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한국의 발전전략

이강로


이강로
| 전주대 사회과학부, 국제학

현재 범여권으로 지칭될 수 있는 정치세력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민주당, 그리고 독자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세 갈래로 대선후보 선출이 진행되고 있다. ‘신당’은 9월 5일 예비경선에서 9명의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고 민주당도 10월 16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이 진행중이다. 최근 독자창당과 “국민후보론”으로 ‘신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문 전 사장도 궁극적으로는 ‘신당’이나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범여권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면 분열된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정책어젠다와 국가발전전략의 관계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여기서는 범여권의 최대 정치세력인 ‘신당’의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 후보의 정책어젠다를 분석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두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 여권세력의 분열과 재통합 과정에서 잘 나타나듯이 여권 내에서 대선주자들을 압도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세 갈래로 나뉘어 선출이 진행되는 범여권의 후보가 실제 대선을 앞두고 단일화될 수 있는가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정책어젠다와 국가발전전략

첫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다수의 여권 대선주자들을 ‘신당’으로 결집시킨 것은 그의 영향력이다. 그는 “국민의 뜻”과 “민주주의는 양당제”라는 기치로 한나라당에 대항할 수 있는 범여권세력의 대통합을 강조했고, ‘신당’ 창당으로 상당한 수준의 통합을 실현시켰다(그의 양당제 주장은 현 한국정치에서 민주노동당의 존재와 역할을 무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추종세력에게 햇볕정책의 계승을 거듭 강조했는데,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당’ 통합과정에서 한국의 발전전략 모색과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한 “대북 햇볕정책의 정당성과 계속성”이다. 그는 햇볕정책의 계승을 자신의 추종세력에게 강하게 주문했고, 이는 여권세력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 ‘정체성을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신당’의 손학규 전 지사가 다른 후보들에게서 “정치적 정체성” 공격뿐만 아니라 정책적 공격을 받는 빌미 중 하나가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인데, 그것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유보적 입장 표명으로 다시 두드러졌다.

햇볕정책의 추진에서 “국가연합 진입”을 주장한 정동영 후보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운 이해찬 후보는 좀더 적극적인 대북포용정책과 남북경제통합을 추구한다. 유시민 후보는 “북핵문제 해결”을 최우선시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점진적인 남북경제통합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과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범여권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는 한미동맹을 가장 강조하며 문 전 사장은 외교·안보·통일정책의 입장이 아직 불분명하다. 전반적으로 ‘신당’의 후보들은 김대중 햇볕정책의 계승과 유지 속에 오히려 다른 정책영역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제성장 및 복지에 대한 정책어젠다

둘째, 현재 세 갈래로 선출이 진행되고 있는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대선 막판에 단일화가 가능한 것을 전제로 한, ‘최종’ 범여권 대선후보의 정책과 국가발전전략 간 관계이다.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필요와 절박성은 현 대선구도상 여권의 승리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데 있다. 비록 ‘신당’의 대선후보가 5명으로 압축되었고, 또 정책토론회와 지역별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달리 지금까지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현재 ‘신당’의 후보 5명은 노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반노·비노·친노(민주당 대선후보 5명은 ‘비노’나 ‘반노’)로 나눌 수 있고, 정치성향에 따라 실용(또는 경제정책에서의 보수적 입장)과 개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신당’의 대선후보들을 노대통령과의 친소관계로 구별하는 것은 한국의 발전전략을 분석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선후보들의 정책적 입장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더 유용하다. 앞에서 말한 햇볕정책에 대한 손학규 후보와 다른 후보들의 차이를 제외할 때, ‘신당’ 대선후보 5인을 구별짓는 가장 큰 지점은 경제성장과 복지에 대한 태도이다.
 
손학규 후보는 신(新)창조국가론을 내세우면서 경기도지사 시절의 외자유치 실적과 일자리 창출능력을 강조한다. 그는 “기업하는 대한민국”과 “일자리가 바로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임을 강조하며 경제성장을 우선시한다. 정동영 후보는 “평화가 돈”이라며 남북경제통합과 “중산층 사회건설”이라는 모토를 들고 나왔다. “일자리가 곧 최고의 복지”라는 그의 복지에 대한 입장은 손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육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손후보와 다른 기업관을 갖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국가경쟁력 강화, 양극화 해소를 통한 사회통합”을 대선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다. 그는 “국방비 절감을 통한 사회복지 강화”를 주창하지만, 국가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분배정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유시민 후보는 “박정희를 성공한 독재자”로 평가하면서 ‘선진통상국가론’을 바탕으로 한미FTA를 “더 크게 성공하는 통상국가”의 조건으로 간주한다. 또 전통적인 복지정책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사회투자”를 통한 국가경쟁에서의 성공을 내놓는다. 그는 이해찬 후보보다 시장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명숙 후보는 국정운영 경험과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민생복지강국, 평화통일체제를 기반으로 한 대륙경제시대” 등을 강조한다.

한편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는 출마의 변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립”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정책를 수호”하며 “이완된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할” 것을 내세워 ‘신당’의 대통령후보들과는 다른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문국현 전 사장도 ‘창조한국’이라는 정치조직을 공식적으로 출범시키고 “사람 중심의 진짜 경제”,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나누기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정책어젠다와 국가발전전략, 후보 단일화의 함수관계

그러면 여권 대선후보들의 정책어젠다와 국가발전전략은 어떠한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남북 평화체제나 경제통합을 선언할 경우 그 양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대선의 지배적인 프레임(frame)은 남북관계를 포함한 ‘평화이슈’보다 “경제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가”로 압축된다.

‘신당’ 대선후보 5인은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큰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추진에서는 조금씩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경제정책 면에서도 ‘신당’의 대선주자들이 “양극화 해소와 복지”에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자리 창출”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경제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계급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지금 여권 대선후보들의 정책적 입장을 한국의 발전전략과 관련지어 분석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어느 누가 10월 15일 ‘신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선정되더라도 그 후보를 중심으로 당이 일치단결하여 대선에 임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또 ‘신당’, 민주당, 그리고 문국현 등 여권 후보들의 단일화 논의와 그 성사 여부도 현재 범여권 후보의 정책어젠다와 국가발전전략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여권 후보의 정책어젠다와 한국의 발전전략을 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권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007.9.11 ⓒ 이강로