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

김종엽

김종엽 / 한신대 교수, 사회학

 

사용자 삽입 이미지2012년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많은 정치학자들은 올해 총선과 대선이 새로운 정초선거가 될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며, 양대 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체제 건설에 나서자는 논의(백낙청 《2013년체제 만들기》 창비 2012)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다가오는 양대 선거에 지난 몇번의 총․대선과는 사뭇 다른 역사적 무게가 실린 셈인데, 그것은 어느 정도 엄중한 것일까? 그 역사적 의미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몸담고 있는 87년체제가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었으며, 이 과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전두환정권을 일종의 연장된 박정희체제로 본다면, 87년체제는 냉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전국가의 성격을 지녔던 박정희체제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87년체제는 박정희체제가 의존하면서 강화했던 분단체제를 허물고, 권위주의적 억압으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고, 경제에 대한 발전국가적 통제를 해체하는 것을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세가지 과제의 실현방식과 정도, 또 그것의 조합이 어떻게 될지는 열린 문제였으며, 여러 선거의 핵심적 의미 또한 이런 사회적 과제의 방향과 실행에 있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의회권력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선거에서 드러나는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관계

선거는 정치권력을 구성하는 동시에 그것이 작동하거나 제약될 지형 또한 형성하며, 이를 잘 드러내는 지점이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관계다. 87년체제를 통해 대통령과 집권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의회 다수파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으며, 선거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한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의회 다수파 정권을 이끌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따라 87년체제의 과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실행하고자 했는데, 전형적인 패턴은 다수당일 때는 남한사회 내부의 개혁(물론 대통령과 집권당이 생각하기에 개혁인)과제를 실천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의회 다수파가 되기 위한 전술을 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의회를 우회할 수 있는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예를 열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의회 다수파가 되기 위한 전술의 전형적인 예로 노태우정권의 3당합당을 들 수 있으며, 실패한 사례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도 그런 시도에 속한다. 의회 다수파일 때 대통령이 추진한 사회 ‘개혁’의 시도로 김영삼정권의 노동법 ‘개정’과 노무현정권의 4대개혁 입법 그리고 이명박정부의 종편 허가나 4대강사업 같은 퇴행적인 정책들도 거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의회 소수파일 때 대내적 의제를 우회한 개혁 시도는 대체로 남북관계의 개선 아니면 경제적 개방정책의 형태로 나타났다. 남북관계와 대외개방 모두 남한사회 내부의 세력관계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뚜렷하다면 추진단계에서 제약은 적은 편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과 남북한 UN 동시가입·남북한 기본합의서 채택, 김영삼 대통령의 대외개방,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6·15정상회담, 노무현 대통령의 10․4공동선언과 한미FTA 등은 역대 대통령들이 남북관계와 대외개방을 통해 추진한 것이다.

 

평가하자면 이 가운데 남북관계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한 정책은 긍정적 효과를 산출한 반면, 급진적 개방정책은 우리 사회의 위험을 증폭하는 것이었으며 그 영향도 사회집단별로 매우 차별적이었다. 전자는 87년체제에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면서도 여론의 지지에 터한 것이었지만, 후자는 정책을 조절하고 내부 활력 및 혁신과 연결될 ‘사회적 연대’라는 핵심 고리가 결여된 채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체제 만들기에서 유념할 것들

87년체제에서 확인되는 이런 패턴은 2013년체제 만들기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준다. 첫째, 올해의 양대 선거를 통해 단순히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는 핵심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총선과 대선 가운데 어느 하나의 승리가 아니라 양대 선거 모두의 승리가 더욱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정부에 의한 심각한 사회적 역주행이 가능했던 것도 87년체제 하의 어떤 정부보다도 강한 의회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이 역주행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크게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총선과 대선 모두에서 큰 승리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둘째, 새로운 체제의 건설은 좌절되고 우회되었던 내부 개혁과제가 수행될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개혁의제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는 이명박정부를 통해서 명료해져왔거니와 그 핵심에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개혁은 필연적으로 관료개혁과 언론개혁, 검찰개혁 등을 함축한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의 선출 그리고 의회권력의 창출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의회 다수파일 때 대통령의 사회 ‘개혁’ 시도가 좌절되는 방식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87년체제를 통해서 의회가 대통령을 제어할 수 없을 때는 대개 사회가 직접 등장했다. 우리 사회의 지배층을 건드리는 개혁이 이루어질 때 수구세력이 규합되었고, 전체 사회의 여론을 거스르는 것일 때는 1996년 노동법 파동과 2008년 촛불집회에서 보듯이 분산된 대중이 직접 행동에 나서곤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위한 사회적 연합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2013년체제는 백낙청 교수가 반복해서 지적했듯이 우리 사회 보수층과 정당의 개혁 자체를 요구한다. 냉전적 수구세력이 보수세력 전체에 대해 헤게모니를 잡고 합리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 형성을 가로막는 현상이 극복되지 않은 한, 87년체제를 특징지은 답보와 교착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것은 보수의 혁신을 요구하며, 스스로 이룩될 수 없는 그 보수의 혁신을 위해서도 민주적 개혁과 평화체제를 추구하는 정권의 창출이 간절하다.

 

2012.2.22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