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정민승

정민승 / 한국방송통신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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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아래와 같은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이 강화되고,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등록제 도입도 추진된다. 정부는 27일 오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교육개혁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대안교육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대안학교 설립에 걸림돌이 돼온 위치ㆍ토지환경ㆍ대기환경ㆍ주변환경 등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서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대안학교를 세울 때도 일반학교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 국가 재정으로 대안학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손질,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한다.”

 

뒤이어 공개된 ‘대안교육발전방안’에서 정부는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를 ‘자율형 대안고등학교’로 전환하고 대안학교 설립을 쉽게 하며 예산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997년 마련된 시행령을 통해서 지금까지 대안학교는 우스꽝스럽게도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그러니까 ‘대안’을 ‘특성’으로 삼는 고등학교라고 지칭돼왔다. 그래서 정부가 ‘대안교육 특성화고’를 ‘자율형 대안고등학교’로 변경하려 한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교과부는 이미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고, 올해 안에 법령화까지 마무리된다고 한다.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대안학교가 온전히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대안학교 개선안’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을 구체화하기 위해 교과부가 제시한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제도 개선안'(이하 개선안)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대안교육연대는 제도 개선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고, 대안학교 교장단 역시 우려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개선안은 기존의 대안학교들을 제도권에서 수용하도록 미인가 시설들에는 인가를 내주고, 예산도 지원하며, 교사도 추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가장 중요한 ‘개선사항’인 ‘학교의 목적’ 항목을 보자. 개선안에 따르면, 대안학교의 목적은 현재의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학교’에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과 학업을 중단한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자연 현장실습 등 체험·인성 위주의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로 변경된다. 기존의 대안학교의 정체성에 ‘학업중단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라는 단서가 붙게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학교의 목적을 축소한 것일까? 이것은 이미 1997년에 논의가 종료된 사안이 아니던가.

대안학교 관련 규정이 처음 발의되었던 1997년 3월, 교육부는 <부적응학생 교육을 위한 대안학교 설립-운영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중도탈락자를 위한 학교를 국가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지금 교과부가 제시한 것과 동일한 ‘학업중단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설립’ 계획을 이미 1997년에 제시했던 것이다.

 

현재의 대안학교 규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런데, 이런 시설을 세우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민간차원의 대안교육운동 관계자들의 반대가 있었다. 대안학교를 ‘부적응 학생을 위한 시설’로 규정하는 것은 새로운 교육 실험과 기획을 추진해나가는 대안교육의 취지를 무화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다른 한편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지역의 주민들도 격렬히 반대했다. 이 때문에 청주 양업고는 세번이나 학교 부지를 옮겨야 했고, 경기 대명고도 “왜 깡패학교를 만드느냐”라는 지역 학부모 대표들의 비난과 해당 교육청에 대한 민원 제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공공시설은 뭐든 무조건 비난하고 거부하는 님비 심리는 잘못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따라서 당시의 지방교육지원과장은 간디학교나 한빛고 관계자 등을 만나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찾고자 했고, 결국 간디학교와 한빛고를 포함, ‘다양한 특성’의 학교들을 ‘대안적 특성화고등학교’의 틀 안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학교에 부적응한 경우도 일종의 ‘특성’이라고 간주하여 ‘대안적’ 특성화 고등학교를 ‘직업적’ 특성화 고등학교와 같은 분류단위로 편성하게 된 것이다. ‘체험위주의 인성교육을 하는 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대한 현재의 규정은, 이런 갈등과 새로운 방안의 모색과정에서 출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안적 특성화고등학교로 인가받아 운영하는 24개 학교 가운데 16개의 학교가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기에 이른다. “표준화를 지향하는 획일적인 체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라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일반적’ 대안학교의 모습이 부분적으로나마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학업중단학생들에게도 의미있는 조치였다. 학업중단학생들이 한군데 모여 문제아로 낙인찍힌 채 공부하는 것은, 경쟁주의적인 우리나라 문화에서 성취감보다는 패배감을 낳는다. 의욕을 가지고 학습하기보다는 그저 무력감 속에 졸업장을 따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이 일반 학생과 어울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아나가도록 대안학교에 여지를 준 것은, 당시 교육부의 ‘교육적’인 배려였다.

 

대안학교는 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

 

그런데, 그런 결정이 이루어진 지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대안학교를 다시 ‘학교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로 단선화하겠다는 것이다. ‘대안학교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김 총리는 “우리 사회가 급격히 다양화되듯이 학교 제도도 사회의 다양성을 담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다양한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최대한 존중하고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대안교육을 적극 육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다양성을 추구한다면서 시작된 일이 어떻게 해서 개선안 같은 다양성을 죽이는 단선화 정책으로 귀결된 것일까?

 

대안학교의 정체성을 학업중단 학생으로 단선화하다보니, 학교정책 지침상의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예컨대 개선안에 따르면, 대안학교의 선발과정에서 생활기록부를 포함한 내신은 제외되고, 면접과 실기만 허용된다. 아마도 교과 성적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에는 체험·인성위주 과목을 80단위 이상 편성해야 한다. 학업 중단자들이니, 인성과 체험학습을 주로 해야 한다는 것일 게다. 더불어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교육하는 시설’은 지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과부는 과연 어떤 근거로 ‘정치적이고 파당적이고 편견에 가득 찬’ 학교를 가려내게 될까? 체험과 인성을 주제로 교육과정을 손쉽게 80단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학교가 몇이나 될까? 성적이 문제라면 교과 성적을 일정비율 이상 반영하지 않으면 된다. 교과부는 내신에는 생활기록부도 포함되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대안학교는 학업 중단자를 그냥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나마 대안학교가 있어 우리는 미래의 교육을 그려보고 실험함으로써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이제는 대안학교를 온전한 교육기관으로 인정하고, 그 경험이 공교육에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아무리 중립적으로 보려고 해도, 개선안은 대안학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간의 노력과 경험에 대한 진지한 수용도 없다. 규제는 명시적이나, 지원하겠다는 내역과 방식은 모호하다. 대안학교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학교의 자율적 선택권이 사라진다. 답답하다. ‘대안교육 발전방안’의 문제의식이 개선안에 제대로 반영되길 기대한다. 교과부가 최소한 1997년에 교육부가 취했던, 그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면 좋겠다.

 

2012.10.10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