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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국회여, 네 형제는 어디 있는가: 세월호특조위 활동 강제중단 사태와 20대 국회의 책임

이태호

이태호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그러자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느냐? 들어 보아라. 네 아우의 피가 땅바닥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창세기 4장 9~10절

 

 

여소야대로 출발한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야대 국회를 실현한 유권자들에게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 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대한 정부의 예산·인력 지원 강제중단 사태와 세월호 특검 임명안 등에 대한 야대 국회의 의도된 무관심과 무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특조위에 대한 예산지급 중단 두달째

 

19대 국회가 제정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최대 1년 6개월간 조사활동을 할 수 있는 특조위가 법에 보장된 활동을 정부에 의해 두달째 강제로 제지당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등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지난 6월 30일부로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종료되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보고서 작성 외의 모든 예산과 인력 지원을 임의로 축소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일은 2015년 1월 1일이므로 2016년 6월 30일,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모두 종료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조위는, 특별법에 “특조위가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조사활동이 개시된다고 명시되어 있으므로, 사무처 구성과 조사를 위한 예산이 지급된 2015년 8월 4일을 특조위 개시일로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2015년 1월부터 8월까지는 설립준비 시기였지 조사활동 시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월 1일은 특위위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3월 5일)도 받기 전이고, 법 시행령도 공표(5월 11일)되기 전이며, 조사관을 채용(7월 27일)하기도 전이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인해 지난 두달 동안 특조위원과 조사관들의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고, 이들의 조사활동도 불법적인 비협조에 직면해왔다. 9월 1~2일로 예정된 특조위의 3차 청문회 준비 역시 예산부족 외에도 정부와 증인들의 자료제출 및 출석 거부 등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해수부는 적반하장 격으로 특조위의 청문회 준비활동이 불법이라 주장하는가 하면, 교육부는 특조위가 우여곡절 끝에 3차 청문회 장소로 계약한 사학연금관리공단 측에 압력을 행사해 계약을 파기하도록 했다.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조사관 들은 지난 7월 27일 이후 광화문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릴레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가족협의회의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분과장은 오늘로 15일째 무기한 단식농성 중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는 사실상 아무런 실질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여당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가 19대 국회에서 했던 것에도 못 미치는 퇴행적 모습마저 보인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정쟁 사안?

 

처음부터 야당이 문제해결을 위해 아무 노력도 안한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 전원(총 130명)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법조항을 보다 분명히해서 실질적인 1년 6개월 간의 조사활동기간을 보장함은 물론, 지연되는 세월호 인양에 대비하기 위해 특조위의 조사활동기간을 인양 후 6개월 이상 연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의당도 소속의원 24명(유성엽 의원 대표발의)이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에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소위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소수당이 된 여당은 해수부의 법해석이 옳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소위의 논의는 교착되었다. 야당은 소위에 문제를 떠넘겨놓은 채, 여당 탓만 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야대 국회라도 여당이 버티면 마음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러나 야당이 이런 해명을 하려면 적어도 특조위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어야 했다. 과연 그러한가?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상법 개정 등 수많은 법을 일일이 거론하며 개선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매우 훌륭한 연설을 했지만, 유독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민생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연설문은 당내 특별팀이 구성돼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어서 김 전 대표 개인의 생각이라고만 볼 수 없다. 8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안 처리를 포함한 8개항에 대한 합의문에서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인양 후 선체조사의 주체와 기간에 대해 추후 협의한다”라고만 밝혔다. 세월호특별법도 특조위도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이 합의에 따르면, 특조위 조사활동은 이미 ‘종료’되었고, 따라서 세월호가 인양될 경우 이를 조사할 주체도 될 수 없다는 여당의 주장이 그대로 관철된 모양새다. 세월호 가족들은 “여당의 반대로 합의가 안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합의문에 특조위도 특별법도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은 야당의 의지부족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야대 국회의 정세균 국회의장은 교육부의 압력에 의해 사학연금관리공단이 청문회 장소 대여를 거부한 이후 특조위가 국회 장소사용을 요청하자 “사무처에서 관례가 없다고 한다”라면서 요청을 거부했다. 그 ‘관례’란 국회의원들 외에는 국회 본관의 회의장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지극히 관료적인 관례에 불과하다.

 

정부의 국회 입법권 훼손에 침묵하는 무능한 야대 국회

 

어떤 정부도 법에 의하지 않고 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인 특조위의 존폐를 결정하거나 조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해수부 등이 법정기구인 특조위에 대해 일방적으로 조사활동기간 만료를 통보하고 인력과 예산 지원을 중단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의 다수파인 야당에는 이 사태가 한 국가기구가 법에 의하지 않고 강제로 폐지당한 중대한 사건이며,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된 위헌적 사태라는 인식과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야당 원내대표나 국회의장이 특조위 활동 강제종료 사태를 정부의 입법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비판하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야당은 그저 민감한 ‘정쟁 사안’으로, 국회의장은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아 국회의장이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하기 힘든 사안” 정도로 인식할 뿐이다.

 

이 점에서 20대 국회는 여대야소였던 19대 국회보다도 못하다. 19대 국회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과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충돌했던 사례를 되돌아보면, 20대 국회에 무엇이 부족한지 분명히 알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현 20대 국회의원)는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 정부의 위법적 시행령에 대해 비판하고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처리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는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받았다. ‘유승민 파동’의 도화선이자 국회법 개정안의 배경이 된 위법한 시행령은 다름 아닌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었다. 그는 이로 인해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났고,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도 받지 못해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다. 그런 유승민 의원이 대구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국민이 심판한 것은 과연 누구인가? 이런 민심을 바탕으로 구성된 20대 국회의 다수 야당이,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입법권이 정부로부터 강제로 폐기당하는 세월호특조위 사태를 ‘정쟁 사안’으로 보고, ‘국회관례’를 핑계삼는 것은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세월호 청문회를 국회에서 열게 하는 것이 첫 단추 

 

내일(9월 1일)부터 모레까지 열릴 세월호 진상규명 3차 청문회 장소는 우여곡절 끝에 동교동 김대중기념관으로 정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손상된 국회의 입법권을 회복하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위법적 공격행위에 견제를 가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세월호 청문회를 국회에서 열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선진화법 타령을 하지 않고도 지금 당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틀 중 하루만이라도 국회를 이용하게 하라. 그것으로 국회는 세월호특조위가 여는 청문회의 합법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조위와 세월호 가족들이 절박하게 국회의장과 야당 대표들에게 요청하지 않았는가. 이런 일에 관례를 핑계대면 안된다. 금배지의 기득권을 지키려 유권자가 부여한 입법권을 포기한 우둔한 국회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태호 /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2016.8.3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