행 후 6개월까지는 정원이 90명이고, 2015년 11월 11일이 되어서야 30명을 더 충원하여 특별법이 정한 정원 120명이 된다고 시행령에서 정하였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세월호특조위가 활동기간을 6개월 연장하지 않았을 경우 2015년 12월 31일 활동을 종료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11월 중순에 30명을 충원해서 한달 보름 동안 일하라고 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국무회의가 2015년 8월 4일 세월호특조위의 2015년도 예비비를 심의 의결하여 그 이후에야 예산이 집행되었지만 끝내 정부는 세월호특조위 구성일을 2015년 1월 1일이라 주장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소속이 아닌, 독립된 국가위원회의 정원을 해양수산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지 의문인데, 아마 7월부터는 해양수산부가 통보한 정원에 맞춰서 기획재정부가 예비비를 책정할 것이며, 조사할 수 있는 사업비라고는 선체조사비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또다른 점

 

정부는 세월호특조위의 조사활동은 6월로 종료되고, 7월부터는 종합보고서와 백서 작성 업무만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앞으로 인양될 세월호 선체는 세월호특조위가 조사할 수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신청한 사안에 대한 조사나 직권조사는 할 수 없지만 선체조사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어떤 근거로 세월호특조위가 선체조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가? 조사권이 없으면 없는 것이고 있으면 있는 것이지 예외적으로 선체조사권만 인정한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4.16세월호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세월호특조위가 꼭 조사해야 할 중요한 사항의 하나이다. 그래서 정부로서도 세월호특조위가 세월호 선체조사를 못하게 할 명분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7월부터는 세월호특조위에 조사권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특조위가 세월호 선체를 조사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제멋대로 특별법을 해석하는 것인지, 행정편의적 발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세월호가 예정대로 7월말이나 8월초에 인양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인양의 중요 작업인 세월호 선수 들기가 6월 28일에서 7월 11일경으로 다시 연기되었다. 이러다가 9월에도 인양하지 못할 수도 있는 형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종합보고서 작성기간이 끝나는 9월 이후 세월호특조위의 잔존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10월부터 12월까지의 3개월 동안에도 특조위 사무처(정부 주장대로라면 위원들의 임기는 종합보고서 작성기간인 올 9월까지여서, 잔존 사무 처리기간에는 사무처의 일부 직원만 남게 된다)가 선체조사를 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국민들을 달래려 한다. 세월호특조위가 해체된 상태에서 사무처 직원 몇명이 선체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고는 해양수산부 담당자도 믿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단될 수 없는 세월호특조위 활동

 

세월호 피해자들은 지난 5월 16일 헌법재판소에 기획재정부장관이 세월호특조위의 2016년도 예산 중 6월 30일 이후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하였다. 정부 주장과 달리 국무회의가 2015년도 예비비를 의결한 2015년 8월 4일에 세월호특조위가 구성을 마쳤으므로 활동기간이 2017년 2월 3일까지이며 따라서 2016년도 예산을 6월까지만 편성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나중에 위헌 결정을 하더라도 세월호특조위가 해체된 이후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피해자들이 2014년 7월 9일 국회에 청원한 특별법 청원안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위원회 활동기간은 2년으로 정한다. 다만 위원회가 구성되고,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사무처 조직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활동기간을 기산한다(청원법안 제19조 제1항).

 

나는 이것이 특별법상 ‘위원회가 그 구성을 마친 날’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장완익 / 변호사,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

2016.6.2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