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히로야 『지방 소멸』

정준호

일본판 연령 불균형과 지역 불균형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
-마스다 히로야 『지방 소멸』

 

 

jibang일본 아베 정부는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인구감소를 막고 사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재생’을 넘는 ‘창생(創生)’이라는 슬로건을 꺼내들고는 이를 위해 ‘지방창생상(相)’을 따로 두고 있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연령 불균형과, 인구 이동 및 감소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궁여지책의 일환이다.

 

『지방 소멸』(김정환 옮김, 와이즈베리 2015)은 이 두가지 불균형에 대한 실상과 그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메뉴를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는 전형적인 관료 출신으로 이와떼 현 지사와 총무장관을 역임한 이다. 관료 출신답게 나름대로 문제를 명료하게 정의하고 ‘숫자’로 표현되는 목표치와 그에 따른 정책 해법을 내놓는다. 따라서 인구감소와 지역 불균형에 대한 인문적이거나 철학적 단상을 바라는 이에게는 따분하고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일본의 ‘우울한’ 미래상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지방의 위기에 직면한 일본

 

치밀하고 지속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재의 일본 인구는 2100년에 약 5천만명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를 넘어 ‘인구감소’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감소가 지방에서 대도시권, 특히 토오꾜오권으로의 젊은 층의 사회적 인구이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방 인구가 소멸하면 토오꾜오로의 유입 인구도 감소하는바, 토오꾜오권의 출산율이 2013년 현재 1.13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대도시권마저 앞으로 쇠락할 수밖에 없다. 즉, 지역격차를 유발하는 인구이동이 토오꾜오로의 일국 집중을 더욱 가속화시켜 국가 전체적으로는 지방이 소멸하는 것이다.

 

왜 지방에서 토오꾜오로의 인구이동이 일어나는가? 저자에 따르면 엔저 강세에 따른 제조업의 해외이전, 공공사업 축소에 따른 건설업 경기침체, 고령자를 포함한 인구감소에 따른 소비침체 등으로 인해 지방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결국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몰려드는 것이다. 이처럼 저출산 고령화의 추세와 인구유출이 결합되어 지방자치단체의 약 절반이 앞으로 미증유의 인구감소를 겪어 토오꾜오라는 이른바 ‘극점사회’가 출현한다. 이러한 국토공간구조는 거대한 경제변동과 재해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여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인구감소의 반전은 그렇다치고 이를 저지할 저출산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가? 저자는 2013년 현재 1.43인 출산율의 희망 출산율을 1.8로 잡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많은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대책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젊은 세대의 소득을 일정정도 보장하는 ‘청년층을 위한 결혼 육아 연수입 500만엔 모델’, 결혼·임신·출산·육아 지원, 육아휴직 활성화와 경력단절 극복 지원, 장시간 노동문화 개선, 기업의 자세 변화 유인 제공, 일과 사생활의 균형, 여성인재 활용 및 여성 지도자 육성, 고령자 지원 재검토, 해외의 고급인재 수입 등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지방 ‘창생’을 위한 대책들이 제시된다. 저자는 여기서 인구이동의 ‘방어막’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이러한 여파를 견딜 수 있는 차단막을 구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수용하여 지방 중추도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 유기적인 네트워크 공간구조를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상 위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협치를 강조하고, 귀농·귀촌 대책, 인재 재배치, 금융 재구축, 농림수산업의 재생 등을 아우르는 지역경제의 기반 강화 및 지역의 생존모형을 논한다. 지역의 생존모형으로 ‘산업유치형’ ‘베드타운형’ ‘학원도시형’ ‘콤팩트 도시형’ ‘공공재 주도형’ ‘산업개발형’등이 있는데,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내발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산업개발형이 지속 가능하고 가장 바람직한 유형으로 제시된다.

 

과연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2018년 인구절벽에 직면한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기 위한 젊은이들의 수도권 집중은 여전하다. 주력산업의 침체로 지방에서 일자리의 수와 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도 진행형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이러한 추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의 사례에서 한국이 마주칠 문제와 과제를 유추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까지 한국은 성장 일변도의 사회였다. 지출을 늘리기는 쉬우나 줄이기는 어려운 것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사회의 축소는 여러가지 고통을 수반한다. 이에 대한 주민합의와 비용분담의 문제가 발생한다. 외환위기 경우처럼 이익의 사유화와 고통의 사회화가 다시 일어난다면, 기나긴 저성장의 터널 속에서 민주주의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상황에 따라 제기된 문제를 ‘집합적·포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우리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성장 국면으로 가면 자원의 초집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 즉 수도권 집중을 통해 도시국가처럼 고집적·고밀도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저성장 국면에서 토오꾜오는 지방의 인구와 자원을 흡수했지만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결부되어 지방 소멸과 나라의 활력 저하를 크게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긴급처방으로 ‘지방창생성’이란 직함을 정부에 두고 있지 않은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저성장 국면에서는 다양한 지역사회에 기반한 미활용 자산을 널리 사용하는 성장의 다극화, 즉 ‘국토공간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지 말아야 한다는 자산시장의 불문율처럼 나라의 인구와 자원도 그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 의 저성장 경험에서 배워야 할 바다. 

 

 

정준호 /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5.10.21.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