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방안, 이대로는 안된다

윤지관

윤지관 /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대학구조조정 전국순회교수토론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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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보고 박근혜정부의 ‘불통’이 어떻게 교육정책에도 드러나는가를 다시 확인하였다. 정부는 작년 10월 대학구조개혁 정책연구결과를 공개하면서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내겠다고 한 바 있는데, 이번 발표가 그 결과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작년에 제시된 구조조정안에서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전국 대학을 3등급으로 분류하는 최초의 안에서 5등급으로 변경된 것은 이미 작년부터이다. 이번 발표는 평가를 3년마다 3주기에 걸쳐 하고 정성평가의 내용을 좀더 세분화하는 등의 보완에 머물렀고, 전국 대학을 평가하여 등급을 나누고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방향은 그대로다.

 

부실한 대학을 퇴출하려는 정부의 부실한 계획

 

학령인구 감소 등 대학에 닥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 상황을 시장에 맡기거나 현재의 추세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전문대 및 지방대가 고사(枯死)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교육의 부실화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 자체도 그렇다. 그러나 정부안(案)의 기본적인 문제는 이 진단과 그에 대한 처방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진단이 그렇다면 처방은 마땅히 전문대 및 지방대를 살려내고 대학교육이 혼란스럽지 않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나, 정부안은 대학을 등급경쟁으로 몰아넣고 하위대학을 도태시키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들을 경쟁시키면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지난 정부에서 실패를 거듭한 허구적인 논리가 깔려 있다. 즉 정부안은 상호경쟁을 통해서 대학을 기업처럼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지 ‘개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구조를 개혁하겠다면, 그것도 10년에 걸친 장기적인 기획이라면,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병폐를 개선 내지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서야 마땅하다. 대학의 두가지 구조적인 문제라면 하나는 수도권 중심으로 지나치게 고착된 서열구조이며 다른 하나는 사학(私學)이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구성이다. 정부안은 이 두가지 구조적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전자에 대해서는 지방대를 살려야한다는 뜻은 엿보이지만 대학을 등급화하는 발상부터가 그렇거니와 최우수대학은 정원감축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오히려 서열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후자에 대해서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선진국처럼 공교육이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개편하려는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나마 원래의 방안에 있던 비리사학 퇴출방침조차 이번 발표에서는 빠져 있다.

 

정원감축만 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전국의 대학을 동등한 비율로 감축하여 고통을 분담하자는 의견도 있고,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일반대와 전문대의 감축비율을 조정하여 지방소재 대학의 궤멸을 막자는 의견도 있으며, 이 둘을 절충하여 감축정원의 반은 동등비율로 나머지 반은 평가 및 지역성 등을 고려하여 줄이자는 견해도 있다. 이 대안들은 적어도 정부의 문제의식이기도 한 지방대의 ‘고사’를 막고, 전문대의 ‘궤멸’을 방지하는 데 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자면 소위 일류대를 자처하는 수도권의 대형 ‘연구중심대학’들을 그 목적에 맞게 정원을 조정토록 하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이 대학들의 지나치게 비대해진 학부 정원을 대폭 감축하고 대신 대학원 정원을 늘리는 등 연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선진화를 위한다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국면이 되면 학생모집이 어려워질 지역의 사립대학들부터 경영압박을 받고 부실대학이 속출할 것이 예상된다. 경영이 어려워진 대학이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안에 따르면 이들은 대개 하위권인 ‘미흡’ ‘매우 미흡’으로 분류될 것이 거의 확실하고 ‘퇴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정책의 중요한 초점은 이렇게 퇴출되는 대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안에서 ‘퇴출 이후’에 대한 방책이라고는 학생들을 인근 대학에 편입시킨다는 것 정도밖에 없다. 교수진 및 연구인력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대신 터무니없게도 퇴출되는 부실재단에게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특례법을 추진하고 있다.

 

퇴출되는 부실대학이 지역에서 발생하면 지역의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살려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경영진이 퇴출된 이 대학을 맡아서 회생시킬 수 있는 곳도 정부뿐이다. 실상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퇴출대학이 발생할 때마다 그 지역의 여건에 맞추어 인근 국공립에 학생과 교수를 편입시키거나, 지자체의 공립대학으로 만들거나,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곳은 사립으로 남기되 일부 운영비를 지원하는 공공형 사학으로 전환시키면 된다. 그렇게 되면 지방대학의 경쟁력도 더 살아나서 서열화도 완화되고 비리사학도 청산되고 지나친 사학편중의 대학편제도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고등교육 선진화의 길을 버리고 경쟁을 통한 하위대학 퇴출이라는 구조조정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현 교육부는 말하자면 두가지 큰 고질병(즉 서열화와 사립대 중심 체제)을 지닌 채 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고질병은 그대로 두고 그 비대한 부분만 잘라내려는 무지막지하고 실력 없는 의사와 마찬가지다. 이 의사를 해고할 수 없는 사정이 기막히지만, 대학교육의 혼란을 막으려면 방향을 전환하도록 교육의 주체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2014.1.29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