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년, 복지의 ‘기초’ 흔들기

김남희

김남희 / 변호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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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무상보육,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보장과 같이 보수여당 후보의 공약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복지정책을 내세우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지금 주요 복지공약은 전부 변질 또는 대폭 후퇴된 상태다.

 

당선 직후 인수위 과정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에 국민의 주된 부담인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았었다는 기만적인 말 바꾸기를 하였고, 영유아 무상보육은 추진한다면서도 별다른 재정조달 방안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떠넘겨 예고된 재정난이 발생하고 있다.

 

집권 1년, 복지정책의 실상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요하고 시급한 빈곤정책과 연금정책에서 제도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두개의 ‘기초’적인 복지정책,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추진과 기초연금 공약 후퇴가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라는 명목하에 우리나라에서 지난 14년간 최후의 사회안전망이자 국민의 생존권 보루의 역할을 해왔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 제정되어 헌법에서 규정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현실에서 구현한 최초의 법률로, 이 법을 통해 국민은 정부로부터 기초적인 생활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제도적 골간에 해당하는 ‘최저생계비’ 제도를 폐기하고 상대빈곤선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급여의 구체적인 기준은 법에 명시하지 않은 채 시행령에 위임해버리는 것이다. 이같이 개편되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적 권리가 아닌 정부의 예산과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축소와 후퇴가 가능한 행정재량형 프로그램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현재 제도하에서도 필요에 따라 지급받고 있는 급여를 행정부처별로 쪼개어놓아 현장에서의 일대 혼란과 신청과정에서부터의 장벽이 예상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된 원인인 부양의무자제도는 제대로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국민의 법적 권리만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는 정부안이 예산을 오히려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보장 수준과 대상은 넓히겠다면서 예산은 절약한다면, 결국 꼭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퇴행적 제도, 사라진 공약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가장 강력하게 내세웠던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공약은 인수위 과정부터 축소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소득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가입자에게 삭감 지급하는 내용으로 변질되어 정부입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상태이다. 이러한 기초연금법 정부안은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가입자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공적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특히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의 근간을 이루는 청장년층에게 매우 불리한 방안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초연금안은 2007년 기준 60%였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3분의 1이나 삭감함으로써, 이를 보완하는 의미로도 도입되었던 기초노령연금제도의 도입취지마저 망각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국민연금 수령자의 월평균 수령액이 평균 30만원 정도로 용돈 수준에 불과한 현실에서 국민연금을 장기가입했다고 기초연금을 깎는다는 것은 국가에 의한 최소한의 노후보장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지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노인빈곤율은 OECD 부동의 1위인 49%가 넘는 수준으로, 근래에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빈곤정책과 공적 노후보장제도를 더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악하고 국민연금 제도마저 흔드는 기초연금법을 제정하려 하는 박근혜정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로 1년 전에 과감하게 복지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된 바로 그 후보가 맞는지 진정 의심스럽다.

 

2014.2.2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