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
식수원의 녹조를 방치하는 나라
“잉어회를 무척 잘 먹었어요. 끼니 대신 혼자 잉어 반관(2kg)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아예 양식 잉어를 사와서 먹어요. 전에는 어머니하고 자식들에게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보내줬는데, 이젠 안 보냅니다. 아니 못 보냅니다. 배를 가르면 창자가 녹아들 정도로 시커먼데 어떻게 보내겠어요.”
지난 2일 경남 김해 낙동강변 대동선착장 인근에서 만난 어민들은 절규하듯이 말했다. 열살 무렵 부친에게 고기 잡는 법을 배운 지 60여년이 됐다는 한 어민은 “이런 일은 처음”이라 말했다. 또다른 어부는 “4대강사업 이전에 볼 수 없었던 (1미터에 이르는) 대형 강준치만 버티고 있을 뿐, 작은 치어들은 찾을 수조차 없을 만큼 강이 황폐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사업은 멀쩡했던 강을 녹조 공장으로 만들었다”며 “물고기 아가미에 녹조가 잔뜩 껴서 죽은 놈들이 올라올 정도”라고 증언했다.
씨가 마른 물고기
어민들은 당장 물고기가 씨가 말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조업을 포기하고 인근 도시로 살길을 찾아 나섰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그마저도 어려운 일이다. 그저 평생을 살아온 습관처럼 강에 나가 그물을 걷어 올리지만, 텅 빈 그물과 배 기름 값도 안 나오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은 그저 한숨뿐이다. 어민들의 고통은 물고기 격감만이 아니다. 설사 물고기가 잡힌다 해도 썩은 퇴적토와 독성이 포함된 녹조로 범벅돼 내다 팔 수도 없는 이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강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전부터 내려온 축적된 경험에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덧붙여 말 그대로 강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강이 정상이 아니라 한다. 죽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우리 강이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까.
22조원 혈세로 만든 ‘죽은 강’
4대강사업이 시작될 때, 이 사업을 추진했던 이들은 장밋빛 환상을 불어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반도대운하에 이어 추진된 4대강 정비 사업을 두고 “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아닌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멀쩡하게 살아 있던 우리 강은 죽은 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정부와 4대강 찬동 인사들은 우리 강을 철새가 찾지 않고,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고, 썩은 퇴적토만 잔뜩 쌓인 죽은 강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강을 재탄생시키겠다”고 했다. 4대강사업을 통해 34만개의 일자리 창출, 40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는 물론 생태계가 살아나고 수질도 개선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사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예측의 한계가 분명함에도 ‘모르는 것이 없고 불가능한 것도 없는’, 또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국민 사기극”,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 반란”, “자연에 대한 폭력”이라 평가하는 것처럼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없는 사업이었고, 22조원의 혈세가 낭비된 사업이었다.
이명박정부는 ‘고인 물도 썩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4대강사업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기술을 너무 낮게만 보고 있다며 ‘로봇물고기’(사기극으로 결론 났다)를 비롯해 최첨단기술을 동원해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수석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박재완 전 장관은 ‘4대강사업은 친서민정책’이라는 주장도 했다. 4대강의 수질을 개선시키면 서민들이 수돗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 이들은 너무도 많다. 정치인을 비롯해 공직자에 전문가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에게 제발 4대강 현장에 한번 가보길 권하고 싶다. 아니 꼭 가봐야 한다. 4대강사업 녹조 현상은 매년, 그것도 갈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녹조가 마르면 남색 흔적을 남기는데, 이것이 바로 독성물질을 포함한 남조류의 흔적으로서, 현재 우리 강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상수원이 위험하다
4대강사업을 추진했거나 찬동했던 사람들 중에는 녹조가 과거에도 있었던 것으로 이를 4대강사업 때문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녹조는 다른 오염원이 유입된 때문이지 4대강사업 탓이 아니라고도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생한 녹조는 흐름이 정체된 곳, 예를 들어 하굿둑 부근 등 일부 지점에서 나타났지만, 현재는 전 지역에서, 극심한 악취를 동반해서, 더 짙게, 더 오래 관찰된다. 이들은 동일 조건일 때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상식도 무시하고 있다. 낙동강의 경우 4대강사업 전후 7~10배가량 유속이 느려졌다는 평가다.
우려되는 것은 낙동강의 경우 녹조, 정확히는 독성을 포함한 남조류가 무성한 물을 1300만명 주민들의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현장조사에 따르면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가 상수원 인근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질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있기 때문에 수돗물 공급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도정수처리시설로 완벽하게 정수할 수 있다는 맹신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관련 전문가도 있는 상황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수원 정책의 실종’이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상수원 정책은 정수처리시설의 고도화도 있었지만, 주로는 상수원 오염원 관리였다. 2014년 월드리서치에서 조사한 결과(수돗물 음용실태와 이슈)에 따르면 수돗물 비음용의 원인은 ‘(옥내) 수도관 문제’ 30.8%에 이어 ‘상수원 원수(原水)에 대한 불안’이 28.1%를 차지했다. 수도관 문제가 개인적 문제라고 한다면 상수원 원수 불안감 문제는 국가 및 공공기관의 영역이다. 다시 말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4대강 녹조 악순환, 수문 열어야
4대강사업은 물을 고이게 했고,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짙은 녹조와 오염 지표종을 만들어냈다. 그에 따라 상수원 원수에 대한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정부는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외친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 중 하나가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4대강사업의 부작용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정말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형국이 된다. 그에 따른 피해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현명한 선택은 일단 4대강에 만들어진 16개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4대강사업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제2, 제3의 4대강사업이 또다시 나올 수 있기에 말이다. ‘4대강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다.
이철재 /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2016.9.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