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본구조 무너뜨리는 대학구조개혁 법안

윤지관

윤지관 /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 한국대학학회(가) 창립준비위원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4월 30일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안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이 법안은 의원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교육부가 지난 1월말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현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정부법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정부의 구조개혁안은 대학구조의 진정한 개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에 초점이 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여권은 세월호의 비극으로 침통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 법안을 전격제안하고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이 법안은 크게 두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는 전국 대학에 대한 등급평가를 통해 정부가 대학에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학재단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공익적 재산을 거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특혜를 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에게는 ‘단단한 채찍’을 선사하고 사학재단에게는 ‘엄청난 당근’을 물리는 격이다. 법안은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그 제안이유라고 하나, 대학 간의 경쟁을 강요하고 뒤처지는 대학을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그같은 목적이 달성될 리 없기 때문에, 순전히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법안의 대학평가 관련 부분의 요지는 “평가의 결과를 대학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교육부장관이 “해당 대학에 학생정원 감축·조정”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부에서 추진 중인 ‘대학 5등급 분류에 입각한 차등적인 정원감축 계획’에 따른 것임이 분명한데, 대학의 생사를 결정하는 평가의 주체인 ‘대학평가위원회’ 위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부장관이 임명한다고 포괄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대학교육의 실질적인 내용보다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방향을 취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평가의 방식과 결과 또한 그것에 종속될 것이 예상된다.

 

사학재단 특혜 부분은 학교법인 해산시 ‘잔여재산의 처분 특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 잔여재산 처리의 귀속자는 다른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로 한정되어 있고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국고로 환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특례조항은 그외에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평생교육시설 운영법인 등 다양한 처분방식을 활짝 열어놓았으며, 대학을 폐지할 경우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변경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처분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적인 재산에 거의 사유재산권 행사에 가까운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의 재산은 설립자의 기여 몫 외에 대부분 등록금으로 형성되었는데 세금혜택은 차치하고라도 대학 주변의 도로건설 등 국가적 지원에 따라 애초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재산상승이 이루어졌다. 여당 법안대로 하면 이는 사학재단에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특혜를 주는 셈인데, 실상 이 조치는 사학재단 측의 오랜 민원사항으로 진작부터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었으나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보류되어왔던 것이다. 그것을 대학구조개혁을 원활하게 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관철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불 보듯 뻔한 대학교육 현장의 황폐화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어 시행되면 앞으로 대학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되고 대학교육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에는 ‘채찍’을, 사학재단에게는 ‘당근’을 주면서 정작 교육현장의 주체인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대책은 미약하거나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구조조정을 통해서 폐과나 폐교가 되는 경우, 학생에 대해서는 “다른 대학으로의 편입학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어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두고 있지만, 교직원은 현행 사립학교법의 신분보장 예외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되 다만 면직시 보상을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예상되는 대학교원 대량해고는 해당 학자의 생존권 차원을 넘어서 학문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하게 될 것이다.

 

대학교육 현장의 황폐화가 예상되는 또다른 현실적인 이유는 이 법안으로 그간의 사학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의 80퍼센트 이상이 사학이고 그 대부분이 족벌경영을 하고 있어 사학비리·부정·전횡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아왔다. 이 법안은 이런 사학재단에 재산처분권이라는 날개까지 달아주는 셈이다. 재단은 언제라도 학교를 처분해버릴 수 있는 점을 무기 삼아 대학과 그 구성원을 완벽하게 장악할 것이 예상되고, 대학 내부의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에 바탕을 둔 개혁과정은 실종될 것이다.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정책이 결국 사학재단을 비호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려면 이 법안을 철회하고 진정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국민적 합의부터 이룩해나가야 할 것이다.

 

2014.5.2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